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10-08   2128

[동향1] 법정 유급병가 도입이 필요하다

이재훈 |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상병수당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복지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 하반기에는 전국 단위의 본사업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2022년 7월부터 시작됐으니, 계획대로라면, 시범사업 5년여 만에 비로소 전국적인 제도가 시행되는 셈이다.

상병수당 도입은 한국의 사회보장 역사에서 분명 중요한 진전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이나 부상을 겪어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야 했다. 일을 쉬는 순간 소득이 줄거나 끊길 수 있고,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병수당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생계 걱정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아픈 상태에서 계속 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일정 소득을 보장한다.

그러나 상병수당 도입 자체가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장 기간이 짧거나 소득대체 수준이 낮다면 아프더라도 제대로 쉴 수 없다.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면 고용 형태나 노동시장 지위에 따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질병의 초기부터 회복까지 보장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아프면 쉴 권리’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기기간 7일?

그렇다면 정부가 구상 중인 상병수당제도는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유력한 방안은 3단계 시범사업에서 적용 중인 정률·정액 혼합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시범사업에서 논란이 컸던 소득기준에 따른 선별 지원, 최저임금의 60% 정액만을 지급하는 방식, 입원을 전제로 급여를 인정하는 방식 등은 본사업의 주요 검토안에서는 제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보편성과 소득보장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상병수당의 실질적인 보장성을 좌우할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긴 대기기간의 문제다. 정부는 상병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대기기간(공제기간)을 7일로 검토하고 있다. 7일의 대기기간은 적지 않은 단기 상병을 사실상 상병수당의 보호 밖에 두게 된다. 독감이나 코로나19, 급성 장염, 편도염, 요통이나 염좌처럼 며칠간의 휴식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는 단기 질환은 일상에서 매우 흔하다. 건강보험연구원(임승지, 2019)에 따르면, 연간 입·내원일수 기준 7일 이하가 65.5%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23년 기준), 대기기간을 3일이 아닌 7일로 할 경우, 약 70만 명이 상병수당 적용에서 배제된다. 7일 이하의 짧은 기간이라 소득공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픈 노동자가 질병 초기부터 공식적으로 일을 멈추고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이유로 ILO의 사회보장 최저기준 협약(제102호)과 의료 및 상병급여 협약 130호(26조 3항)는 대기기간이 최대 3일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역시 한국의 시범사업에서 7일의 대기기간을 설정한 것은 국제적 수준에서 매우 긴 편이며, 아픈 노동자의 병가 이용을 억제할 수 있고, 충분히 쉬지 못해 병가가 장기화되거나, 환자의 프리젠티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OECD, 2023: 30~31). 예컨대, 프랑스 공공부문은 2012년 1일의 대기기간을 도입한 결과, 단기 병가사용은 줄었지만 1주~3개월의 장기병가는 오히려 약 25%가 증가했다.

실제 OECD 국가 대부분은 공적 상병수당제도가 질병 발생 첫날부터 지급되지 않더라도, 그 이전 기간을 사용자의 법정 유급병가나 임금계속지급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26개국은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는 대기기간이 아예 없으며(0일), 대기기간이 있는 10개국도 3일 이하다.

최근에는 대기기간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향의 제도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아일랜드는 상병급여의 대기기간을 6일에서 3일로 줄였고, 법정 유급병가를 도입해 연 5일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2026년 4월부터 기존 3일의 대기기간을 아예 폐지해 질병 첫날부터 법정유급병가(SSP)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OECD 국가별 상병 초기 소득보장과 실제 대기기

법정 유급병가 + 공적 상병수당:  OECD 국가의 표준적 방식

OECD 국가는 법정 유급병가와 공적 상병수당을 결합하는 혼합형 제도가 가장 보편적이고 표준적인 방식이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8개국이 질병 초기에는 사용자가 법정 유급병가나 임금계속지급을 통해 소득을 보장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회보험이나 조세로 재원을 조달하는 공적 상병급여가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체 OECD 국가의 약 4분의 3에 해당한다.

