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3-01   8749

[복지칼럼] 막대한 재정과 권한의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의 회의록이 궁금하다

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심의·의결 기구 중 하나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생보위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국가유공자 등 생활조정수당 사업 등 13개 관계부처의 76개 사업에 활용되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고,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 급여별 수급자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 결정, 차상위 계층 지원, 자활기금 적립 및 사용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기능과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생보위의 운영은 그 중요성에 비해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주지 못해 왔다. 기준중위소득을 둘러싼 기재부의 가이드라인, 복지부와 참여 위원들의 방관, 일부 위원들의 반발과 사퇴, 관련 시민단체들의 저항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매년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생보위는 별도의 속기록이 작성되거나 방청이 허용되지 않는다. 비록 중생보위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위원회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폐쇄성과 그에 따른 거버넌스의 부재는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들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지난 2023년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록 공개와 방청권 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강은미 의원과 공동행동은 중생보위가 기준중위소득, 수급자격, 급여수준 등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을 하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회의록, 속기록, 회의자료 등이 모두 최종 의결 이후에도 비공개되어 정책결정과정에서의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보다 전인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중생보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의록 작성, 보관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2018년 11월). 남 의원 등은 생활보장위원회 참석자의 발언 내용 등이 모두 기록된 회의록을 작성, 보관하고 2주 이내에 공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일관된 의견은 속기록 공개 시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미 법령에 따라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법개정의 실익이 없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 사안을 다룬 해당 법률개정안들은 정치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결국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한 채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중생보위와 함께 대표적인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 중 하나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정심은 매년 100조 원이 넘는(비급여까지 포함하면 15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제도를 실질적으로 심의·의결하면서 준조세 성격의 보험료를 결정하고 급여의 진입과 퇴출, 약가를 결정하는 등 상당한 권한이 집중된 위원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사항에 대한 검증이 없고 입장차이에 대한 중재 및 조정능력이 없으며, 위원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 관련된 소송이 빈번할 뿐 아니라 가입자 대표 위원들의 전문성이 결여된 점 등이 꾸준히 문제로 거론되어 왔다. 그나마 진전이라고 한다면 회의록 작성과 보관 사안 정도이다. 2022년 제7차 건정심 회의에서 회의 속기록을 작성하고 주요 내용을 요약한 회의록을 작성하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운영규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7차 회의에서는 ‘속기론을 근거로’라는 문구를 삭제한 회의록 작성만을 의결함으로써 사실상 요약된 회의록이나 회의자료만을 공개하는 정책후퇴가 있었다.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보공개법상에서도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국가비밀, 사생활, 영업비밀 등에 국한되어 있으며, 사면, 부동산투기, 사생활 침해, 재산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닐 경우 해당 내용을 제외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정부 산하 위원회의 회의록은 별도의 규정이 없어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그 하위 법령에 따라 작성 및 보관되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법상의 운용위원회를 제외하면 여기서 다루는 회의록이라는 것이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 및 배석자, 상정안건, 결정 및 표결사항 등에 불과하여 회의 참석자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위원회와 위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 책임성 부과에 한계가 있다. 중생보위나 건정심이 이런 회의록 혹은 회의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 중생보위, 건정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들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제정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행정기관위원회법)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별도로 예외규정이 없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는 이 법 규정에 적용되어 국회 보고와 통제의 대상이 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 관계 법률에는 산하 위원회가 행정기관위원회법 하의 행정위원회 혹은 자문위원회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어 개별 위원회에 대한 거버넌스 미비의 빌미로 거론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들의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조직법』 제2조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9개 행정기관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법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사회보장 관련 재정 규모와 정치적·정책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막대한 재정과 권한 및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들의 논의를 종합하고, 수급자의 참여 강화와 보다 전문적인 위원회 구성을 통한 운영 그리고 국회 및 시민사회의 통제와 견제를 확보하는 것은 가까운 시기에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3월호(제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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