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7-01   3445

[편집인의 글] 진보정치와 걸어 온 복지국가의 길: 성과와 한계, 그리고 희망

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 22대 총선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을 확인했다는 떠들썩한 평가 뒤에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대중적 명맥을 불안하게 지키고 있던 정의당이 현실 정치의 장외무대로 물러난 충격이 자리한다. 진보정치 그리고 복지국가를 꿈꾸며 대안적 복지정치를 모색해 온 사람들에게 이는 하나의 뼈아픈 사건이자 기억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일 것이다. 1987년 이후 창당과 당명 개정, 재창당, 심지어 법적 해산마저 겪었던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여전히 이념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지지기반을 잃어왔고, 기존 보수정당과의 정책적·정치적 차별화에 거듭 실패하면서 심지어 진보라는 상징을 쓰는 하나의 정치집단 정도로 폄훼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상복지 논쟁 등으로 형성된 한국 복지국가 변화의 궤적에 진보정당과 진보적 정치행위자들의 헌신과 기여는 함께 기억하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이번 7월호는 ‘진보정치와 걸어 온 복지국가의 길’을 주제로 복지국가와 진보정치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복지국가가 걸어가야 할 진보정치의 길을 되묻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먼저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진보정치에 관해 가장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장석준 연구위원의 날카로운 평가의 글을 실었다. 여기서 장 위원은 복지국가 형성에 끼친 진보정당들의 공과를 논하면서도 생태위기와 디지털전환, 돌봄 공백 등 작금의 다중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정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여대 김진석 교수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진보정치와 복지국가 간 관계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고 다소 서먹하다. 명절에 만나 대화할 주제가 별로 없는 먼 친척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는 복지국가를 새로 고쳐 쓰자고 제안한다. 공격적으로 확대되는 복합적 위기 속에서 지구적 삶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공통의 의제로 진보정치와 복지국가가 다시 연대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진단이 다른 두 글은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만나게 된다. 세 번째 글에서 동아대 남찬섭 교수는 무상급식 논쟁에서 시작해 최근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 이르기까지 한국 복지국가 운동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평가한다. 특히 이들 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오랫동안 연구했던 필자의 경험과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한 현장감 넘치는 글은 뼈아프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미 그 어떤 기획원고보다도 충분히 길지만, 나는 더 많은 원고 분량을 제안하지 않은 것에 잠시나마 후회했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주수정 이사의 글이다. 이번 호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생애주기적 집단이 아닌 정치 주체로서 청년이 바라보는 한국 복지국가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를 전망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청탁하는 나조차 무슨 말인지 설명하기 난해한 주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청년이라는 주제의 과잉담론화와 상품화된 식상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주 이사는 개떡 같은 질문에 찰떡같은 답을 하여 담담한 글에 실어 보내주었다. 이 글에서 그는 청년층을 포섭하려는 기성정치인들의 전략이나 진보 진영의 친복지동맹이 청년의 일상을 지배하는 구조적 한계에 접근하지 못한 채 때로는 청년이 갖는 상징성을 동원한 점을 비판하면서 계급과 민족, 문화적 동맹을 제안한다.

멀지 않은 과거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진술과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7월호에 실린 기획원고들은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언어가 가진 한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같은 호명(呼名)에도 사람마다 가리키는 대상(referent)이 다른 혼란을 진보와 복지라는 말에서 쉽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진보와 복지를 말할 수는 있지만 둘 간의 관계가 어때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 실린 글들의 핵심 주장과는 별개로, 행간에 따라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무엇을 기대하고 이런 기획을 했느냐고 물어볼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 사건(event)들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7월호(제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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