이러한 제도 구조는 법정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의 기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법정 유급병가는 감기나 독감, 장염, 근골격계 질환과 같이 비교적 짧은 기간의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해, 질병 초기부터 일을 멈추고,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상병수당은 질병이 장기화될 경우 개인이나 사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소득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제도다.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병 기간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보완적 관계인 셈이다. 질병 발생 첫날부터 장기적인 치료기간까지 보호가 끊기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단기 상병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되, 장기간의 상병 위험을 개별 사용자에게만 부담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법정 유급병가 없는 한국, 아프면 쉴 권리도 사업장마다 다르다 

한국은 모든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적용되는 유급병가제도가 없다.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게 적용받을 뿐이다. 어느 사업장에서, 어떤 고용 형태로 일하느냐에 따라 쉴 수 있는 귄리도 크게 달라진다. 한국노동패널 분석에 따르면(김기태 외, 2023), 업무 외 상병에 대한 병가 제공률은 정규직 54.4%인 반면, 비정규직은 14.7%에 불과했고, 상용직 51.1%에 비해 임시직은 12.5%, 일용직은 2.0%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별 격차도 크다.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병가 적용률은 8.9%에 불과한 반면, 1,000인 이상 사업장은 65.2%로 약 7배 차이가 났다.

더구나 병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급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 민간기업 취업규칙 분석자료를 활용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의 연구에 따르면, 493개 사업장 가운데 병가 규정을 둔 곳은 약 42%,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에 불과했다. 제조·건설업은 3.0%, 서비스업은 9.6%였고, 특히 100인 미만 제조·건설 사업장은 유급병가 비율이 0.8%, 100인 미만 서비스업도 7.5%로 매우 낮았다.

단체협약에 맡겨진 병가, 있어도 제대로 쓰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법정 유급병가가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병가와 질병휴직을 보장해 왔다. 그러나 단체협약을 분석해 보면 병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동자가 아플 때 충분히 쉴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보장 수준은 사업장마다 크게 다르고, 제도가 있어도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민주노동연구원, 사회공공연구원,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이 공동으로 진행한 단체협약 분석 결과에 따르면(이진우 외, 2026), 단체협약상 병가제도 역시 병가의 유·무급 여부와 급여 수준, 보장기간, 증빙 절차, 연차휴가와의 관계, 질병 휴직과의 연계 방식 등이 사업장마다 크게 달랐다.

첫째, 유급 여부와 소득보장 수준이 제각각이다. 같은 병가라도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전액 유급형이 있는 반면, 일정 비율만 지급하는 부분 유급형, 처음에는 전액을 지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급여율이 낮아지는 감액형, 일정 기간 이후 무급으로 전환되는 혼합형도 존재한다. 심지어 단체협약에 병가기간은 규정되어 있어도 임금 지급 여부나 산정기준이 불명확한 사례도 적지 않다. 면접조사에서도 병가 사용은 임금 감소뿐 아니라 생계중단에 대한 우려와 연결돼 있었고, 특히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병가 사용은 곧 소득 단절 위험으로 이어졌다.

둘째, 보장기간이 제각각이고 단기 상병과 장기 상병 사이에 공백이 존재한다. 짧게는 며칠 혹은  2주 정도만 보장하는 곳부터 30일, 60일, 90일 이상을 보장하는 곳까지 차이가 크다. 장기질병의 경우에도 병가에서 질병휴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거나, 쉴 수 있는 기간과 급여가 보장되는 기간이 서로 달라 일정 시점 이후 사실상 무급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금속노조 363개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3개월과 6개월 시점에 고용을 유지하며 쉴 수 있는 사업장은 각각 89.5%, 79.1%였지만, 질병 발생 2주 시점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확인된 사업장은 33.9%, 급여까지 보장되는 곳은 18.2%에 그쳤다.

셋째, 연차 선사용과 까다로운 증빙 절차가 병가 이용의 문턱을 높인다. 일부 사업장은 병가나 질병휴직을 사용하기 전에 남은 연차휴가를 먼저 소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단체협약 분석에서는 병가·휴직 제도가 있는 43개 사업장 가운데 14곳이 연차 선사용을 요구했고, 27곳은 진단서 등 증빙서류 제출을 명시하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의 일부 운송·물류사업장에서도 병가 사용의 전제로 연차 소진을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증빙 요건이 과도하거나 규정이 불명확하면 사용자의 판단과 재량이 개입할 여지도 커진다. 어떤 질병을 병가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 어느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인정할 것인지, 며칠 이상 쉬어야 병가를 승인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면 동일한 질병이라도 부서나 관리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단체협약 분석에서도 상급자의 승인이나 회사 관행에 따라 실제 사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제도 자체보다 ‘허락을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면접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해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병가 사용이 연차 소진, 호봉·승진·성과 평가상의 불이익, 계약갱신 및 고용불안과 연결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관리자가 병가 사용을 억제하거나 눈치를 주는 경우도 나타났다.

