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1-01   69753

[기획2] 정책결정예고제 도입 :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 등 결정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하여

남찬섭ㅣ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망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이하 “기초보장”) 제도에서 기준중위소득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공공부조제도는 빈곤자를 선별하여 그들에게 현금급여 등 각종 급여를 제공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이기 때문에 빈곤자를 선별하는 기준이자 그들에게 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기준중위소득이다. 즉, 기준중위소득의 32%에 해당하는 금액은 생계급여 대상자를 선정하고 그들에게 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기준선이며, 기준중위소득의 40%는 의료급여, 48%는 주거급여, 50%는 교육급여 대상자의 선정 및 급여 기준선이다.

기준중위소득이 사용되기 전에는 최저생계비가 선정 기준이자 급여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최저생계비는 이른바 절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하여 전물량방식으로 빈곤선을 계측·결정하였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빈곤선의 상대적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상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한 기준중위소득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했다는 기준중위소득도 최저생계비와 마찬가지로 해가 갈수록 그 상대적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 물론 역대 정부는 저마다 기준중위소득의 증가율을 역대 최고로 설정했다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기준중위소득의 실제는 이러한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율 인상이라는 역대 거의 모든 정부의 선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기준중위소득은 중위소득과 비교한 상대적 수준에서부터 매년 하락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이 처음 적용된 2015년에 그것은 중위소득의 76.1%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66.4%로 거의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실제의 중위소득과 비교한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적 수준이 이처럼 하락하였으니, 기준중위소득을 기초로 그것의 32%, 40%, 48%, 50%로 산정되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의 기준선의 상대적 수준이 하락해온 것은 정해진 사실이다.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적 수준의 하락은 그만큼 기초보장제도가 실제로는 대상자가 돼야 했을 사람을 대상자로 포괄하지 못해왔음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기초보장제도가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해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기초보장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적 수준을 상향하는 것이다. 기준중위소득의 수준을 상향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 결정과정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빈곤선의 상대적 수준의 추이에 대한 검토와 비판

서론에서 언급하였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사용하고 있는 공식적 빈곤선 혹은 행정적 빈곤선인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는데, 이는 비단 기준중위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저생계비에서도 문제가 된 사안이다. 따라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최저생계비와 관련해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공공부조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저생계비의 적용을 목표로 그것의 계측 작업을 간간이 해왔다. 그리하여 1974년에 최저생계비를 계측한 바 있으며, 1978년, 1988년, 1994년에도 최저생계비를 계측한 바 있다. 물론 이때의 최저생계비 계측은 정책적으로 실시한 것이고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최저생계비가 법적 근거를 갖게 된 최초의 계기는 1997년 8월에 개정된 생활보호법이었다. 이때 개정된 생활보호법은 최저생계비 계측만 규정한 것이 아니라 생활보호 급여의 차등급여를 도입하는 등 당시로서는 제법 전향적인 개혁안을 담고 있었다. 이 개정 생활보호법은 원래 1998년 8월에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법이 개정된 1997년 11월 말에 IMF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그리하여 최저생계비의 실제 계측을 위한 시행규칙 개정이 1998년 9월에 이루어지면서 실 계측은 1999년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최초로 1999년에 법정 계측된 최저생계비는 초기에는 5년 주기로 계측되어 두 번째 법정 계측은 2004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법정 계측이 이루어지던 해에 기초보장법이 개정되어 최저생계비 계측 주기를 3년으로 단축하면서 세 번째 계측은 2007년에 이루어졌고, 그 이후 2010년과 2013년에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계측이 이루어졌다. 최저생계비 계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해에는 물가 등을 감안하여 최저생계비를 조정하였다. 그리고 2014년 기초보장법 개정으로 이른바 맞춤형 급여로 개편된 2015년부터는 기준중위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대신하여 공식적 빈곤선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저생계비는 더 이상 수급자 선정 및 급여기준의 역할은 하지 않게 되었고, 기초보장제도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저생계비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공식적 빈곤선의 역할을 하였다. 이 기간에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표 1>에는 법정 최저생계비 이전부터 법정최저생계비, 그리고 평가 기준으로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림 1]은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을 그림으로 표시하였다.

복지동향 기획2_정책결정예고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 등 결정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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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에서 1999년 이전의 최저생계비 수치 중 1988년과 1994년을 제외한 수치는 보간법을 이용하여 필자가 계산한 수치이다. 또 기준중위소득 도입 이후의 최저생계비 중 2017년과 2020년, 2023년을 제외한 수치 역시 필자가 보간법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 표를 통해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실은 최저생계비가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 사용된 법정 최저생계비 기간에 비해 최저생계비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은 비법정 기간의 증가율이 더 높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즉, 1999년 이전이나 2015년 이후에 최저생계비의 연도별 증가율이 더 높은 것이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최저생계비 연평균 증가율은 4.0%에 불과한 반면,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최저생계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11.2%나 된다. 기준중위소득이 공식적 빈곤선의 역할을 하게 된 2015년부터 2023년 기간의 최저생계비 연평균 증가율은 6.0%로 다소 낮지만, 1999~2014년 기간의 연평균 증가율보다는 높다.

