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4-10   2867

[동향1]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

지난 3월 11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피해구제법이라 한다.)이 국회 법사위에 이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 법은 의료사고 제반 업무와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우리 단체의 숙원사업으로 지난 10여 년 간 이 법 제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인고의 산물임에도 정작 현재 통과된 법안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하는 바가 더 크다. 우리 단체의 숙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안에 대해서는 결사반대하였고, 제정된 이 법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법안으로는 의료사고피해구제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Ⅰ. 법안의 주요 내용

  1. 분쟁조정 기구

 조정중재원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조정중재원의 업무는 ①의료분쟁의 조정. 중재 및 상담, 의료사고 감정, ②손해배상금 대불, ③의료분쟁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 연구, 통계 작성, 교육 및 홍보, 그 밖의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의료분쟁을 조정하거나 중재하기 위하여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 및 50인 이상 100인 이내의 조정위원으로 법조인, 의료인, 소비자 대표, 학계대표 등으로 구성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5인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된 분야별, 대상별 또는 지역별 조정부를 둘 수 있으며, 조정부는 의료분쟁의 조정 결정 및 중재 판정,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조정조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의료분쟁의 신속. 공정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의료사고 감정단을 설치하고, 의료인의 경우 의사전문의 자격취득 후 2년 이상 경과한 사람 중에서 감정위원으로 위촉한다. 감정위원 5인 중 의료인은 2인으로 하고, 법조인 2인, 소비자 대표는 1인으로 구성한다. 감정단은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에 필요한 사실조사, 의료행위를 둘러싼 과실 유무 및 인과관계의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 등의 업무를 한다.

<표> 조정 중재원의 구성안

▶ 특수법인인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치

–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의료사고 감정단 및 사무국으로 구성

– 원장, 위원장, 단장 및 비상임 이사로 이사회를 구성(총 9인)

– 임원의 임기는 3년 원장, 원장은 복지부장관이 임명

구분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의료사고 감정단

구성

(위원수)

-위원장 포함 50인 이상 100인 이내

(위원 자격)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1/5〕

-보건의료인단체(or보건의료기단체)

에서 추천하는 자〔1/5〕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자〔1/5〕

-대학의 부교수 등 〔1/5〕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1/5〕

외국법제(or 보건의료)관련 인사 5인

이상 당연포함

(임기 등) 3년 연임 가능

(위 촉)

-위원장:복지부 장관이 임명

-조정위원:원장이 위촉

(위원수)

-단장 및 50인 이상 100인 이내 위원

(위원자격)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경과한 자

-변호사 자격취득 후 5년 이상 경과한 자

-외국의 전문의(or 변호사)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경과한 자

(임기 등 ) 3년, 연임 가능

(위 촉)

-단장: 복지부장관이 임명

-감정위원: 감정위원추천위원회(총9명)의

추천을 거쳐 원장이 임명 또는 위촉

업무

-조종부에 구성에 관한사항

-조정위원회의 의사에 관한 규칙의 제 정, 개정 및 폐지

-사실조사

-과실 및 휴우 장애 발생여부 등 확인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 감정

분야별

조정부

(감정부)

(구성)

-5인의 조정위원을 균등하게 구성

(중재의 경우 조정위원 수들 6인 이상

10인 이내의 범위에서 선택 가능 )

(조정부의 장)

-판사. 검사 및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위원장이 지명

(업무)

-조정결정 및 중재판정, 조정액결정 등

(구성)

-3인의 감정위원으로 8개조정부를 구성〔전문의2인(1인/상근,1인/비상근),변호사

1인(상근 1인이 2개 조정부 담당)〕

(감정부의 장)

-전문의 중에서 단장이 지명

(업무)

-사실조사

-감정서 작성 등

조사관

– 감정위원 업무 보좌를 위하여 변호사. 의사. 치괴의사 및 한의사,약사, 한약사 또는 간호사를 조사관으로 채용

  2. 조정절차

 의료분쟁의 당사자는 환자나 의료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조정중재원에 분쟁의 조정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당사자의 법정대리인,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분쟁조정신청은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10년,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감정부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신청인, 피 신청인 등으로 하여금 출석하게 하여 진술하거나 문서, 물건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도록 하고, 조정신청이 있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감정부는 감정서를 작성하여 조정부에 송부하여야 한다, 단 1회에 한하여 30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정부는 당해 사건에 대한 감정부의 감정의견을 참작하여 조정신청이 있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조정결정을 하여야 하며, 1회에 한하여 30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조정은 당사자 쌍방이 조정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동의를 하거나, 15일 이내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동의한 것으로 보는 때에 성립하며, 성립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당사자 쌍방은 조정절차 진행 중에 합의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3.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①조정이 성립되거나 중재판정이 내려진 경우 또는 제37조 제1항에 따라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 각서가 작성된 경우, ②소비자기본법 제67조 제3항 따라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③법원이 의료분쟁에 관한 절차에서 의료인 등에 대하여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집행권원을 작성한 경우(다만, 판결은 확정된 경우에 한함)에 해당함에도 그에 따른 금원을 지급받지 못한 때에는 미지급금에 대하여 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청구할 수 있다.

   4. 형사처벌 특례 & 산부인과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

「형법」제 268조의 죄 중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에 대하여는 제36조 제3항에 따른 조정이 성립하거나 제 37조 제2항에 따라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51조 제1항). 불가항력적 사고 보상은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환자 측이 입은 손실을 일정 범위에서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를 대상(제46조)으로 추진된다.

