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도 벌써 11월이다. 이번 호 복지동향은 최근 열린 보건복지연합학술대회에서 다룬 지역간 불평등을 기획주제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불현 듯 현 대통령의 취임사가 생각나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그 취임사에는 2008년을 선진화 원년의 해로 선포한다고 하고 이를 계기로 선진화된 사회를 이루려면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길러야 하고 선생님들은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하고 청년들은 자기개발에 더 노력해야 하고 군인과 경찰, 공무원들은 사회를 더 열심히 섬겨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위에 대목을 읽으면서 참으로 뜨악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사람들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그런 말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없을 것이고 대통령 본인도 자신이 그런 말을 했던지 의아할 것이다. 지금처럼 부모들이 자식에게 매달리고 선생들이 평가에 내몰려 허덕이고 청년들이 스펙 쌓는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시대가 있었던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과 정반대로 지금처럼 군인과 경찰, 공무원들이 사회를 무시하고 국민들을 협박해온 시대가 지난 민주정부 이래 있었던가?
그렇게 자식 키우는 데 매달리고 스펙 쌓기에 노력하고 평가받고 해서 얻은 결과는 빈곤율의 악화와 소득분배의 악화 그리고 이들을 종합한 양극화의 심화이다.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수준이며 노인자살율도 OECD 최고수준이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고통이 극심하지만 이것은 공식통계로는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필자는 2007년 대선이 끝난 지 며칠 후에 광화문 근처의 어느 식당 – 제법 유명한 식당이다 – 에 들렀다가 그 식당주인 아주머니가 혼잣말처럼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왜 식당에 손님이 오지 않을까”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택시를 탔다가 기사아저씨로부터 부자들 세금 깎아주면 그 사람들이 돈을 벌어 나한테도 돈이 올 것이라고 하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적이 놀랐지만 아마도 그것이 정치인들이 외치는 경제라는 단어에 대해 서민들이 부여한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 세금깎아줘서 그들이 돈을 벌더라도 그들은 광화문 근처에 있는 그런 식당에는 가지 않을 것이며 택시도 더더구나 타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복지논쟁은 서민들이 경제에 부여한 의미가 정치경제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극심한 양극화를 극복하고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을 이번 복지동향에서 마련한 글을 통해 만나기를 바란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11월호(제157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