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6588

[기획1] 새 정부 주거정책의 핵심 과제와 방향성

서종균 | 씨닷 주거정책연구자

묵혀둔 문제들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진작 대응했어야 마땅하고, 체계적으로 대안을 고민했어야 할 것들이다. 기존 정책 수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고, 정책 수단을 일부 변경하거나 관점을 혁신할 필요도 있다. 이런 문제들 가운데 새 정부가 중요하게 고려하기를 바라는 몇 가지를 추려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전세사고에 대한 대응과 예방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대출을 받은 돈을 빚으로 떠안게 된 이들은 정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억울하다. 과거에도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있었지만, 지난 3년간 발생한 전세사기와는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제 보증금 규모가 큰 집을 구하는 이들은 누구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주택임대차시장을 만들기 위한 조치는 거의 없었다. 이제라도 전세사고가 나타나지 않을 조건을 만들고, 방치해 온 불합리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돕는 주거정책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통합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는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지원을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많은 나라에서 선택한 대안이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지 못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의료비 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주거정책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지금까지 국토부는 외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지난 몇 년간 나타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후퇴 경향을 되돌리고, 주거권 보장 기제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주거복지의 핵심적 수단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저소득층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대체로 연 10만 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런 문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권에 따라 실제 공급되는 수준은 달랐고, 주택의 유형이나 대상이 바뀌면서 정책의 목적은 혼란스러워졌다. 이와 함께 정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는 점점 커졌다. 주거권 보장의 실효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수단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세사기

국가가 전세사기에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참사이기 때문이다. 주택의 금융화는 전세사기라는 사고를 저질렀다. 주택정책과 금융정책 사이에 큰 구멍이 생겼고, 여기에 빠져서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여러 명은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과 금융 시스템, 그리고 관련 정책의 결함이 만든 사회적 참사다. 그럼에도 ‘전세사기가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이고, 모든 사기 사건에 국가가 나설 수는 없다’라는 주장은 한동안 정책 대응을 지연시켰다.

전세사기는 한국 사회의 주거·금융·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구조적 취약성에서 뿌리를 두고 있는 현상이다. 전세대출은 임차인 명의로 받지만, 임대인이 상환하지 않은 채무를 임차인이 떠안게 되는 구조이다. 다가구주택과 다중주택 전세는 선순위 채권을 확인하기 어려운 위험한 거래였다. 공동담보, 신탁, 확정일자, 공인중개, 감정평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파산제도, 경·공매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전세사기에 이용되었다. 임대인 우위의 관행과 임차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조건은 피해를 키웠다.

전세사기는 주택의 금융화 경향 속에서 나타난 사건이다. 투자 수단으로 주택을 거래하는 임대주택시장에서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은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금융시장을 활용한다. 주택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면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는 더 늘어난다. 전세자금대출보증은 은행에 대출상환과 관련한 부담을 덜어주어 무분별한 대출이 이루어지게 했다. 전세대출, 대출보증, 높은 전세가격은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 소규모 주택에 대한 투기적 시장을 만들었다. 거의 자기자본 없이 구입한 주택에서 거품이 꺼지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은 많이 지체되었다. 지원 대상의 범위는 협소하고, 피해자의 복잡다기한 상황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손해를 보았다. 그리고 수년간 경매, 소송, 구상권 행사 등의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보증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서 채무를 갚아나가기도 하고, 개인회생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집에서 이주하지 못하고 살 수밖에 없는 이들도 많은데, 수선과 관리를 책임져야 할 임대인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결혼, 출산, 주택 분양, 직장 등 삶의 경로가 달라졌다. 자살 충동, 가족 해체, 우울증 등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피해 지원 과정에서 사람들은 여러 기관에서 몰이해와 무책임을 경험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하지만 피해자의 상황에 민감해지고 그 어려움을 줄이고자 한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전세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조건을 만드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그간 예방을 위한 조치는 매우 빈약했고, 전세사기 발생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의 전세 거래를 억제하고, 그 원인이 되는 대출과 보증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임대인과 물건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어 위험한 거래는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보증금에 대한 보호가 어려운 신탁, 가등기, 공동담보 등으로 인한 피해도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권리관계 공시와 대항력 행사 조건은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임대차 거래를 위해서 공인중개사의 의무도 강화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서 충분하고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사기를 계기로 수선과 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리, 보증금 반환 지연, 공정하지 않은 거래 방식 등 임대차관계에서 불합리한 요소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도적 허점은 사기에 이용되었고, 2차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임대차관계의 균형과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익숙해진 관행에도 도전하면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고쳐야 할 것이다.

