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10-18   4780

[심층분석2]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 어떻게 다듬어 갈 것인가?

김용득│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 맥락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소득보장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공부조 수급자와 저소득층에 부가적으로 제공되어온 잔여적인 복지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는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개인을 돕는 사회서비스는 사적인 가족의 틀 안에서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국가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았다. 그동안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민간에 대한 기관위탁과 운영비에 대한 정부보조금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보조금의 액수는 시설 규모나 직원 수로 따라 결정되었다.

 

사회복지서비스가 부각되는 배경은 저출산과 고령인구의 증가, 그리고 여성고용의 증가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가족의 전통적인 보호능력의 약화를 가져온다. 이에 더해 일자리 공급 부족, 빈곤층 증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0년대 중반에는 서비스 대상의 확대와 함께 정부의 지원방식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2003년에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여 공급자에 대한 재정지원방식을 수요자 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권 제도를 규정하였다. 이러한 사회복지서비스 지원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이 보건복지부가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이용권 사업이다. 그리고 2007년에는 전 소득계층의 노인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고, 신청자격을 받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7월에 이 법이 시행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여 보육서비스 이용권제도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였고, 2009년에 전자바우처카드(아이사랑카드)를 이용하여 부모에게 직접 보육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사회서비스이용권제도 도입,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실시, 보육바우처제도의 도입 등은 이전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도 2000년대 중반이후부터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논의 내용은 시장기제, 계약제, 이용자선택, 준시장, 공급자경쟁, 효율성, 민영화, 공적인프라 확대, 공공성 강화, 품질관리, 좋은 일자리, 사회적기업 등의 광범위한 개념을 다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고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주요한 논점으로 제기되어야 하는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장애인, 아동, 한부모, 노숙인, 사회복지관 등의 광범위한 영역은 전통적 공급자 지원방식에 의해서 작동하고 있다. 반면에 노인요양서비스, 사회서비스 이용권 서비스, 보육서비스 등은 수요자 지원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체계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들 각각에서 중요한 쟁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공급체계를 좀 더 이용자에게 민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여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이용자선택제도의 도입이 고려될 수 있다. 이 영역은 이미 대부분의 재정이 정부지원으로 조달되고 있고, 서비스 인프라도 대부분 공공재원에 의해서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반면에 보육서비스 영역을 보면, 정부의 별도 지원 없이 전체 아동의 85% 이상의 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개인 및 가정보육시설에 관련해서는 이용자 선택의 문제보다는 기본적인 공공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사회복지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영역별로 상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획일적인 접근방식은 적절치 않다.

 

 

3. 기제들의 병합(조화)이 현실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다.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 논쟁은 대개 시장기제의 도입과 공동체 가치의 보존이라는 대립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를 다는 각도에서 보면 이용자 선택과 공동체 가치와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흔히 이용자의 자기결정과 선택은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들어 이용자의 목소리(voice)가 높아지면서 서비스 선택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제도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념과 당사자주의에 기초한 장애인 단체의 요구운동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용자 선택은 불가피하게 공급자 경쟁을 조건으로 한다. 공급자가 경쟁하지 않는 조건에서 이용자 선택은 현실적인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보면 공급자 경쟁은 전통적인 사회복지서비스의 가치인 공동체성과 파트너십에 반하는 방향이다. 이용자 선택의 가치도 실현하고, 공동체성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한국 사회복지서비스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어렵지 않게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공급체계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결국 현실세계에서 공급체계는 일정 수준의 이용자 선택과 일정 수준의 공급자 경쟁, 그리고 일정 수준의 지역 공동체라는 상황적합 지점을 선택하는 방법 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과도하게 공급자 중심적이며 이용자에게 둔감한 서비스 공급체계는 이용자 선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반대로 과다한 경쟁으로 공동체와 연대의식이 위협받는 서비스 공급체계는 공적 책임성과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런 폭넓은 관점에 기반 해서 각 서비스 영역의 특성(이용자의 선택능력, 서비스의 표준화 가능정도,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가능 정도, 미래에 대한 영향 정도 등)별로 주된 기제와 보조기제를 적절히 병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시장기제에 관련된 논의로 표현하면 시장기제와 반-시장 기제를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4.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계약 방식이 사용되어야 한다.  

