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6-20   3184

[심층분석4] 주택개량정책의 현황과 과제

홍인옥 | 박사, 전 한국도시연구소 연구부장

 

들어가며
주택개량정책은 국민들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거주에 적절하지 않은 주택에서 살고 있는 가구에게 최소한의 안전과 실내환경이 확보되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주거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거복지정책의 하나이다. 그런데 주택개량정책은 공공임대주택정책이나 임대료 보조정책 등 다른 주거복지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간의 주거복지가 워낙 소득수준에 걸맞은 적정주택을 확보하고 또한 저소득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임대료지원이 주요 관심사였고 주택개량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주택개량은 노후불량주택문제의 대책으로 고려되었으며, 주거복지적 측면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채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점차 주택이 단순히 생활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문제가 되면서 주택개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택개량정책의 전개과정

주택개량에 대한 본격적 정책은 1976년 농어촌주택개량지원제도에서부터이다. 새마을운동의 핵심사업이었던 초가집 개량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우리나라 농어촌주택정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동안 농어촌주택개량으로 유지되던 주택개량정책은 1989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계기로 도시주택으로까지 정책대상이 확대되었다. 이로써 그 동안 암묵적으로 적용되던 ‘농어촌주택은 개량, 도시주택은 정비’라는 노후불량주택에 대한 전략이 도시주택에서도 정비와 함께 개량을 실시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주택에 대한 개량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주택개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현물급여가 시행되면서 주택개량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존의 개량사업이 개량을 원하는 가구에게 필요한 자금을 융자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주거현물급여는 대상가구를 방문하여 직접 집수리를 제공하는 개량지원방식을 채택했다. 이 같은 개량서비스 지원사업은 비록 주택 개량수준은 높지 않으나, 사실상 간과해 왔던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여건을 바꾸는데 기여하였으며,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가시적 효과를 가져 온 게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농어촌 장애인 주택개조지원사업(2006년), 사회취약계층 주택 개·보수사업(2009년)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한 집수리사업이 증가했다.
최근 들어, 주택과 연계된 정책사업으로 개량 사업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2007년), 슬레이트지붕개량사업(2009년), 그린홈 사업(2009) 등이 그것이다. 특히 에너지나 환경문제와 관련한 사업들로 점점 더 늘어나 앞으로 주택개량정책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개량정책 현황과 특성

우리나라 주택개량정책은 공공부문 특히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있고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민간단체, 민간기업, 그리고 자원봉사조직 등이 별도 사업 내지는 프로그램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주택개량사업은 <표4- 1>과 같다.

 

표4-1.jpg

시기적으로 우리나라 주택개량정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으나,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접어들어 주거현물급여가 시행되면서부터이다. 정책의 성격측면에서 주택개량은 농어촌 노후불량주택개량에서 시작하여 주거지정비의 지원수단으로, 그리고 사회복지정책의 주요수단이 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에너지정책과 환경 및 보건·건강차원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주택개량이 단순히 주택을 고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복지서비스로 제공되고 있고, 에너지를 비롯하여 환경과 건강문제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주택개량사업은 정부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택 자체의 문제에서부터 에너지, 환경, 보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택개량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면서 사업주체도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다양해지고 있다.
한편 지원형태에 따라 주택개량사업은 융자금을 지원하는 자금지원방식과 직접 집수리를 제공하는 서비스지원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주목할 점은 2002년 이전에 도입된 농어촌주택개량지원사업과 주거환경개선 주택자금지원사업만 자금지원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고, 2002년 이후에 도입된 사업들은 모두 서비스지원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택개량을 둘러싼 주요쟁점

 

