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10-01   11976

[동향1] 고용허가제 20년, 목적과 원칙을 잃어버린 이주노동 제도

김사강ㅣ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의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도입 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시행 20년이 되었다. 고용허가제 이전 이주노동자 도입제도는 1994년부터 시작된 산업연수생제도였다. 산업연수생제도는 높은 송출비용,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대우, 미등록 체류자 양산 등의 폐단이 심각했다. 고용허가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편,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산업 분야에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되,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는 보호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고용허가제 도입의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또 고용허가제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송출 과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한 고용허가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이주노동 제도가 속속 만들어졌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점차 축소되었으며, 이주노동 제도의 경직성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 체류의 길로 내몰고 있다.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신 경제활동 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와 도입 업종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 글에서는 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가 어떻게 목적과 원칙을 잃어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높은 송출비용 문제

고용허가제 이전에 시행되고 있던 산업연수생제도는 민간 송출업체와 송입업체가 연수생의 도입 과정을 담당했다. 연수생들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국에 올 수 있었는데, 10여 년간 지속된 산업연수생제도 아래서 송출비용은 3,000달러, 5,000달러, 나중에는 7,000달러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연수생들이 입국 후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높은 송출비용은 연수생들이빚을 갚기 위해 강제노동을 견뎌야 하는 상황을 만들거나 연수생의 이탈과 초과 체류를 낳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이러한 문제를 없애고자 송출국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국의 공공기관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모집, 선발, 도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민간 송출입업체들의 반발로 2006년까지 병행 시행되던 산업연수생제도가 2007년 완전히 폐지되면서 민간업체들에 내야 했던 각종 수수료와 보증금이 사라졌고, 이주노동자들의 송출비용은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이주노동자들의 도입제도는 고용허가제에 통합되는 대신 외국인선원제도라는 별개의 제도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선원제도를 통한 이주노동자의 모집·선발·도입은 여전히 민간 송출입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어업 이주노동자들의 송출비용은 2003년 기준 1,500만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고용허가제를 통한 이주노동자 도입이 특정 산업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인력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고용주들의 호소에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계절근로자제도와 2022년부터 규모를 확대한 조선업 기능인력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이주노동자를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모집·선발·도입을 민간 송출입업체가 맡도록 했고, 그 결과 이주노동자들이 내야 하는 송출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조선업 이주노동자들의 송출비용은 1,000만 원 안팎이었으며, 최장 5개월간의 취업만 허용되는 계절노동자들도 800만 원을 넘게 내야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송출비용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계약 기간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해야 돌려받을 수 있는 이탈보증금도 포함되는데 이는 미등록 체류를 방지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2023년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참여한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TF를 구성해 이주노동자도입 제도를 일원화하고, 공공기관이 송출입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TF 활동의 결과로 2024년 내놓은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방안’은 민간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불합리한 송출비 부담과 이탈을 예방하겠다는 내용을 담는 것에서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민간에 의한 도입을 제도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고용허가제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던 높은 송출비용 해소는 더욱 요원해진 것이다.

노동권 침해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고용허가제

과거 산업연수생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대우했다. 연수생들은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의 적용에서 제외되어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노동착취 때문에 연수생제도는 사실상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998년부터 일정 기간 연수생으로 일하면 이후에는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연수취업제가 실시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에 고용허가제는 도입시부터 이주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대우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처음부터 근거법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고법)」의 여러 조항들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조항들을 새롭게 추가하며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해 왔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서상 근로조건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 노동자가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애초에 없었다. 외고법은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에 따라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를 당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출국만기보험이라는 이름의 보험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2014년 외고법이 개정되면서 이주노동자의 출국만기보험금 수령 신청 시기는 퇴직 후 14일 이내가 아닌 출국 후 14일 이내로 바뀌었다.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 해제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횟수와 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규정은 사용자에 대한 이주노동자의 종속성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를 강제노동의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적으로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또, 출국한 뒤에야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고용허가제 규정은 심각한 노동법 위반이자 퇴직 후 구직 중인 이주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사업장 변경에 관한 외고법의 규정이 헌법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제기했던 헌법소원에 대해 2011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합헌 판결을 내렸으며, 퇴직금 지급에 대한 외고법 규정에 대해서도 2016년 합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를 묵인했다.

