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지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 글은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순해 보이는 과업이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과정은 ‘의미’가 지닌 중의성으로 인해 만만치 않았다. ‘의미’는 일반적으로 특정 개념이 뜻하는 바를 말하지만, 동시에 그 개념에 담긴 중요성, 가치 등을 밝히는 의의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 글의 초점이 전자 혹은 후자, 어느 것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부터 풀어야 할 과제였으며, 결국 의미의 두 개념을 모두 살리고자 했다. 이와 같은 의도에 따라, 이 글은 언어적 요소를 하나씩 해체해 살펴보는 방식으로,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의 개념적 의미를 설명하고, 각 개념에 담긴 쟁점, 중요성, 또는 가치를 짚어봄으로써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의 의의를 풀어내고자 했다.
묵혀둔 문제들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진작 대응했어야 마땅하고, 체계적으로 대안을 고민했어야 할 것들이다. 기존 정책 수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고, 정책 수단을 일부 변경하거나 관점을 혁신할 필요도 있다. 이런 문제들 가운데 새 정부가 중요하게 고려하기를 바라는 몇 가지를 추려서 언급하고자 한다.
돌봄 기본권의 개념적 의미
개념적으로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의 의미를 확인하는 작업은 각 구성 요소를 기본권, 돌봄, 전 생애라는 역순으로 풀어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기본권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질문해야 한다. 언어의 생김새만으로도 큰 고민 없이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고, 또 크게 어긋나지 않은 상상이다. 실제로 기본권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존엄의 보장을 목적으로,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본권을 통해 보장하는 권리의 내용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구체화된다. 특히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에 대한 권리를 필두로 자유권,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등이 기본권을 구성하는 실질적 권리들로 열거된다.
돌봄은 개념적 유연성이 높아 어떤 행동이나 활동을 돌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는 답하기 쉽지 않다. 좁은 의미에서 돌봄은 생명유지, 일상생활, 사회적 활동 등에 필요한 행동을 지원하고 정서적인 보살핌을 제공하는 활동들로 제한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사회서비스 형식으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돌봄은 좁은 의미에서 돌봄에 해당한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돌봄은 인간의 생존에 연루된 다양한 자원과 활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예컨대, 의료·요양 등 돌봄의 통합적 지원에 관한 법은 돌봄의 경계를 요양, 일상생활지원, 건강관리 및 예방, 보건의료, 가족지원으로 확장한다. 특히, 참여연대는 돌봄 중심 복지국가에 관한 이슈 페이퍼를 통해 돌봄은 삶의 유지에 요구되는 소득, 건강, 주거, 일상지원의 욕구를 아우르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한 바 있다(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2024).
전 생애는 시간적 범위에 관한 형용으로, 생의 특정 단계로 제한되지 않고 ‘모든 생애 기간에 해당하는’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돌봄 기본권의 유효성이 생애 단계를 초월해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영유아기, 청·장년기, 중·고령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되는 생의 단계 중 특정 시기만을 돌봄과 연결 짓는 생애 선별적 접근과 대조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요약하면,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은 돌봄의 품을 어느 만큼 넓게 혹은 협소하게 정의하든 그 경계 안에 든 것을, 생의 단계를 초월해 모든 생애 과정 동안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돌봄 기본권 주체의 의미와 쟁점
- 돌봄 기본권 소지(所持)의 주체
무엇이 기본권으로 명시된다는 것은 권리를 지닌 자와 보장하는 자, 두 주체가 특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은 나의 권리라고 주장할 수 있는 당사자는 누구이며, 이를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또한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기본권의 법적 근거가 헌법에 있음을 고려하면, 돌봄의 권리를 지닌 주체는 대한민국 헌법의 대상인 모든 시민이다. 그러나 이 명쾌한 명제는 모두라는 형용사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포함되지 못한 채 배제되는 대상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논쟁적이다. 우선, 첫 번째 쟁점은 시민과 주민의 불일치로부터 비롯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모두 시민으로 포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성적 사고와 달리, 실제 일상을 공유하는 주민의 일부는 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외국인은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보장받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되기 어렵다. 물론 외국인의 경우에도 체류자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돌봄 기본권이라는 쟁점에서 모든 외국인이 동일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상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예컨대, 대한민국에 정주할 가능성이 높고, 대한민국 시민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결혼이민자와 노동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제한된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도록 허락된 외국인은 돌봄에 대한 권리가 다르게 처우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민권과 인권의 차이이다.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지적 불편함은 시민권과 인권 사이의 차이로부터 기인한다. 시민권이 특정 국가의 시민이라는 지위, 즉 국적이나 민족에 기반한 것과 달리, 인권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보편적 권리라는 점에서 시민권과 차이를 갖는다. 따라서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웃의 누군가가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인지적 작동은 돌봄을 존엄한 삶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권리 즉 인권의 일부로 해석한 결과이다. 극복이 쉽지 않은 인권과 시민권 사이의 차이로, 돌봄 기본권은 국적을 초월한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되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세 번째 쟁점은 명목적 권리와 수급권의 불일치이다. 시민의 지위에 부여된 돌봄의 권리는 법에 의해 구체화 되고, 제도를 통해 구조화된다. 이 과정에서 돌봄서비스, 즉 돌봄급여를 누가 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구체적 조건은 돌봄과 관련된 제도가 설계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모든 시민이 돌봄에 대한 권리가 있으나, 실제 돌봄급여를 받는 주체는 제도가 정한 수급자의 조건을 충족한 사람으로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시민과 주민의 차이, 인권과 시민권의 차이, 시민과 수급권을 부여받는 자의 차이로 인해 돌봄의 권리를 가진 주체와 실제로 돌봄을 받게 되는 주체가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돌봄 기본권에 관한 법령이 적용 대상의 범위를 어디로 설정하는가, 더불어 돌봄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급여 대상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체화된 돌봄 기본권 주체의 포괄성은 상이해질 수 있다.
