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8-10   1411

[심층10] 최저생계비는 박탈과 곤궁의 다른 이름입니다.


4인가구 김진희




2010년 7월은 2004년 7월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작된 최저생계비로 사는 삶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왜 또 하게 되었는지. 2004년도 한 달간의 체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 사람들은 힘겨운 삶이었던 그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 시기는 내게 힘겨움보다는 더 큰 동료애, 사랑으로 기억되었고, 그 기억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끔 불을 지폈다. 또한 그 한 달간의 결실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최저생계비 평균 8.7% 인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한 번 더 체험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처지에 놓인 현재 나의 조건이 걱정되었다. 2004년도에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방학시기를 이용하여 한 달을 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주최측이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장인이라는 신분과 개인적인 활동으로 다른 체험단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잠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 속에서도 최저생계비로 사는 것은 다양한 조건 속에 놓여있는 수급권자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 의미 속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을까? 2004년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 용돈 약3만원(식비, 교통비)으로는 7월 이전에 쉽게 했던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거나 모임에서 식사, 친구와 차를 마시거나 문화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04년도에는 당시 체험 장소였던 하월곡동에만 머물러 있으면 되었지만 지금은 나의 경제력에만 변화가 일어났고, 관계들은 이전과 변함없었다. 그 변함없는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식사자리나 물품구입 등 소비하는 자리로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나를 인도하였지만 변화된 나의 경제력은 그것을 소비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 달 이었기에 관계 속에 있던 사람들은 한 달 후를 기약하며 서로의 상태를 참아주었다. 하지만 한 달이 아니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런 생각이 때때로 들면서 만약 한 달이 아닌 일 년, 이년 지속되었다면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사람간의 관계에 자본이라는 부분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집 밖으로만 나가면 소비하지 않을 수 없다. 적게는 교통비에서부터 식사, 문화생활, 건강 등 많은 부분을 소비를 통한 외부활동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집 안에서도 물, 전기, 냉/난방, 식사 등 소비로 연결되지 않은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7월 이전의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5,000~6,000원 식사를 기본적인 최저금액의 식사로 생각했었다.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도 4,000~5,000원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러한 금액이 부담스러울 때에는 조금 참으면 되었다. 그러다 다시 소비가 시작되곤 하였다. 나는 주변 대부분의 상점에서 고객이 되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로 사는 한 달간은 생활비인 일주일 약3만원 용돈으로는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50m 이내에 있는 약10군데의 식당 중에서 단 한군데에서만 식사를 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4인 가구 1끼 당 책정된 약1,450으로 감당할 수 있는 단 한군데의 식당마저도 단 하나의 메뉴만이 1,450원을 감당할 수 있었다.


갈 곳이 없었다. 한 달 체험을 하면서 느낀 것이다. 머물 곳도 먹을 것도 내가 가진 것으로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물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거나 그도 없으면 과자를 사먹을 수 있다. 어떻게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생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달 밖에 안 되는 시간 속에서도 마치 극기 훈련을 하듯이 살아갔다. 현재 나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때론 1,450원을 훌쩍 넘는 5,000원짜리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음 식사는 1,450원을 비웃듯 700원짜리 컵 떡볶이로 해결하기도 했다. 한 달 뿐이니 참자, 참자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내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과 나에게 주어진 최저생계비 안에서 내가 주로 경험한 것은 음식의 곤궁함과 가진 것이 없어 그 곤궁함을 달래지 못해 겪게 되는 박탈감이었다. 나에게 최저생계비는 월세 30만원하는 방과 교통비와 식비 이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해주지 못했다. 웰빙, 웰빙하며 수없이 떠드는 소리에도 귀 기울 일수가 없다. 건강도 문화도 조금이라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사치였다. 아니 최저생계비 안에서는 생존이 걸린 일이었다. 그러기에 건강이나 문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그저 귓속에 맴도는 파리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최저생계비를 받든지 받지 않든지 사람들은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사는데 동상이몽처럼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 견디고 버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 달이 무사히 지나갔다. 참 다행이다. 이제 나는 얼마 되지 않아 7월 이전에 보이던 소비패턴을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 끝나는지 알지 못하는 7월의 삶을 지속하는 이들은 언제까지 견디고 버틸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공동체 안에서 7월의 삶을 지속하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지금 주최 측이 하는 것처럼 공청회를 개최하고 거리캠페인을 하고, 수급자의 실질적인 소비패턴을 조사하는 역할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역할들을 통해 많은 일반대중에서 질문을 던지고, 수급자 및 저소득층의 현실적인 삶을 고려한 최저생계비 측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달간 짧은 삶을 살아보았다. 이 삶을 잘 정리하며 많은 이들이 최저생계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에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8월호(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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