 

비영리기관이나 개인 또는 영리조직이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방식은 지방정부의 서비스 구매행위(commissioning) 또는 계약(contracts)을 통해서 이다. 지방정부가 민관연계 방식으로 채택 가능한 세 가지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접 서비스 요금(fee for service) 방식이다. 이는 노인요양제도나 사회서비스 이용권 제도와 같이 개인별 서비스 급여액을 제도 운영기관(노인요양의 경우 건강보험공단, 사회서비스 이용권제도의 경우 지방정부)이 결정하고, 이 금액의 범위에서 제공기관을 선택해서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성인 돌봄서비스에 많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둘째, 간접 서비스 요금 방식이다. 장애아동과 같이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서비스 행위별 요금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자격심사를 하고, 자격을 승인 받은 이용자가 제공기관을 선택하여 이용하면, 지방정부는 제공기관에 자격을 승인받은 사람에 대한 전년도 서비스 제공 실적을 기준으로 당해 연도 운영예산을 산정하는 방식(영국의 아동서비스 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셋째, 서비스별 또는 프로그램별 계약(service or program contract) 방식이다. 이는 개인단위의 요금방식으로 재정이 할당되는 것이 어렵거나 적절하지 않은 경우 목적하는 과업단위 또는 프로그램 단위로 재정이 할당되는 방식(지역사회 청소년 비행 예방 프로젝트, 지적장애인 권익보호활동 프로젝트 등)이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 계약 방법들은 이용자의 특성과 지역의 서비스 제공기관의 분포 또는 역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제공역량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대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직접 서비스 요금 방식이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제공역량이 낮은 농어촌지역의 경우에는 프로그램별 계약방식이나 간접 서비스 요금 방식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 논의는 이런 맥락에서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다른 공급 방식이 허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5. 민간서비스 공급체계와 공공전달체계는 연결되어야 한다.

 

최근에 다양한 지역주민의 욕구에 대처하기 위해서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공적 전달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사회복지 인력 확충 계획도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은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주체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의 민간주체들은 노인요양보험, 사회서비스 이용권, 보육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연단위로 책정된 운영비를 지방정부로부터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누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에 관련된 자격심사와 결정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에서 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공적전달체계 개편만으로는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편리하고 공평한 접근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비스 연계팀에 사례관리전문요원을 확충하고, 이들의 서비스 업무를 강화하는 등의 공적 전달체계의 개편에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공적 전달체계의 안내(자격심사)를 받은 이용자들이 민간서비스 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공식적인 통로의 구축이다. 공공과 민간의 현재의 역할분담체계에서 볼 때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은 서비스 관리주체인 공공섹터가 주민의 신청에 대해서 잘 응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내 및 연결 기능과 서비스 제공주체인 민간섹터가 개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 기능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실효성을 갖춘 품질관리 제도의 구축이 중요하다.

 

현재의 대표적인 사회복지서비스 품질관리 기제인 사회복지시설평가제도는 장애인생활시설, 노인생활시설, 노숙인시설,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등의 전통적인 대규모 기관들에 국한하여 평가하고 있다. 이 평가제도에서는 매년 새롭게 현장 평가팀(교수, 공무원, 현장전문가)을 구성하여 시행하기 때문에 평가의 일관성 및 평가팀 간의 일관성이 취약하여 평가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평가결과에 따라 일정 수준 이하의 시설에 경고, 꼭 필요한 경우 시설신고 취소 등의 수단과 연계되어 있지 못하여 품질관리를 위한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요양시설의 경우에는 2009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평가를 신청한 시설에 대하여 시설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모든 시설에 대한 평가가 시작된다. 그리고 보육서비스의 경우에는 신청한 시설에 대하여 평가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시행될 사회서비스이용권에관한법률에서도 제공기관 등록제와 함께 평가제도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평가제 또는 인증제는 비체계적이고 파편적이다. 사회복지사업법의 평가제도, 노인요양의 평가제도, 보육서비스의 평가인증제도는 공히 평가로서의 체계성을 결하고 있다. 엄격한 지표, 일관성 있는 전문적인 평가자, 안정적인 평가관리기구, 평가결과의 영향력 담보 등에 있어서 비체계적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평가체계는 각각의 제도에 따라 파편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 서비스는 사회복지사업법의 시설평가제도, 노인요양서비스는 노인요양보험법에서의 평가제도, 보육서비스에서는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평가인증, 사회서비스이용권제도에서는 사회서비스이용권등에관한법률에 의한 평가제도에 의해서 시행되도록 되어있다.

 

이 모든 제도를 포괄하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일반원칙을 포함하여 각 서비스별 최저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의해서 상시 고용되어 있는 평가 전담인력이 연중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는 최대한 구체적인 수준으로 작성되어 이용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전담 수행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 기구는 평가뿐만 아니라 제공기관의 진입에 관련된 신고, 지정, 등록 등의 업무도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 본고는 2011년 9월 23일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의 지형과 논점’에서 논점이 도출되는 근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결론적인 논점들만을 발췌하여 작성하였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10월호(제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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