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2년 05월 2012-05-02   2041

[특집] 사찰은 다 나빠: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 바로잡을 이유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 바로잡을 때

 

 

박주민 변호사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의 일부분이 정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입과 그의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서 내게 분노를 일으켰던 내용은 크게 3가지였다. 우선 호남에 대한 배제와 자기 지역 챙기기, 다음으로는 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장악 시도,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폭넓은 감시 시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합법적인 감찰과 불법적인 사찰로 나누어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한다. 물론 불법적인 사찰과 합법적인 감찰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부도덕한 권력의 행사에 대해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것은 오히려 부도덕한 권력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불법이든 아니든’ 사회적으로 단죄해야 할 내용들이 있는 것이다. bigbrother

권력, 누구의 것인가

지역주의가 우리나라에 미쳐온 패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기댄다면 어떤 정치권력도 정의롭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찰 문건에는 호남 출신 공직자들에 대해 ‘지역색’을 문제 삼아 부정적 평가를 한 내용이 상당수 눈에 띈다. 문건 가운데 광주 출신 유?? 경찰청 정보1분실장에 대한 동향 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경찰 동향 파악은 대체로 총경 이상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인 유 실장이 동향 파악 대상이 된 것부터가 이례적인데다가, 그 내용도 ‘유 실장이 호남 출신이라 충성심이 의심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는 ‘재경동지회명단’(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고를 졸업하여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 속해 있는 경찰의 명단)이 포함되어 있었고, 금감원 4급 자리에 지원하는 포항 동지고 출신 은행원의 이력서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들은 권력이 포항 출신들을 특별히 관리해 왔다고 추측하게 한다. 결국 애초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목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놓고, 권력을 특정한 지역 출신의 것으로 사유화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BH하명’과 방송사 임원 인사

흔히들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에 이은 제4부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파급력이 큰 매체는 단연 방송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현 정부에서는 반정부적인 방송을 통제하기 위해 각 방송사의 임원진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앉히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제기된 의혹들이 일정 정도 사실이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개된 문건 중 12개의 문건에 KBS·YTN·MBC와 PD수첩 등이 언급되어 있고, 특히 2009년 7월 27일 작성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문건의 비고란에는 ‘BH 하명’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 문건과 같은 이름의 문건이 2009년 11월 9일 추가로 작성됐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한 달 후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씨가 KBS 사장에 선임되었다. 우리는 정연주 KBS 전 사장이 검찰로부터 무리한 기소(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됨)를 당하여 물러났던 것을 기억한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까?

 

 

두렵나, 또 다른 촛불집회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통절히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 반성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청와대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2008년 하명 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에는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문제 단체 현황’,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라는 3개 업무 처리 결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모두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단체나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도 ‘범국본 집회’, ‘반전 촛불집회’ 등의 내용이 포함된 문건들도 발견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또 다른 촛불집회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을 전방위로 감시하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했다는 반성의 실체인 것이다.

 

 

권력과 국민의 관계 바로 세우기

이 땅의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권력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위에 존재하는 것, 국민에게 이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그러나 유사 이래 정치권력은 끊임없이 권력 자체를 위해 존재하려고 했고, 국민들은 그러한 권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왔다. 이 긴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번 총리실 사찰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존재하려고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패악을 끼쳤던 지역주의를 활용하고, 심지어는 불법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에 드러난 총리실 불법사찰 의혹을 계기로 이렇게 비뚤어진 권력의 욕망을 바로 잡아 권력과 국민 간의 관계를 바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을지 모를 총리실 불법사찰을 꼼꼼하게 다시 짚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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