- 돌봄 기본권 보장의 주체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은 시민의 돌봄 권리를 보장할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쟁점의 한 축으로 포함한다. “영유아, 초등, 어르신, 장애인, 간호·간병 등 5대 돌봄 국가 책임제를 넘어, 온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만들겠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은 돌봄 기본권 보장의 주체로 국가를 호명한다. 무엇보다,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이하 돌봄통합지원법)에서 돌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으로 명기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돌봄 기본권 보장의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구체화 된다. 특히 돌봄은 욕구가 발생하고, 또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지역의 사회, 경제적 매트릭스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연금 등의 여타 사회보장이 표준화된 급여를 중앙집권화된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과 달리 돌봄은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지역주민의 욕구와 특성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돌봄의 이와 같은 특성은 돌봄 권리를 보장하는 주체로서 지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질적 지방자치가 돌봄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질감을 얻을 가능성마저 기대하게 한다.
돌봄 기본권 구성의 의미와 쟁점
- 돌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
돌봄 기본권의 구성 요소 혹은 내용적 실체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모든 인간은 누군가의 돌봄에 의지해 성장하고, 삶을 유지하고, 생을 마감하는, 의존성을 실존적 본질로 한다. 의존성의 본질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타인의 요청에 응해야 하는 책임 또한 모든 인간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둘리아의 원칙11을 통해, 돌봄의 기본적 권리는 돌봄을 받을 권리와, 자신과 타인을 돌볼 권리로 구체화 된다. 그동안 돌봄에 대한 권리는 주로 받을 권리를 중심으로 접근되었기 때문에 돌봄 받을 권리를 사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돌봄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확대하든, 이를 필요로 하는 개인이 돌봄으로 규정된 자원과 활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시민적 권리의 한 차원임을 뜻한다. 돌볼 권리는 자신을 비롯해 돌봄을 필요로 하는 타인의 돌봄에 참여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로 보장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서로를 돌볼 권리의 주체임을 의미하며, 개인의 배경이나 특성으로 인해 타인의 돌봄에 참여할 기회가 제한받지 않을 권리가 국가와 사회에 의해 보장되어야 함을 뜻한다. 예컨대, 소득 활동과 어린 자녀를 돌보는 일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출산전후 휴가, 육아 휴직 등의 일 가정 균형 정책은 자녀를 돌볼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보편적 상병수당 제도는 소득의 손실 없이, 아프면 쉴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이 자신을 돌볼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한다. 특히, 2022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149시간이나 많다(김민섭, 2023). 장시간 근로는 가족의 돌봄조차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며, 노동시간 단축은 타인과 자신의 돌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부각된다. 이와 같이 돌봄 기본권이란 존엄한 존재로서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돌봄을 받고, 또 돌봄을 필요로 하는 타인과 자신을 돌보는 것을 시민의 권리로 보장하는 두 개의 날개로 이루어져 있다.
- 돌볼 권리의 젠더화
돌봄 기본권은 의존적 타인을 돌볼 권리, 즉 돌봄에 대한 책임은 성별, 민족 등 개인의 특성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공히 부여된 것임을 공식화함으로써 성역할 규범에 균열을 가한다. 그러나, 돌봄과 여성은 분리될 수 없는 상호조건이라는 문화적 무의식이 뿌리 깊고, 특히 돌볼 권리는 돌볼 책임과 분리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에 편향된 돌봄 책임의 관행은 돌볼 권리의 젠더화 쟁점을 낳는다. 사실, 일상에서 돌봄의 책임은 여성에게 집중되고, 남성은 여전히 돌봄의 무임승차에 익숙해, 돌볼 권리의 선언성과 실천성은 적지 않게 탈각된다. 특히, 여성 중에서도 소득 활동을 하지 않거나,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수록, 기혼보다는 미혼인 경우 부모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등, 돌봄의 책임은 사회적 권력 구조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분배된다. 더불어 돌봄 규범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 채 지체되어, 돌봄노동의 젠더화를 심화한다. 돌봄노동은 높은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저임금 일자리로 구성되고, 남성이 입직을 꺼리는 직종으로 고착화되면서 돌봄노동의 여성화는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과 자신을 돌볼 권리가 모두의 기본적 권리라는 명제가 언어에 갇히지 않고 실천력을 갖기 위해서는 돌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성별, 민족 등 기왕의 권력 질서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만 돌볼 책임이 오히려 권리라는 명목으로, 특정 성별을 돌봄의 수렁으로 끌어내릴지도 모를 ‘설마’의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다.
