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5-01   2177

[편집인의 글] 우리나라에서 모든 가족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을까?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고 가족이 함께 누리는 아름다운 시간과 행사들로 미화되곤 한다. 영화나 여러 매체를 통해 행복을 표현하는 보통의 방법은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성인남녀가 결혼해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만이 행복과 정상성과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강요하는 가족의 정상성 신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배제를 경험하게 한다. 개인의 권리와 행복을 지지해야 할 사회복지가 가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결합하여 부작용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벌써 20년 가까이 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얼마나 흥행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이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영화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혈연의 인물들은 배척되고 서로 위로가 되며 함께 살아가는 인물들이 가족이 되는 부분을 가족의 탄생으로 묘사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나 각종 복지정책이 이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급여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지금도 답답한 현실 그대로라 여겨진다.

가족은 소비와 재생산의 단위로서, 근대사회 이후 핵가족 형태를 중심으로 그 사회적 중요성이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점차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각 사회구성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국가가 사회복지 체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사회복지에서는 사회적 권리를 가족화하기보다는 개인화하는 것의 중요성이 쟁점이 되기도 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복지동향 5월호에서는 삶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보편화되는 과정을 밞아가야 할 우리나라에서의 가족 개념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특히 사회복지에서 가족, 그리고 가구라는 체계가 가지는 의미와 쟁점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김지혜 교수는 아동과 장애인, 성적소수자의 삶의 어려움이 가족의 정상성 신화에서 증폭되고 있는현실을 고발하였다. “가족이란 국가가 미리 정한 관계 안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억압적·도구적 단위가 아니라, 개인들이 자율적이며 책임감 있게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제도로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채롭고 다양한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하였다.

김진석 교수는 ‘개인중심’ 복지국가를 제안하고 있다. 가족의 의미나 중요성에 대한 경시가 아니다. 어떤 가족에 속해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개인이 국가의 복지 제공을 권리로 누리게 하는 민감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양육수당, 국민연금 등 여러 복지제도에 내재한 가족 중심의 복지국가 제도 운영이 초래하는 가족의존성, 개인 간 권력관계의 불균형성을 경계하고 있다.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유럽의 생활동반자 제도와 동성혼 제도를 고찰하며 대안적 가족의 모습에 대해서 탐색해보았다. 사례로 살펴본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법률혼을 이성 간의 결합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생활동반자 제도는 이 과정에서 과도기적 단계에서 도입되었지만, 국가별로 다른 맥락

으로 전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활동반자 제도에 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던 바도 있고, 민법 내에 관련 규정을 두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송다영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의 가족 관념에 담긴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간 건강가족기본법에서는 가족에 대한 협소한 규정 범위로 인해 다양한 삶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내재해 있었다. 이에 대해 제4차 건강가족기본계획 이후 새로운 가족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면서 개정안을 불수용하고 보수적 가족 개념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회귀시켰다.

진정으로 모든 가족이 존중받기 위해서, 현재와는 달라져야 할 것들이 있다. 더 이상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내에 감추어진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 5월 가정의 달에 우리나라 가족 관념에서 바뀌어야 할 것들을 고민하는 사회복지가 되길 바란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5월호(제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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