넷째, 제도가 있어도 대체인력이 없으면 실제로 쉬기 어렵다. 설문조사에서 병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거나 부족해서’였다.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데도 출근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도, 대체인력 부족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그 뒤로 ‘아프지만 참고 일해야 할 것 같아서’, ‘일하지 않으면 소득이 줄어서’, ‘동료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것이 미안해서’ 등이 이어졌다. 면접조사에서는 이 구조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대체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사업장에서는 병가 사용자의 업무가 그대로 동료에게 넘어가고, 이것이 결국 병가를 쓰는 노동자에게 미안함과 눈치를 느끼게 만드는 조직문화로 이어졌다.

법정 유급병가, ‘아프면 쉴 권리’를 제도화해야 한다

법정 유급병가 도입의 핵심은 아플 때 쉬는 것을 개인의 선택이나 사업장의 배려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만드는 데 있다. 업무상 재해뿐 아니라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노동자의 소득과 고용을 보호하도록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불안정 노동자일수록 아플 때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제도적 해법이기도 하다. 공무원에게 이미 연 60일의 병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업무 외 질병으로 쉴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권리를 최소한의 노동기준으로 확대하는 일이다.

특히 법정 유급병가 도입으로 인한 사용자 책임을 단순히 기업의 추가 부담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유급병가와 상병급여의 효과를 다룬 18편의 실증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근속 유지, 이직감소, 업무 복귀 등 생산성 관련 지표와 질병·감염 감소 등 건강 관련 지표에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 소득대체율이 10% 높아질 때 생산성 효과크기는 16.8%, 건강 효과크기는 10.3% 증가한 반면, 대기기간이 하루 늘어나면 생산성 효과크기는 18.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재훈, 2025). 이는 아픈 노동자가 초기에 충분히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자 보호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전체에도 장기적인 편익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법정 유급병가의 비용과 인력 공백을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부담시키는 방식에는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에는 유급병가 비용에 대한 재정지원과 대체인력 지원, 공동 대체인력 체계 등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려면 질병 발생 초기부터 장기 치료까지 보호가 끊기지 않도록 하나의 연속적인 상병보장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법정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도입은 개별 과제가 아니다. 단기 상병에 대한 사용자 책임과 장기 상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는 것이다. 만약 7일의 대기기간을 둔 상병수당만 도입한다면, 질병 초기의 가장 필요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게 된다. 법정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이 함께 연결될 때 비로소 ‘아프면 쉴 권리’가 끊김 없이 보장될 수 있다.

| 참고문헌 |

  • 강희정, 오수진, 문석준, 이아영, 홍성민, 김현경, 오욱찬, 김기태, 고든솔, 정해식, 고제이, 이소영, 하솔잎, 여나금, 이현주, 이재은, 홍재석, 한상희, 2022,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1차 평가 및 본 제도 운영방안, 정책보고서 2022-102,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 김기태, 류진아, 강희정, Giuliano Bonoli·Orly Gerbi, 서효진, 2023, 주요 복지국가의 상병수당 제도 경험 및 운영 현황 연구: 스위스, 이스라엘, 네덜란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3-5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김수진, 김기태, 2020, 누가 아파도 쉬지 못할까: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91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이진우, 문다슬, 박영민, 양현준, 예진, 이재훈, 최민. 2026. 유급병가 실태와 법제화 방안. 민주노동연구원, 사회공공연구원,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
  • 이재훈. 2025,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③: 유급병가와 상병급여의 효과성 메타분석”, 사회공공연구원 이슈페이퍼 2025-06
  • 임승지·김나영·이정면·조정완·김용빈·김윤희(2019), 상병수당제도 도입연구 I: 기초연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 OECD, 2023, Disability, Work and Inclusion in Korea: Towards Equitable and Adequate Social Protection for Sick Workers, OECD Publishing, Paris.
  • UK Government, 2026, Statutory Sick Pay: sickness absences that start before and end on or after 6 April 2026.


월간<복지동향> 2026년 10월호(제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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