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1.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태의 발단과 과정
2010년 10월 17일, 신문과 방송은 우리나라 유일의 법정 모금창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 내부의 비리와 부정행위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였다. 즉, 국회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12일, 모금회가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경기지회, 인천지회, 대구지회 등 모금회 내부감사 결과 자료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소중한 국민성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됨에 따라 모금회에 대한 국민의 비난 목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자 중앙 모금회 회장과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사회, 그리고 16개 지회 회장 중 상당수가 비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 감사결과 발표 하루 전인 11월 21일 전격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1월 22일 보건복지부의 전국 모금회 감사결과는 모금회의 비리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모금회 조직뿐만 아니라 연말 기부행위 자체를 꽁꽁 얼어 붓게 하는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날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부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 모금회 비리와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빌미로 하여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가칭 의료구제모금회를 2011년 상반기까지 출범시키기로 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공동모금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모금회는 비상대책위원회(6인)를 구성하고, 차기 이사회 구성 등 조직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결과 12월 15일에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새 회장이 추대를 받게 되었고, 사무총장도 12월 31일에 선출됨으로써 모금회 조직이 일차적으로 개편되었다.
사실상 이러한 모금회의 문제는 이미 2008년 이명박정부 들어서면서 복수화로의 법안 개정 시도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바가 있다. 2008년 10월부터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모금회를 놓고서 운영의 비효율성과 회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중앙회와 지회 간의 관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계기로 하여 복수화 논쟁이 불거지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2008년 11월 한나라당 손숙미의원 법안 발의는 모금회 복수화 이슈를 사회복지계 내외에 불러일으켰고, 모금기관의 관치화 논쟁과 함께 모금회 조직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 한국사회복지관협회 등 18개 전국 단위 사회복지 단체들로 구성된 ‘공동모금회법 개정 반대 대책위원회’와 모금회는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정부는 기부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앞서 11월 20일에는 이례적으로 전국 사회복지학과 관련 교수 326명이 성명을 내어 “전문모금기관에 대한 지정, 평가 및 지원 기능을 하도록 하는 이번 발의안은 사실상 민간 모금기구를 정부의 산하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여 한나라당은 관치화의 빌미가 될 조항들을 바꾸는 쪽으로의 수정법률 제안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2008년 12월에 심재철의원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러한 한나라당 수정법안 발의의 표면적인 이유는 공동모금회의 운영 상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및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으로서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이명박정부의 정권 교체로 인한 가버넌스의 변화와, 보건복지부의 모금회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욕구, 그리고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에 따라 국가 조세에 의한 사회복지 재원 마련보다는 부족한 정부의 복지 재원을 민간자원 동원을 통해서 달성하겠다는 이명박정부의 정략적인 재원 마련 의도 등에 의해 발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서, 2009년 2월에 모금회는 이사회를 열어 정부의 신임을 받은 사회복지계 인물을 새 사무총장에 선임키로 결정하였고, 이어 3월에는 모금회 부회장 겸 모금분과실행위원장을 모금회 새 회장으로 추대하였다. 정부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중앙 모금회 새 회장과 사무총장 체제는 2010년 9월 까지 무리없이 유지되어 오다가 10월 자체 감사결과의 국정감사 비리문제 보도에 의해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금회 비리 사태는 국민의 분노를 이용하여 정치권이 2008년 말 촉발시킨 모금회 복수화 안을 다시 불지펴 주었다. 또한 차제에 모금회의 관치화 및 감세로 인한 재정 확보 수단으로서 정부가 민간의 돈까지 탐을 내는, 즉 민간 재원 확보의 호기로 모금회를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계에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2010년 11월 29일에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이를 경계하면서 “정부는 모금회 개편을 빌미로 국민의 성금을 탐내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그 후 12월 7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치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발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이어서 12월 8일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민의 신뢰 회복과 나눔문화 확산의 발전적 계기로 삼아야 – 모금기관 복수화 주장은 사태를 왜곡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처럼 현재 대다수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모금회 비리에 대한 내부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모금회에 대한 정부 간섭과 관치화, 그리고 시장논리에 따른 경쟁식 모금에 대한 정부의 복수화 시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 모금회 비리 사태를 보는 눈
모금회는 1998년 설립 이후 10여년 간 양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동안 회관매입사태(2005년)와 사무총장 사퇴(2006년), 공동모금회법 개정(2007년) 등의 풍파가 있었지만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1999~2008년까지 지난 10년간 모금 총액은 1조 4,152억원이나 되었다. 또한 모금회 규모도 커져 전체 직원이 300명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모금시장의 최대조직으로 발돋움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금회는 모금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소액기부자와 기부문화 확산에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기업중심의 모금, 그것도 대기업 중심의 모금이 주를 이루어 개인기부액이 적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모금회의 관료화와 과다한 성과주의 등 문제를 노정하였다.
그러나 작금의 공동모금회 때리기는 본질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목적성에 의해서 모금회가 무슨 커다란 비리집단처럼 매도되고 있다. 정치논리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면 시킬수록 모금 총액은 줄어들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모금회 비리 사태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중첩된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세 가지 문제를 똑바로 봐야 한다.