개량보다 철거 우선
노후불량주택을 개량(improvement)할 것인지 아니면 철거(clearance)할 것인지는 주택정책의 주요 쟁점사항 중의 하나이다(Hays, 1995; Lund, 1996). 우리나라는 사실상 철거위주로 노후불량주택문제를 해결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도시 곳곳에 무단으로 조성된 이른바 ‘달동네’ ‘산동네’라 불리던 노후불량주택밀집지역의 경우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지어진 무허가 주택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택개량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으며 철거방식의 재개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양상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거재개발사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고, 노후불량주택에 대해 개량보다는 철거정비를 우선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불량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개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에 중점을 둘 것인가 저소득층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일반적으로 주택개량사업은 주택의 적정성(fitness)과 가구 소득(income),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지원대상을 선정한다(Lund, 1997).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개량사업은 주택 적정성에 대한 기준없이, 일종의 ‘편의적 소득’ 기준으로 수급자 여부를 적용하여 개량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렇게 대상자를 선정하다보니 개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거나 편의시설을 구비하지 못한 주택들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개량조차 그나마 자가소유 수급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개량정책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성격과 주택정책의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으나, 현행 개량사업은 노후불량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정책으로서 한계가 있으며 저소득 취약계층의 복지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임차가구의 지원여부
임차가구를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주택개량정책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이다. 사실 누구보다도 집수리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이 바로 이들 저소득 임차가구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저렴한 주거공간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소득 임차가구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집수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나, 문제는 임차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에 대한 집수리지원은 기대만큼 지원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오히려 임차인에게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임차가구를 대상으로 집수리서비스를 제공하자 임대기간 중임에도 집주인이 계약을 해지하여 해당 가구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올려 받은 사례들이 있다. 때문에 임차가구에 대한 개량지원을 당장 시행해야 하나, 그 전에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지원대상 및 목표
주택의 어느 부분을 어느 수준으로 개량할 것인지 그래서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하는가는 주택개량사업의 실질적인 주요 사안들이다. 개별 사업별로 설정하고 있는 목표에 따라 개량대상과 수준을 정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지원금액을 설정하거나 적정한 개량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택개량사업은 대부분 사업목표가 생활환경 개선, 주거안정 등으로 지극히 추상적이고 개량대상 또한 특정 부문이 아니라 주택 전체를 해당으로 하고 있다. 실제 사업은 객관적 근거없이 시행 주체의 판단이나 대상자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다분히 주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지원규모에 따라 개량대상이나 수준이 정해지고 있어 결국 지원금 한도 내에서 주관적 평가에 따라 집수리를 하고 있다. 사업목적이 분명치 않고, 지원규모 또한 주택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현행 개량사업에서는 당사자가 원하는 사항을 우선적으로 개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량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걸맞은 주택개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대상과 지원수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주택개량정책의 과제

 

주택개량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다. 여기서는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주택개량정책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현실적인 정책목표 설정
첫째, 현실적인 정책목표 설정이다. 주택개량은 주택정책의 한 부문이며, 또한 복지정책의 대상이고 또한 최근에는 에너지정책과 환경·보건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택개량 자체가 달라졌다기보다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주택개량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지금은 기본원칙과 체계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노후불량주택은 개량보다는 여전히 철거정비되고 있고, 집수리지원의 경우 일부 가구는 중복 지원을 받는가하면 열악한 주거환경임에도 수급자가, 자가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주택개량정책은 정책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택정책의 구색을 맞추거나 실속 없이 생색내는 복지서비스로서가 아니라 노후불량주택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적절한 주거환경을 위한 정책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주택재고 전반에 대한 상태파악이 필요하다. 사실 주택개량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택을 대상으로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하나, 당장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기존 조사결과 및 각종 행정자료 등을 활용하여 주택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정책 방향 및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거주에 적절한 주택’ 기준 설정
두 번째 과제는 ‘거주에 적절한 주택’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주택개량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주에 적절한 주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기준에 근거하여 주택개량이 추진되어야 한다. 사실 최저주거기준에서는 주택과 관련하여 구조·성능·환경 부문에서의 주거기준을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채 다분히 포괄적인 내용으로 설정되어 있다. 최저주거기준의 구조·성능·환경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초로 개량을 위한 거주에 적절한 주택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주택개량관리체계 구축 
마지막으로는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주택개량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택개량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주택개량정책은 개량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주도하고 있으며, 개량자금 지원방식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개량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지원대상이 중복되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해 사업 간의 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자금지원방식의 주택개량정책은 특히 적절한 지원 및 관리체계를 필요로 한다. 일반 주택소유주가 융자금으로 주택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표준개량모델에서부터 업체를 비롯하여 공사별 비용 등에 이르기까지 개량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일괄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택개량정책을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택개량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영태, 2006, 프랑스 주거복지정책 100년의 교훈, 삼성경제연구소
(사)한국주거복지협회, 2011, 자활 주거복지사업단 및 공동체의 현황과 발전 방안
홍인옥, 2011, 주택개량의 현황과 과제, 제2회 주거복지컨퍼런스 자료집
Hays, R.A., 1995, The Federal Government and Urban Housing: Ideology and Change in Public Policy, SUNY Press
Lund, B., 1996, Housing Problems and Housing Policy, Longman

 

첨부파일:

월간 <복지동향> 2011년 6월호(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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