- 돌봄의 사회화 혹은 재가족화
전통적으로 개인의 일상을 지원하고 정서적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은 가족의 고유한 역할로 규정되어 왔다. 그러나 사회구조의 변화로 돌봄이 더 이상 누군가의 선의와 희생을 대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집단화됨에 따라 돌봄은 빠르게 사회화되었다. 그런데, 돌봄 기본권은 돌봄에 대한 상호의존과 공유된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돌봄의 공간성을 사회와 제도로 이동시켜 온 사회화의 흐름을 다시 개인과 가족으로 재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돌봄의 사회화는 오롯이 사적 영역에 맡겨져 온 돌봄을 공적인 서비스로 보완 및 강화하는 것일 뿐, 모든 돌봄 욕구를 제도로 해결할 수 있거나, 또는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동 보육, 노인 요양 등 돌봄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확대가 개인이나 가족이 의미 있는 타인의 돌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무엇보다, 존엄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돌봄을 받고, 또 돌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사회화 혹은 재가족화의 선택이 아닌, 돌봄 권리의 주체로서 국가와 시민, 두 체계 모두의 행위자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타인의 돌봄에 참여하는 경우 소득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특히 직업 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제한되어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기 어렵게 된다. 반면, 돌봄을 회피한 개인은 자신의 책임을 대리 수행하는 타인의 희생으로(많은 경우 여성이겠지만),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에 접근할 기회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와 같이 타인을 돌보는 것이 사회, 경제적 기회를 상실하는 패널티로 작동함에 따라 돌볼 권리는 원치 않는 권리라는 모순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돌봄을 받고, 돌보는 것이 균형을 이루고, 권리로서 향유되기 위해서는 돌봄의 사회화를 위한 공적 지원의 확대와 더불어, 타인을 돌보는 일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보상의 강화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 생애의 의미
생의 어떤 시기이든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전 생애’를 전치(前寘)한 이유는 돌봄에 관한 기존의 접근이 생애 분절적이었다는 문제 인식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돌봄은 취약성을 전제로 한 대응이고, 미성장, 질병, 장애, 노쇠는 개인을 취약한 상태로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론 미성장과 노쇠는 아동기와 노년기라는 생애 단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질병과 장애는 생의 단계에 종속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돌봄은 전 생애적 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돌봄 기본권을 실체화하는 돌봄 수급권은 누구를 대상으로 포함하고 또 배제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결정에 따라 구체화 되고, 생애 단계는 이를 결정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돌봄 수급권은 아동과 노인에 집중되고, 신체적, 정신적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인정되는 청장년은 제도적 효율성을 이유로, 돌봄의 제도적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표준적 생애 모델이 붕괴하면서, 교육, 취업, 결혼으로 연결되는 이행 경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구조화된 지지체계가 약화 되는 등 청장년 또한 돌봄에 대한 필요가 높아졌다. 예컨대 청년층의 17.6%는 상대적 빈곤층에 해당하고, 19세에서 39세 사이 청년의 13.7%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한국 청년의 5.2%는 고립 및 은둔 상태에 있고, 서울시 1인 청년 가구의 34.2%는 심리적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취약한 상태에 있다(박민진과 김성아, 2021; 보건복지부, 2022; 통계청, 2023). 반면, 청장년기라는 생의 단계를 향한 관성적 사고로 청년과 장년은 독립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돌봄의 대상에서 쉽게 배제된다. 즉, 돌봄이 필요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청장년을 위한 제도의 부재로 청장년기는 돌봄의 제도적 공백기로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전 생애’는 생의 단계를 준거로 돌봄의 욕구를 판단하고, 돌봄 정책의 대상을 선별하는 생애 분절적 접근을 거부하고, 돌봄의 기본권이 작동되어야 하는 시간적 경계를 해체하는 변혁적 시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계기로 더욱 주목된, 전 생애 돌봄 기본권은 생의 어떤 시간을 지나건, 취약성의 원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시민, 그리고 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시민은 누구나 국가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보장받아야 함을 권리로 못 박는 전환적 선언이다.
| 미주 |
- ‘둘리아(Doulia)의 원칙’은 우리 모두가 어느 엄마의 자녀인 이상, 모든 인간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돌봄을 받아야 하고, 또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를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하는 원칙이다. 그리스 시대의 산모 돌보미를 의미하는 둘라(Doula)를 모태로, 애바 키테이(Eva Kittay)는 둘리아의 원칙을 돌봄 윤리로 강조한다. ↩︎
| 참고문헌 |
김민섭, 2023, “OECD average annual hours worked : Comparative analysis and implications”, KDI Focus, No. 128.
박민진, 김성아, 2021, “1인가구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및 정신건강 문제의 특성과 유형 : 서울시 1인가구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42(2). 127-141.
보건복지부, 2022,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2024, 「새로운 길, 돌봄 중심 복지국가」,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1983358.
통계청, 2023,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월간 <복지동향> 2025년 8월호(제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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