첫째 문제는 이번 비리 사태를 유발한 1차적 책임당사자인 모금회 내부 문제이다. 특히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 비리 문제에 대해 모금회 자체가 철저한 자기반성에 의한 강력한 개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모금회의 문제는 모금회의 지배구조를 비롯하여 조직 운영, 내부 구성원의 자질 향상, 대외적인 소통 구조, 궁극적인 정체성 실현 등에 대한 적절한 개혁방안을 구현하는 데에 강력히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금회의 쇄신과 투명한 운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하며, 아울러 모금회를 우리사회의 공공기구로서 스스로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문제는 이번 비리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빌미로 하여 다른 의도를 갖고서 모금회를 과도하게 이용하려는 모금회 외부 집단 문제이다. 특히 정부가 2008년 말 촉발시킨 공동모금회 복수화 안을 다시 끄집어내어 차제에 모금회에 대한 관치화를 시도하는 데 대해 철저히 저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금회의 관치화는 ‘관 주도의 성금모금 및 관리운영을 지양하고, 민간단체가 직접 모금 및 배분을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이웃돕기운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정부 간섭 배제’를 원칙으로 제정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의 사회적 합의를 허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모금개입과 전용으로 인한 정부 본연의 사회복지 증진 역할을 방기하게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의 목적 및 재원마련 방식 등에서 정부와 모금기관이 각각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은 납세자인 국민의사와 상관없이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정도의 돈을 강제적으로 걷는다. 여기서 납세여부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결정한다. 반면 기부나 모금은 철저히 개인과 민간영역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셋째 문제는 모금회 내, 외부 문제보다 더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모금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켜 모금사업 자체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결국 그 영향은 배분에 영향을 끼쳐 빈곤소외계층의 지원과 나눔의 격감을 초래케 하는 기부와 나눔 사업 전체에 대한 불신 문제이다. 모금회의 각종 비리행위로 국민의 부정적 시선과 불신이 커지면서 기부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연말 모금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모금액 전체의 감소는 기부문화를 위축시키고 나눔에 대한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민간 자원동원 자체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매우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합모금의 활성화와 일반 전문모금기관의 세액공제혜택 제고 등을 법률개정을 통해 실현토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보다 더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모금회는 기부문화, 나눔문화를 확산하여 풀뿌리, 작은 지역 단위의 생활 속 나눔이 커지도록 하는 기능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모금회를 없애고 정부가 정책적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향후, 국가의 재분배 정책을 잘 살린다면 굳이 거대한 규모의 모금회가 필요하지 않으리라 본다.
3. 모금회 정상화의 방안
모금회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이는 모금회에서 모금하는 기금의 출발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이고 불우이웃돕기사업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모금해서 우리 사회에 가장 소외된 사람 그리고 가장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 사업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금회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번 비리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하고, 비리행위에 대한 엄정한 징계와 처벌 등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이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고려할 때, 모금회의 모금과 배분의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모금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눔문화를 확산시켜야 하는 모금회의 근본취지를 되살려 나가야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서 다음과 같은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여러 사회적 감시 장치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모금회 연간보고서를 매년 4월 정기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여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성금기관인 모금회의 모금과 배분의 투명성에 대한 최종 승인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모금회는 이사회와 분과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원칙적으로 실시하며,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한 사무국 운영비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 또한, 기부자 일반을 대표하여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일반 국민의 기부정서와 배분선호도를 수렴하고 모금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게 한다.
아울러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회계관리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하여 모금회 업무와 재무관리 등을 중앙회 및 지회와 연계하여 관리,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회계책임자 및 직원에 대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강화해야 하며, 지회의 모든 직원 채용에 중앙회의 관여를 늘리고, 중앙회 및 지회 모든 임직원에 대한 윤리강령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모금회 조직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민간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법률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여, 국회 등으로부터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추천받아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회장, 사무총장 등 임원 인선과정을 공정하고 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한다.
그리고 모금회 회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비상근으로 업무를 보는 현 제도 하에서는 업무 파악과 감독을 충분히 하기 어렵고 비상임직인 회장과 이사회가 공동모금회 운영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책임을 갖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회장의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능력 있고 추진력을 갖춘 명망 있는 회장이 지속적으로 모금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연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공동모금회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해소하기 위해 연합기획모금을 강화해야 한다. 집중모금기간 이외의 기간에 다른 기관과 연합하여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회의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 지회에 대한 중앙의 통솔권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모금회의 복수화는 그 자체가 모순이며, 모금 총량을 감소시키는 시대 역행적이기 때문에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ONE GIFT FOR ALL’의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공동모금회제도는 모금을 늘려 나가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선진국에서 역사적인 경로를 통해 탄생한 제도인데 이를 다시 모금 경쟁에 의해 복수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의료구제공동모금회를 하나 더 만들어 시행하기보다는 아름다운재단과 같은 일반모금기관을 만드는 것이 기부문화 활성화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향후 모금회는 이러한 일반모금기관과 어떻게 상호발전적으로 관계를 잘 수립해 갈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검토를 해 나가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1월호(제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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