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박성희 활동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 보험가입에 있어서 차별을 당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이 가장 많은 차별을 당하는 부분이 ‘보험가입에 있어서’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보험가입에 있어서의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4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는 뇌병변장애인의 보험가입 거절에 대한 소송을 진행한바 있다. 법원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일반인에 비하여 기대여명이 짧다거나 보험사고와의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자료가 없다. 따라서 장애인 보험계약 체결 거부는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 이후 2006년 장애인 보험가입의 장벽이 되고 있던 ‘장애인보험인수지침’이 폐기 되어 신체적장애인의 경우에는 보험가입에 있어서의 차별이 좀 완화된 것을 관련 사례 접수를 분석해 본 결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보험가입에 있어서 차별이 여전하다. 그 이면에는 보험가입 거절의 타당함을 뒷받침해주는 상법 732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상법 732조에는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상법 732조는 원래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장애인 개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 적으로 적용되어 보험 가입의 기회 자체를 박탈함으로서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침해 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와도 정면으로 충돌되는 법률이다.
상법 732조에 대해서는 2005년 6월 한나라당 나경원의원이 폐지안을 발의한바 있고, 같은 해 8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법 732조의 삭제를 법무부에 권고한바 있다. 현재는 법무부에서 발의한 상법 732조 유지개정안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발의한 상법 732조 폐지안이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지난 7월 22일 제기된 정신적 장애인 보험차별 구제청구소송은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어도 장애인의 보험차별은 여전하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상법 732조 덕분에 그 차별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연구소로 지적장애 당사자 및 가족들의 보험가입 거절에 대한 상담 전화가 자주 접수되었다. 보험가입 거절 사유는 매우 다양하다. 건강검진에는 이상이 없는데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도 하고, 특수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안된다고도 하고, 신체적 장애인은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장애인은 상법 732조에 의해서 무조건 안된다고도 한다. 심지어 장애등급을 경증으로 조정(?)해오면 심사를 넣어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니 거절의 이유도 가지가지다.
정신적장애인 보험차별 구제청구 소송의 원고는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과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A씨는 일상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소득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도 활동하는 등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정신장애가 있는 B씨는 신경계통약을 복용하고 있기는 하나 2003년경 2달간의 입원치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재발한 이력이 없으며, 현재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2008년 문단에 등단하여 프리랜서 수필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 거절을 당한 것이다.
이에 보험가입을 거절한 보험사들에 장애인차별금지법 46조에 의한 정신적 손해배상 500만원이상을 청구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48조에 의한 구제조치를 청구하였다.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의 승낙을 계속 거절할 경우 손해배상과 별도로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극적 구제조치로 보험청약에 대한 승낙의사의 진술을 청구하는 것이다. 또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가입을 미루는 경우에 대비하여 승낙의 표시를 할 기간을 정한 뒤 기간이 경과하는 날수만큼 금액을 청구하도록 하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금전적 안전장치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껏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근거 없는 편견과 때로는 상법732조에 의해 보험가입에 있어서 차별을 당해왔다.
이번 소송은 이러한 차별 해소를 위한 정신적 장애 당사자들의 첫 발걸음이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보험가입 차별을 유발하고 있는 상법 제 732조에 대한 첫 소송이며,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후 최초의 장애인차별구제소송인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소송을 통하여 정신적장애인의 보험차별 해소의 물꼬를 틀수 있길 기대해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8월호(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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