경직된 이주노동 제도가 양산하는 미등록 체류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높은 송출비용을 지불하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한 채 터무니없는 저임금에 시달린 탓에 연수생 신분을 유지하기보다 이탈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체류자격 없이 단속과 추방의 공포를 견뎌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편이 직업 선택도 자유롭고 임금도 연수생의 두 배 이상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수생의 이탈이 지속되다 보니 고용허가제 도입 직전에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비율은 80%에 달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송출비용을 낮추고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대우하면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체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 체류 비율은 지난 20년 간 1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적지 않다. 매년 1만 명 안팎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체류자격을 잃고 미등록 체류자가 되고 있다. 법무부의 체류외국인 통계를 살펴보면 고용허가제 시행 첫해인 2004년을 제외하고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체류 비율이 국내에 체류하는 전체 외국인의 미등록 체류 비율보다 언제나 높게 나타난다. 고용허가제라는 제도 자체가 미등록 체류를 야기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과 관련된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체류자격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외고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최초 부여받은 3년의 체류기간 동안 3회, 추가로 연장받은 1년 10개월 동안 2회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고용센터를 통해 고시에서 규정한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로 더 이상 해당 사업장에서 일할 수 없다고 인정을 받고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횟수에 산입되지 않지만 사유를 입증하기도 인정받기도 쉽지는 않다. 허용된 횟수가 소진되었거나 사업장 변경을 허가받지 못한 채 사업장을 그만두는 경우,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을 잃게 된다.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고도 1개월 이내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도 체류자격을 잃는다.

또, 현행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최초 3년의 취업활동 기간을 부여받으며, 고용주의 재고용 허가요청이 있는 경우 1년 10개월간 그 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연장된 취업활동 기간이 끝나 출국하기 전 고용주가 재입국 후의 고용을 하겠다고 신청해 주면 출국 후 1개월이 지난 뒤 재입국해 다시 3년간, 그리고 추가로 1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고용과 재입국이 모두 고용주의 요청에 의해 결정되고, 그 전제 조건으로 1년 혹은 그 이상의 동일 사업장 근무가 요구되고 있어 고용주에 대한 이주노동자의 지위는 취약해진다. 무엇보다 재고용을 약속한 고용주가 약속을 번복하거나 고용계약을 파기해버리면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을 잃게 된다. 결국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스스로 취업활동 기간 연장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하는 경직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어쩔 수 없는 미등록 체류의 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허울뿐인 내국인 노동자 보호

외고법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한 허가를 받으려는 사람에게 내국인 구인 노력을 먼저 하고, 같은 조건이라면 내국인을 우선적으로 채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규정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를 받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애초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 분야나 사업장은 노동환경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해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곳이다.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하려면 형식적으로 내국인 구인 노력을 며칠 하다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허가할 것이 아니라, 내국인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을 올리는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는 업종에 이주노동자를 더 뽑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 연간 도입 인원은 2만 5천 명에서 16만 5천 명으로 증가했고, 도입 업종도 늘어만 갔다.

내국인 노동자 보호 대신 이주노동자 고용을 확대한 대표적인 업종은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2010년대 중반 수주 감소와 고유가로 경기 불황을 겪으며 내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해고를 감행했다. 남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과 상여금을 삭감했고, 인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저임금으로 고용이 가능한 하청노동자를 쓰고 버렸다. 2020년대 초반 다시 수주 호황을 맞이한 조선업계는 내국인 노동자 고용을 늘리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대신 정부에 이주노동자 도입 규제 완화와 도입 규모 확대를 요구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에 호응해 고용허가제에 조선업 쿼터 5,000명을 별도로 배정했을 뿐 아니라, 조선업 기능인력제도의 정비를 통해 숙련 이주노동자로 선발되기 위한 경력 요건과 임금 수준을 완화하고, 이주노동자 선발과 도입을 민간 송출입업체가 담당하도록 했으며, 조선업 분야 전체에 적용되고 있던 이주노동자 쿼터를 폐지하고 기업별 이주노동자 고용 비율을 30%까지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조선업계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내국인 노동자 대신 스스로 그만둘 수는 없지만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도 내국인 노동자 보호가 얼마나 하찮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에서 제외되어 오다가 2022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에게는 노동관계법 적용과 4대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그러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고, 정부는 이주노동자 도입으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애초에 문제가 아동 돌봄 또는 가사관리 인력 부족이 아니었던 만큼 고용허가제를 통해 도입되기 시작한 이주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용자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사노동 분야의 내국인 노동자 고용이 줄어들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하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는 목적과 원칙을 저버린 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왔다. 그 와중에 고용허가제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제한하는 이주노동자 도입제도들도 등장했다.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에 묶어두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차별적 이주노동 제도는 더 많은 산업과 업종이 내국인 노동자 대신 이주노동자를 찾게 하고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개선을 뒷전으로 미루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의 이주노동 제도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들여오면서도 그들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이주노동자를 넘어 더 넓은 산업 분야, 더 많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같이 입게 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0월호(제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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