그리고 <표 1>에서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법정 최저생계비 기간에 최저생계비는 계측 연도 바로 다음 해의 증가율이 다른 연도의 증가율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1999년 최초의 법정 계측 이후 두 번째 계측이 행해진 2004년의 직후 연도인 2005년 최저생계비는 7.7% 증가하여, 법정 최저생계비 기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계측 연도 다음 해의 증가율이 높게 나오는 것도 2007년 이후부터는 크게 둔화하여 2008년에는 5.0% 증가에 그쳤고, 2011년에는 5.6%, 2014년에는 5.5%로 증가율이 그리 높지 않게 설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계측 연도 직후 연도에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 2004년 계측 때는 비교적 뚜렷이 나타났으나, 2007년 계측 이후부터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의 등락은 경상소득 및 가계지출 증감률과 더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복지동향 기획2_정책결정예고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 등 결정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하여

[그림 2]는 경상소득 및 가계지출의 연도별 증가율과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의 추이를 동시에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 의하면 2005년에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상승한 것은 그해에 경상소득 및 가계지출 증가율의 하락과도 연관이 있지만, 그보다는 2004년 계측 후 최저생계비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인상된 것과 더 연관이 있다. 하지만 2008년은 2007년 계측 직후 연도인데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오히려 하락하였고, 계측 연도도 아니고 계측 직후 연도도 아닌 2009년에 상대적 수준이 상승했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2009년에 경상소득 및 가계지출 증가율이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경상소득은 –0.7%, 가계지출은 0.4%). 2010년 계측 후인 2011년과 2012년에도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계속 하락하여, 2012년에는 경상소득 대비 37.5%로 <표 1>에 제시된 연도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가계지출 대비로는 45.9%를 기록하여 <표 1>에 제시된 연도 중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3년 계측 이후에는 상대적 수준이 다소 상승하는데, 이는 경상소득과 가계지출 증가율이 상당히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2017년 이후는 경상소득과 가계지출 증가율이 낮지 않은 가운데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기간에 최저생계비가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게 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의 추이는 절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한 최저생계비가 공식적 빈곤선의 역할을 하는 기간에는 실 계측이 주기적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런 추이는 상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한 기준중위소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표 2>는 기준중위소득에 기초한 생계급여 기준선과 의료급여 기준선의 상대적 수준을 4인 가구 기준 경상소득의 평균 및 중위값에 대비하여 나타낸 것이며, [그림 3]은 이를 도식화한 것이다. 여기서도 기준중위소득에 기초한 기초보장수급자 선정 기준의 상대적 수준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뚜렷이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고찰에서 분명한 것은, 그간 한국 사회가 채택해 온 빈곤선은 그것이 절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한 것이든 상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한 것이든 상관없이 모두 상대적 수준이 하락해왔다는 사실이다.

복지동향 기획2_정책결정예고제 도입: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 등 결정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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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산정 방식의 개편을 위해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TF에서 어떤 논의를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이 글의 고찰로 볼 때 기준중위소득, 즉 공식적 빈곤선의 상대적 수준 하락은 그 산정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절대적 빈곤 개념에 입각했던 최저생계비를 공식적 빈곤선으로 활용했을 당시에도 그 상대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기술적 산정 방식의 개편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기술적 산정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공식적 빈곤선의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과정이다. 그리고 이 정치적 과정에는 빈곤선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와 그런 입장의 차이를 초래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념적 차이가 개입되어 있는데, 그것은 복지지출을 줄이려는 재정 당국의 예산제약 논리에 기초한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남찬섭(2005) 참조).