 Ⅱ. 법안의 주요 문제점

 첫째. 피해구제를 담보할 수 있는 입증전환 규정을 도입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운영되던 의료심사조정위원회나 각종 보험 등 의료사고 관련 제도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거나 사문화되어 결국 새로운 대안 법을 만들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의료사고나 의료행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극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는 과실 유무를 형량화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될 경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진료기록뿐이다. 그런 진료기록은 사고 당사자인 의료인들에 의해 작성되고 보관되는 한계로 인해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나 가족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과실여부를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환자 측이 의료과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여 입증을 완화하거나 전환시키는 추세이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운송법 등에 입증을 전환시키는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가 특수한 영역임을 고려해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이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만이 현재 의료인과 환자의 불균형적인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는 다른 영역과 달리 의료의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충분히 공감되었던 것이다.(물론 의료계에서는 가장 반대하는 내용이었지만)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우리 단체를 포함한 시민․ 사회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입증책임전환 규정을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복지부는‘감정부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보건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또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 당시 환자의 상태 및 그 행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 등을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조정 내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입증책임전환이 반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행 의료소송에서의 증인신문이 사고 당사자인 의료인이 자신의 과실을 변명하는 자리로 변질되어 버려‘그들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다. 는 불문율을 깨뜨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의료법상 30여 년 동안 운영되었던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각 시도에 인료인 등을 중심으로7~10인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국적으로 방대한 인력으로 운영되었으나 결국 사문화되어 대안 법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이는 곧 감정부의 구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특정 직역(의료인)에 대한 예외적인 형사특례를 적용하였다.

 더욱이 의료인을 적극적으로 조정에 참여시키는 명분으로 우리나라의 입법사상 전례가 없는 특정 직역에 대한 예외적인 특례를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특례를 도입하게 되면 사실관계를 밝히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사건 해결에만 주안점을 두거나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규명하지 못한 채 의사에게 면제부만 주게 될 경우 조정과정을 통한 환자들의 실 보상이 안되고 형식적인 조정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피해구제의 실익과 실효성이 불투명해 질 수 있다. 특히 국가 형벌권 행사는 국가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임에도 특정 직업에 대해서 그 권한을 배제하는 것을 입법권의 범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의료계는 형사처벌 부과 시 의료인의 위축으로 인해 방어적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고,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과잉검사, 위험환자의 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미치기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는 평등권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진료권이 위축될 정도로 의사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또한 실제 이익이 국민에게 미친다는 것만으로 의사에게만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타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도 의료인의 행위는 거의 대부분이 경과실로 판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형사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과거 시민․사회단체에서 의사의 형사처벌 특례를 언급한 것은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입증책임이 전환된다는 전제하에 의료인 측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함이었다.

셋째. 제한적인 무과실 국가배상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규정은 이번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복지부조차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외국의 경우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 바로 법에 담기에는 그 대상이나 범위에 대한 데이터를 하나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얼마나 소요될 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며 신중한 처리를 요구한 바 있다.

 불가항력적인 무과실보상을 허용하게 될 경우, 과실을 입증하기 보다는 무과실보상으로 빠지려는 위험성을 높여 의료사고의 원인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가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과실에 대한 책임 규명을 소홀하게 만드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엄청난 재원만 소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미 무과실보상을 허용한 다른 나라에서도 무과실로의 도피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아주 제한적인 범위로 한정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런 재원마련에 대한 계획도 없이 법안에 밀어놓고 급기야 이를 1년 유예한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더욱이 진료과목이나 대상에 대한 범위의 제한의 문제보다 보상액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산부인과 분만사고의 의료소송 승소는 10%에 불과하다. 이는 진료기록이 데이터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의료인 주관에 의해 작성된다는 점, 짧은 시간동안에 이루어진다는 점, 대부분 분만실 등에서 사고가 이루어진다는 점 등으로 사실상 진료기록만으로 과실여부를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며,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무과실 보상이 될 것이고 3,000여만원 정도로 보상을 한다면 분만사고로 애기가 뇌손상이 되었을 경우 이를 보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피해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보험체계상의 보상제도가 아닌 대불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대불제도에 의한 보상 규정과 공제회의 임의가입 문제이다. 대불제도는 재정이 어려운 의사나 의료기관의 지불을 담보하는 것으로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의사나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사고에 대한 보상을 책임지는 형태로 의사나 의료기관의 주머니 상태가 고려되어야하는 상태에서의 보상체계이고, 현재 평균 배상액이 350만원에 불과한 의사공제회에 임의가입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시민․ 사회단체가 주장하는 완전한 책임보험(강제가입)과 종합보험(임의가입)에 의한 보상체계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제도를 훨씬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책임보험이나 종합보험에 의한 보상체계가 아닌 가해 운전자가 전적으로 보상이나 배상을 책임지는 형태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Ⅲ. 결론

의료사고는 의료행위 중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평생 병원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국민이라면 언제든 닥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의료사고’이다.

 기업과 소비자와의 분쟁조정은 해당 사업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이며 소비자 중심적 관점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재기관이 소비자적인 관점보다는 형평성만을 강조하거나 산업 영역에서의 특수성 또는 기업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면 소비자는 중재기관의 판단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며, 이는 사회적인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23년 만에 제정된 이번 피해구제법에는 우리 단체를 포함한 시민․ 사회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입증책임전환 규정은 빠지고, 특정 직역(의료인)에 대한 예외적인 형사특례를 적용하고, 산부인과 분만 사고에 한하여 제한적인 무과실 국가배상제도도입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 이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대부분 반영하여 통과시킨 법이다. 나는 우려한다. 의료사고피해자나 가족들의 피해보상은 담보되지 않으면서 의사들에게 자칫 민․형사적 책임만 면하게 해주는 “의사를 위한 법”이 될 것을 나는 우려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4월호(제150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