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3-10   271

[심층2] 한국은 이미 복지국가다?-2050년 복지 자동성숙론의 허구-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년 12월 22일에 대통령은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년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다. 우리가 복지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였다(동아일보, 2010.12.23).1 그에 이어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나라의 2007년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의 7.5%로 OECD 평균인 19.3%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령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연금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이 늦어 이들 제도가 성숙하게 되면 신규제도의 도입이 없더라도 복지지출은 2050년경 GDP 대비 21~25%까지 증가하여 자동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기획재정부, 2010). 이런 주장과 함께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복지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린이와 어른의 체중을 비교하면서 어린이의 몸무게가 작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들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에 특수한 국방‧통일분야 지출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국방지출이 OECD 평균은 GDP 대비 1.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5%라고 하였고, 독일의 통일비용은 연 GDP의 4~5%에 이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복지지출 규모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우리나라가 정부의 주장대로 어린아이인지 여부에는 아마도 국민소득수준도 포함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규모가 작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여러 자료들을 통해 국민소득이 비슷한 수준일 때 복지지출이 어떠한가를 비교한 바 있다. 이 글에서도 국민소득에 따라 복지지출 수준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표 2-1>과 <그림 2-1>은 국민소득 수준이 유사할 때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를 일부 국가별로 제시한 것이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 수준일 때 <표 2-1>처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공공사회복지지출이 가장 낮은 호주가 GDP 대비 10.6%인데 우리나라는 동일한 소득수준에서 3%에 불과하다. 당시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3%는 OECD 평균인 17.1%에 비하면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인당 GDP 1만 5천 달러일 때나 2만 달러일 때도 마찬가지다. <표 2-1>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2007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6,574달러이고, 앞서 인용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7.5%인데, OECD 국가가 이 정도 소득 수준에 도달했을 때인 2003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평균 20.7%이다. 소득 수준이 1만 달러일 때와 비교해서 상당히 따라잡은 것이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차이는 <그림 2-1>을 보면 더욱 도드라진다. <그림 2-1>을 보면 복지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각 국은 대체로 북유럽 국가와 대륙유럽 국가군, 미국‧호주‧일본 국가군으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들 두 국가군과 멀찍이 떨어진 채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다음으로 노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자.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8년에 10.3%이고 2011년에 11.3%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그들 나라의 노인인구가 10.3%일 때와 11.3%일 때 공공복지지출 규모를 나타낸 것이 <표 2-2>이다. OECD 국가들 중 1980년대에 노인인구 비중이 10.3%에 도달한 나라는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정도인데 이들 국가의 공공복지지출은 모두 GDP 대비 10%를 넘고 있다(OECD 전체적으로는 노인인구 비중 10.3%가 1980년 이전에 도달되어 공공복지지출 자료를 수집할 수 없어 OECD 평균은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노인인구 비중이 11.3%에 달한 때에는 일본과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공복지지출 규모가 15%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우리나라 공공복지지출은 GDP 대비 7.5%이고 2010년에 8.9%이므로 노인인구가 10.3%에 달한 2008년도 공공복지지출은 GDP 대비 8.9% 이하이며 2011년에도 10%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표 2-2> 수치들은 노령화 수준이 유사할 때에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규모는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낮은 것이다.

또한, <표 2-2>에서 노인인구 비중이 10.3%와 11.3%에 도달했을 때 OECD 국가 소득 수준이 함께 제시되어 있다. 이를 보면 예컨대, 호주의 경우 노인인구가 10.3%일 때 1인당 GDP는 1만 4천 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2만 6천 달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 물론, 이 경우 1인당 GDP는 경상가격이므로 비교에 제한점이 있지만 <표 2-2>에 제시된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노령화 수준이었을 때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하게 나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국 소득 수준과 노령화 수준이 유사할 때 우리나라는 서구 국가들에 비해 대단히 적은 자원을 복지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주장대로 국가를 어린이와 어른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한다면 유럽 국가들은 어린이일 때부터 복지지출에 노력해 왔던 것이다.

다음으로 노인인구 증가와 제도 성숙에 따라 자동적으로 지출 수준이 증가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앞서 본 것처럼 정부는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빠르고 연금 등 노령화와 관련된 제도가 늦게 도입되었기 때문에 노령화가 진행되어 제도가 성숙하면 복지지출도 자동적으로 늘어나 선진국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과 관련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단순히 복지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선진복지국가가 됨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복지지출은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많다. 노인인구와 관련 복지지출은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노인인구가 많은 사회에도 청년이 있으며 어린이도 있다. 이들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이 균형을 이룰 때 그것이 성숙한 복지국가이다. 노령화에 따라 그에 관련된 복지지출이 늘어나리라 예상한다 해서 복지지출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므로 복지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복지지출은 무조건 소비적이고 낭비적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에 기반을 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령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동일한 속도로 동일한 내용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표 2-2>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대비된다. 노인인구 비중이 10.3%에서 11.3%로 늘어날 때 일본은 복지지출을 0.1% 증가했을 뿐, 표에 제시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노령화 진행에 따라 그와 관련된 제도들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했는지에 따라 각 나라의 경로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령화 추세도 현재의 추정대로 진행될 것인지 여부는 우리의 정책적 노력에 따라 상당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 추정에 동원된 가정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추정치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추정치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마치 기정사실처럼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이다.

다음으로 국방‧통일분야 지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살펴보자. <표 2-3>은 치안과 국방에 관련된 공공지출과 복지지출을 비교한 것이다(국방지출만 따로 분류한 자료는 입수하지 못해 치안 및 국방에 관련된 지출 자료를 사용하였다). 이 표에 의하면 대체로 보아 치안‧국방지출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가 작아 두 지출은 역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치안‧국방지출이 복지지출 규모를 일정 정도 제약하는 효과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그림 2-2> 참조).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치안‧국방지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복지지출 억제로 이어지는 논리는 더욱 보기 어렵다. 예컨대, 일본은 치안‧국방지출이 GDP 대비 2.5%로 낮은 편이지만 복지지출은 18.6%로 유사한 수준의 치안‧국방지출 규모를 가진 다른 나라보다 복지지출은 월등히 적다. 게다가 치안‧국방지출이 GDP의 9.6%나 되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높은 이스라엘을 보면 공공사회복지지출이 16.5%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치안‧국방지출이 훨씬 더 높지만 복지지출 규모도 우리나라보다 크다.


그리고 여기서는 통일비용에 관련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였지만 정부가 통일비용이 연 GDP의 4~5%에 이른다고 말한 독일의 복지지출 규모는 주지하다시피 대단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방지출이 복지지출과 역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일정 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복지지출을 결정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국방지출 등을 들어 복지지출을 억제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국방지출을 명분삼아 복지지출을 억제하고 싶은 것이다. <그림 2-2>를 보면 우리나라가 치안‧국방지출이 낮은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며, 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방지출을 복지지출의 억제수단으로 의도적으로 활용해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소득 수준과 노령화 수준을 통제했을 때 복지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았고 치안‧국방지출과 복지지출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들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는 유사한 소득 수준과 유사한 노령화 수준 그리고 유사한 치안‧국방지출 수준에서도 복지지출 규모는 낮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복지국가라는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노령화에 따라 복지지출이 자동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복지지출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늘어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또 복지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숙한 복지국가임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복지제도의 내용이며 복지와 경제의 관계이고 그러한 것들을 성숙시키려는 정치적‧사회적 의지와 합의이다. 추정치는 의미가 없지 않지만 그것을 기정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복지를 낭비로 간주하는 일천한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미주|

  1. 동아일보, 2010년 12월 23일자 ↩︎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3월호(제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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