따라서 공식적 빈곤선의 상대적 수준 하락을 막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공식적 빈곤선의 산정 방식 개편이라기보다 예산제약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식적 빈곤선의 상대적 수준 하락을 방지하려는 측의 보다 강화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준중위소득 결정의 정치적 과정에 관련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선 방안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이다. 중생보위는 기초보장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인데 급여 종류별 선정 기준은 이 중생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그런데 중생보위의 심의·의결 과정은 전체적으로 예산제약 논리를 앞세운 정부 측으로 균형이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생보위에서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힘의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중생보위 회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힘의 균형을 달성할 수 없다. 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중생보위의 모든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 녹취록을 작성·공개하고 회의자료의 대외비 분류 기준과 대외비 기한을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정부는 중생보위뿐만 아니라 다른 위원회에서도 회의자료에 ‘대외비’라는 도장을 찍어서 배포하여 회의를 진행하고서는 회의가 끝나면 회의자료를 모두 걷어가 버린다. 또 보안 각서라 하여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에게 비밀유지 각서를 쓰게 하는데, 그 각서에는 회의 시 알게 된 대외비 내용을 유출 시 책임지겠다는 문구도 있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대외비 남용이며 보안 각서 남용이라 할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까지만 해도 각종 정부위원회에서는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모든 발언을 녹음하고 이를 풀어 녹취록으로 만들었고, 외부에서 정보공개 청구 시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였다(발언자는 익명 처리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발언에 대해 녹취록을 작성·공개하는 것이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로 하여금 소신껏 발언하지 못하게 한다는 논리를 명분으로 녹취록 비공개를 결정했고, 간략히 요약된 회의록만 공개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게다가 이와 같은 비공개와 요약회의록 작성 관행은 점점 발전하여 최근에는 대외비 남용과 보안 각서 남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제를 낳는다. 여러 관련 단체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민간전문가 등을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해 놓고, 그 민간위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배포되는 자료에는 대외비 분류도장을 찍어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걷어가고, 또 그 민간위원에게 보안 각서에 서명하게 하여 입을 닫게 만든다. 그리고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어떤 내용의 회의를 했는지를 알 수 없게 하는 짤막한 요약회의록만 배포하게 되니, 외부에서는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그리고 최종 결정이 난 후에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사실상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민간위원의 참여라는 민주주의를 사실상 내용이 없는 껍데기 민주주의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외부의 참여를 통해 이룩하고자 한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시민사회의 참여라는 형식적·절차적 참여로는 부족하며 형식적·절차적 참여를 실질적 참여로 격상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중생보위 및 산하 전문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대해 녹취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시 청구된 모든 녹취록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민주정부 시절에 늘 해오던 일이다. 발언자를 익명 처리한 후 모든 발언의 녹취를 작성·공개해야 한다. 이렇게 발언 전체에 대해 녹취록을 작성·공개하게 되면 보안 각서는 자연스럽게 폐지될 것이다. 또한 정부위원회 혹은 적어도 중생보위의 회의에서는 회의자료를 ‘대외비’로 분류할 때 그것이 어떤 근거로 대외비로 분류되는지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은 국회의 해당 상임위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회의마다 대외비로 분류된 회의자료에 대해 매번 사후적으로라도 국회의 해당 상임위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집행하는 행정청이 그 법 집행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위한 회의를 하면서 거의 모든 자료에 대외비 분류도장을 찍어오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행정행위이므로 이에 대해 입법부가 통제할 필요가 있다.

또 중생보위의 회의자료를 대외비로 분류하고 국회 상임위의 승인을 얻었더라도 그것이 대외비로 유지되는 기한을 일정 범위 내로 한정해야 한다. 즉, 중생보위가 매년 그 이듬해에 적용될 기준중위소득의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여는 6개월여의 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전체 기간의 최대 1/5을 넘지 않도록 대외비 기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준중위소득 등 중생보위의 심의·의결과 관련하여 가칭 ‘결정예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5년 7월 31일 중생보위는 2026년에 적용할 기준중위소득을 결정·발표하였는데, 이는 법정시한인 8월 1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의자료는 대외비로 분류하여 공개하지 않고 민간위원들에게는 보안 각서를 쓰게 하며 최종회의를 법정시한 하루 전날 개최하고서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생보위의 결정으로 ‘죽고 사는’ 시민들은 결정 과정에 대해 참여나 소통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알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시민들의 ‘먹고 사는’ 혹은 ‘죽고 사는’ 문제에 직결되는 사안에 관한 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을뿐더러 인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적어도 중생보위에 한해서라도 가칭 ‘결정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도 행정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제정 혹은 개정할 때 입법예고를 하고, 입법예고 기간에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받는다. 이런 입법예고제를 감안하면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정책 결정에 대해서 ‘결정예고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결정예고제’가 아무런 선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제안하는 ‘결정예고제’와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이의제기 절차를 두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곧바로 정부의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게 하고 있다. 즉,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한 내용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면 그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의제기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장관은 재심의를 요청해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재심의하여 최저임금안을 새로 마련할 때까지 최저임금 결정은 유보된다. 이 글에서 말하는 ‘결정예고제’는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이의제기 절차보다 더 발전된 형태이다. 즉, 단순한 이의제기가 아니라 일종의 공개토론이며 공론화이다. ‘결정예고제’는 입법예고제보다도 더 발전된 형태로 중생보위의 결정사항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될 것이다.

‘결정예고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논의를 필요로 하지만 입법예고제나 최저임금법의 이의제기 절차 등을 참조하여 정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결정예고의 기간은 현행 입법예고제를 참조하여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예고 기간에는 그동안의 결정에 사용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회의 시의 녹취록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결정예고 기간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회의에 사용된 자료와 녹취록 분석 등을 통해 결정 과정 시의 하자가 발견되면 하자의 정도에 따라 결정이 수정되거나 심한 경우 재논의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2025, KOSIS.
 ·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2025, KOSIS.
 ·  김미곤·여유진·양시현 외, 1999, 1999년도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남찬섭, 2005,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 관한 연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전문위원회의 회의록을 중심으로.” 사회보장연구, 21(4): 255~282.
 ·  남찬섭, 2025, “기준중위소득의 적정화를 위해서는 기준중위소득 결정과정의 민주적 원칙 회복 필요: 2026년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보면서,” 복지동향, 8월.
 ·  박순일·김미곤 외, 1994,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보건복지부, 각년도(2015~2025).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 2025, 국민 기초생활의 든든한 안전망이 되도록 기준중위소득 개편 개시, 보도참고자료, 11월 21일.
 ·  정복란·이성기 외, 1990, 생활보호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월간<복지동향> 2026년 1월호(제3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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