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8월 1999-08-01   1053

한 손은 어디에 있는 거야?

글쎄. 이제 겨우 녹색연합에서 생활한 지 1년 반 정도 지난 나에게 실수로 인한 사건이 있을까?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자잘한 실수로 선배들을 곤욕스럽게 한 일들이 분명히 있겠죠.

아,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녹색연합 생활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새정부가 들어선 직후 대규모 사면이 있었죠. 그때 환경분쟁으로 인해 집행유예나 구속돼 있던 지역 주민들이 있었어요. 당시에 국회 청와대 등에 그분들의 사면을 요구하기 위해 자료를 구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무사히 각 기관에 보냈어요.

문제는 보도자료에서 생겼죠. 나름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냈는데 저희와 잘 아는 기자 한분이 전화를 하신 거예요. 숫자가 틀리다고. 보도자료에 쓰인 사면을 요구한 사람들의 수가 참고자료에 있는 것과 틀리다는 거예요. 그 분은 보도자료 작성한 사람의 이름을 보니 듣지 못했던 이름이라, “아, 신입간사가 실수한 거구나” 생각하고 일러주려고 일부러 전화를 주셨다더군요. 아주 작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오타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소한 실수가 단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들었죠.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단체 홍보와 관련된 일인데. 늘 그때 생각이 나요.

이제 진짜 얘기를 해 드리죠. 녹색연합의 오래된 이야기 하나.

“1994년 1월 19일 오후 1시 19분. 당연히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하지. 그날이 어떤 날이었는데…. 그날은 그해 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어. 바로 다음날 한강이 꽁꽁 얼 정도였거든. 열섬효과, 한강의 부유물질, 오염물질로 한강 결빙일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었는데 말이지. 중요한 건 그날이 그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는 것이지. 그런데 그때가 전국 주요 하천의 물 오염사건이 계속 터지던 때이기도 했어.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들이 연일 터졌지. 전반적으로 물문제가 계속 대두되던 시기야.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물문제 해결을 촉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거지. 맞아. 한강에 들어가기로 했어.

그 추운 날 옷 벗고. 들어가서 “전국민이 나서자, 물 살리기!” 이렇게 구호도 외치고 무사히 나왔지.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왔는데 아마 아직까지는 시민단체 일에 언론사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건 그게 유일했을거야. 무사히 마치고 나와서 옆에 쳐놓은 텐트에 들어가 옷 벗고 몸 녹이고 있는데, 연락이 온 거야. 모 방송국 기자가 곧 올테니 다시 한 번 들어가달라. 야, 이거 어떻게 해. 그래 할 수 없다. 또 들어가자. 그래서 그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모 석간신문의 기자가 온 거야. 이제 곧 마감인데, 이거 못 찍어가면 자기는 잘린다. 다시 들어가라. 지금 당장. 어떻게 해. 들어갔지.

그런데 문제가 터진거야. 내가 젖은 속옷을 홀랑 벗고 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그 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는 없잖아. 문제의 이 사진은 이래서 탄생했지. 잘 봐. 한 손은 피켓을 들고 있는데, 한 손은 물 속에 있지. 뭔가를 가리면서. 그래. 그렇게 된 거야. 그러고 나오니 그제야 방송국 기자가 와서 그대로 물에 또 들어가고. 그 추운 날 세 번이나 물에 들어간 거야.”

이 시위는 당시 시위문화 중에선 가장 획기적인 것 중의 하나였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언론사나 시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컸구요. 두고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일 중의 하나죠. 그렇게 해서라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 했던 선배들의 활동방식과 지금은 많이 다르죠. 지금은 순간적인 대응보다는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한 활동이니까요. 하지만 몸을 던져야 할 때 머뭇거리지 않고 나갈 수 있는 녹색연합의 전통. 아마 이때부터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요. 더 많은 얘기를 듣고 싶으시다구요? 언제든지 오세요. 녹색연합으로.!

정명희 녹색연합 홍보간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