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돌봄노동 공공성 훼손, 노동권 침해, 제도적 차별 조장해
정부·지자체가 값싼 노동 제도화하는 퇴행적 정책에 앞장서

서울시는 법무부와 함께 서울에 체류·거주하고 있는 외국인(국내합법체류 특정비자(4종) 보유한 성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어제(3/24)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모집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역행하며, 어렵게 쌓아올려온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 밖으로 내모는 퇴행적 정책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시범사업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하여 저임금·무권리의 돌봄노동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은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 가족, 전문인력 배우자 등을 ‘가사사용인’이라는 법적 지위로 고용해 가사·육아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현행 노동법의 보호 밖에 있는 신분이다. 즉, 정부와 지자체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 등 신분이 취약하고 불안정한 신분의 사람들을 제도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법적 공백을 악용해 최소한의 노동기준조차 적용하지 않는 ‘값싼 노동’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노동권 보호의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게다가 이번 시범사업은 다시금 가사노동을 음지로 몰고, ‘공식 노동’과 ‘비공식 노동’이라는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는 시도와 다름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과 기본적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체류자격 완화, 비자 가점, 재정 증명서류 면제 등 유인을 통해 외국인의 불안정한 체류 조건을 이용하고 있는 점은 매우 문제적이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과 위험성이 제기되는데도, 서울시는 가사·돌봄서비스에 대한 전문성 없이 시간제 사무보조를 대행하는 민간업체에 사업 운영과 관리를 사실상 맡기고 있다. 이는 공공의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이번 시범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무책임하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돌봄노동은 국가의 공적 책임 아래 안정적이고 존엄한 노동으로 보호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돌봄노동을 사적 계약에 방치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 저임금 구조의 고착화, 돌봄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공공적 책임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훼손하는 정책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선 사회적 퇴보다. 돌봄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권리 없는 돌봄은 안전하지 않으며, 공공의 책무는 결코 사적 계약으로 대체될 수 없다. 정부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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