피해 지원, 전세사고 예방, 안전한 임대차시장, 합리적인 주택임대차관계 등 전세사기가 남긴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이 임무를 수행할 조직적 토대가 필요하다. 일회성 대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정부 부처에서 다른 부처의 의견을 모아서 추진할 수 있는 범위도 넘어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과제만을 전담하고 국토부와 법무부를 비롯하여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을 포함하는 여러 부처가 문제 상황과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임차인, 임대인을 비롯하여 관련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조직이어야 한다. 이런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 임대차제도개선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돌봄 주거

국토부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소극적 태도를 바꾼다면 주거정책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것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정책은 지역사회에서 정상적인 주거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주택의 구조나 지역사회의 생활 여건을 바꾸어서 자립생활을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한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서 주거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주거약자’라 부를 수 있다. 주거약자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는 전통적으로 거주시설(생활시설)에서 보호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렵고 위험하니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성격은 일제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속되어 왔고, 아직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주거정책 관계자들은 치매, 발달장애, 정신질환 등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복지 영역의 문제이지 주거정책이 대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정책 경험 때문에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 정책은 약하고 입소와 입원은 과도한 편이다. 지역사회 생활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입원(소)’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율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다.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비율도 높다. 신체장애 중심의 활동지원으로 자립생활을 선택하는 장애인이 늘어났지만, 아직 시설에는 자립생활을 선택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다. 노인의 요양병원 입원율 역시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심지어 주거취약성이 핵심적인 문제인 노숙인에 대해서도 시설 입소가 주된 지원 방식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의 장기입원·입소가 OECD 다른 국가들에서는 그리 당연한 것이 아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거주시설 생활인은 늘어나고 있다. 아동이나 장애인 등의 영역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의 장기입원환자 수는 계속 팽창하는 추세이고, 이것은 사회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통합돌봄에서 지역사회 기반 지원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영역에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되었고, 법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통합돌봄에서 주거정책의 역할과 위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토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주거정책에서도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서 고령자복지주택이나 특화형 공공임대주택 등을 공급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명목상 뭔가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립생활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것을 완화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지원이 이루어지면 노인, 장애인 등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몸이 약해지면 미끄러운 바닥, 문턱, 계단 등은 낙상의 위험 요인이 된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은 주거환경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진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면 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커진다. 불편하고 위험한 환경은 생활을 위축시킨다. 외출을 꺼리는 이들의 사회적 관계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고립으로 이어진다. 돌아갈 집이 적절하지 않으면 시설이나 병원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불편함을 느끼고 생활하는 이들에게 주거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주거정책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주거정책의 목표 중 하나로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 개조와 서비스 연계형 주택, 지원주택 등 몇 가지 자립생활 위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거지원이 결합된 통합돌봄이 가능하다. 그러면 치매가 생기거나 심한 장애가 있으면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의 꾸준한 공급은 우리나라 주거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감소했고, 그나마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서 공급 실적은 더 급격하게 줄었다. 공급된 주택의 상당 부분이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해 할애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급은 줄어들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최소한 예산과 공급량 수준을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꺼리고 대신 공공분양, 주거비 지원 등을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중에서는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배분, 극단적으로 열악한 거처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배분을 내세웠다. 각각의 정책들은 의미도 있고 쟁점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것도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공공임대주택 정책 추진 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소위 ‘LH 사태’를 겪은 이후 중앙 집중적 공공임대주택 공급 체계를 구성하는 국토부와 LH는 예산 삭감과 정책 후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예산 당국의 입장이나 정치적 요구를 넘어서기는 어려웠겠지만,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필요성을 지키고자 하는 주장이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신혼부부 등을 고려하기 위한 정치적 요구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배분 방식을 바꾸었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임대주택이 반드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현재 체계를 개편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림 3] 정부-지방정부-공공임대주택 사업자의 공급ㆍ운영 거버넌스

* 출처 : 남원석, 2024, “미래의 주거기본법이 담아야 할 것들”, 제8회 주거복지 컨퍼런스 발표문.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중앙 집중적인 체계는 지방화,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와 비영리 민간 조직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재정 지원 방식의 변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 관련 예산의 집행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역별로 공공임대주택 수요를 고려하여 자원을 배분하고, 지방정부가 LH나 지방공사, 비영리 민간조직 등에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정책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과 평가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야 한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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