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10-18   3006

[심층분석4] 한국 복지국가 주택정책의 모색 : 목표, 전략, 과제

김수현│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1. 한국의 주택문제와 복지국가 논의

  

주택문제는 한국 복지국가 건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잠겨 있는 사회에서는 설령 국가복지를 확대하더라도 그것이 일반 가계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건설은 단순히 복지서비스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시스템의 복지국가적 재편을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줄이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주택문제도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대량공급을 통해 주거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확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 우리 정치권에서도 최하 12%(정부, 한나라당)에서부터 15%(민주당), 18%(한나라당 일부), 20%(민주노동당) 등 기본적으로 현재의 가구수 기준 4.3%에서 크게 확대해야 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초중등학생 점심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한 중산층까지 입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시프트 주택). 우리 정치권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민간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해서도 임대료 보조제도를 도입해야 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른바 주택바우처의 도입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정치집단은 없으며, 다만 그 도입시기나 조건, 방법에 대해서 편차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적어도 외견상의 정치적 합의수준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마치 공공임대주택이 급격히 늘었던 유럽 복지국가의 황금기(golden age, 1950~60년대)에 정치권들이 보여줬던 모습과 유사하다. 당시 진보적인 정당이나 보수적인 정당 할 것 없이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향을 수용하고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해서는 뒤늦게 착수하는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확대책은 그 자체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시화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적절한 토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주택시장도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가소유율은 복지 선진국들의 공공임대주택 확대기에 비해 오히려 더 높다. 또 상대적인 주택가격도 높은데다 세제나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 등이 아직 전근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임대료 보조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이 선진국 수준의 주거복지를 달성하는 방법이 아닐뿐더러, 실제도 시장상황이나 정책환경의 차이 때문에 그러한 달성조차 쉽지 않다. 이 논문은 이처럼 선진국과는 차이를 보이는 조건에서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될 바와 정책과제들을 살펴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 복지국가들의 성취와 한계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민간임대주택이 주된 도시 주거수단이 될 정도로 주거사정이 열악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복지국가 확장기에 주택시장도 근본적 변화를 겪는다. 1950~60년대, 대대적인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해 사회의 주력 노동계층들에게 탈시장화된 주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이 기간 중에는 모기지 제도를 통한 자가소유 확대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진보적인 정당은 물론이고 보수적인 정당도 주택문제 해결을 통한 사회안정과 경제부흥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는 또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체제경쟁 수단으로 수용되었다.

 

따라서 독일과 스위스와 같은 일부 조합주의 복지국가나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형 복지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은 공공임대주택에 중점을 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초중반까지 영국 29%, 네덜란드 39%, 프랑스 13% 등 상당한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1970년대를 정점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정체 내지 하강되는 추세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대처 정부는 1980년부터 공공임대주택을 거주자에게 매각하는 한편 자가소유 확대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다른 나라들도 매각 정책의 강도는 차이가 있었지만, 자가소유 쏠림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단순화시켜 설명하자면 2차 대전 이후 <민간임대 → 공공임대 + 자가소유 → 자가소유>로 주택정책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공공임대주택에는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등 이른바 잔여적 계층이 집중(residualization)되는 현상이 심화된다.

 

결국 1980년대 신자유주의적 경제, 사회정책이 확산되면서 주택은 더 이상 탈상품화된 시장영역이 아니라(Harloe, 1995), 자산소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 무렵 각국에서 주택가격 급등현상이 나타나, 주택은 국가의 복지축소에 대처하는 자구적 대응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주택이 노후복지 수단이자 가계유지를 위한 비상금(egg net), 개인창업 자금원으로도 부각된다.

 

그러나 이같은 자가소유로의 주택시장 쏠림현상은 2007년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전 세계적인 주택시장 거품붕괴 현상이다. 가격이 급락한 것은 물론이고 압류와 경매가 계속되면서 주택시장이 연쇄적인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나 이민자 등 취약계층들은 모기지 상환의 애로로 더욱 큰 위기를 겪는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①고용불안시대의 자가소유 안정성, ②젊은층 주거문제, ③도시내 새로운 비정상 주거의 출현과 홈리스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 각각의 역할과 균형을 강조하는 연구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3. 한국 복지국가 주택정책의 목표

 

한국은 후발 복지국가다. 적어도 경제적으로 보자면 전후 독립한 국가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선 몇 안 되는 국가들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복지정책 차원에서는일종의 근대화 과제와 현대화 과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부조제도 정착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축소와 같은 근대화 과제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불안정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현대적 과제도 병행해야 되는 어려움인 것이다.

 

이는 주택문제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주택의 절대부족을 해결하고 최소한의 주거안전망(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근대화 과제도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젊은 층들의 주택구매력 하락과 고시원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주거빈곤층의 도래, 고령층 증가에 따른 주택시장 활력 저하 등 선진국 주택시장이 겪고 있는 현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①가계부담 중 주거비 지출을 줄이고, ②주거안정성을 높이며 ③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시장환경을 이해하고 선진국의 경험까지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의 변화된 시장환경은 무엇보다 주택 절대부족은 해결되었지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실질 주택보급률은 서울까지도 100%를 넘어섰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도 7% 내외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반)지하방이나 옥탑방 거주가구가 7%에 이르고, 고시원 거주가구도 서울의 경우 4%에 육박할 정도이다. 또한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따른 저렴주택의 멸실도 계속되고 있어 저소득층의 주거사정은 계속 불안정 상태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은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인 주택공급 확대가 아니라, 계층별로 차별화된 지원책과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들 문제는 주택공급만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2010년 기준으로 자가소유율이 61%를 넘었다는 사실도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 확대가 자가소유 확대로 바로 이어지기 어려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복지국가 주택정책은 그동안 재화로만 이해해 왔던 주택을 권리와 복지로 인식하고,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4. 한국 복지국가 주택정책의 전략과 과제

 

이상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복지국가 주택정책이 주목해야 될 전략은 ①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의 적정 분포를 인식하고, 각각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체계를 수립하는 것과 ②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투기심리를 제어하고 시장규칙을 정립하는 일, ③공공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주거환경개선, ④시장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안전망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곧 시장의 활력을 인정하면서도, 공공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우선 주택점유형태 균형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우선 자가소유의 의의와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소유는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고 자산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우리의 소유율은 정점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고용불안정 시대에는 더욱 그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공공임대는 주거안전망 뿐만 아니라 적극적 복지정책으로서 유용한 수단이기는 하나, 사회적 격리에 유의해야 하고 적절한 입지와 임대료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의 대량 신축 확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주거생활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임대는 사라져야 할 점유형태가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영역이다. 그동안 비공식, 비제도적 영역에 방치되어 왔던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임대차 등록제 및 임대료 상한제, 임대료 보조제 등 다양한 근대적 제도화 과제들을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규칙을 수립하고 사회적 규범으로 정립하는 일도 중요하다. 건전한 부동산 시장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좁은 의미의 주거복지 정책보다도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세제의 장기방향을 설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 규범을 지켜야 한다. 또한 부동산 통계와 관련 정보를 공개, 공유함으로써 시장투명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아직 전반적인 주거수준이 낮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들의 지속적인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다만 기존의 뉴타운, 재개발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책적으로도 이미 실패했다. 공공의 적극적인 역할과 대안적인 도시재생방안 수립을 통해, 원거주민 주거안정과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주거빈곤층이라 할 수 있는 청년층과 단신 가구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고시원 또는 그와 유사한 수준의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화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금융, 세제를 포함한 직접적인 저렴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9월 23일,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개최된 사회정책 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했습니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10월호(제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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