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6-01   9603

[복지칼럼] 겉과 속이 다른 초등돌봄

김아래미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큰일 났어. 내년에 OO이 초등학교 입학하잖아’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기특하고 기쁜 일일진대, 왜 큰일 났다는 것일까? 초등 저학년 시기는 영아기 이후 제2의 돌봄 고비라 불린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최대 19시까지는 있을 수 있었던 아동이 점심 먹고 하교하기 때문이다. 12~13시에 집에 오면 아동은 오후 시간을 대체 어떻게 지내란 말인가? 하교 후에 어른이 늘 집에 있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뛰놀다 집에 가면 되었던 시절은 끝났다. 가족이 주된 역할을 맡고 사회가 일부 아동을 대상으로 보충적·잔여적 역할을 하는 초등아동돌봄 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학원뺑뺑이를 돌거나 많은 아동이 안전하지 않게 홀로 집에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초등 학령기 돌봄 공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확대, 다함께 돌봄센터 신설 및 확충, 늘봄학교 도입, 육아휴직제도 8세까지 연령 확대,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 확대, 유연근로제 활성화 등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 학령기는 여전히 ‘제2의 돌봄 고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가구 증가, 가구규모 축소, 돌봄과 개인 생활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 변화 등과 같이 가족의 삶과 인식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초등돌봄 수요 변화를 애써 외면한 듯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동 중심의 제도가 마련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돌봄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아동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애써 외면하고 덮어왔던 문제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초등돌봄 대상의 겉과 속이 다르다. 제도상 초등돌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나, 실제 돌봄이용아동은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초등돌봄의 보편성이 확인되면서 초등돌봄의 대상은 취약계층 중심에서 맞벌이가구로 확장되었다가, 최근 소득과 관계없이 필요한 누구나로 확장되었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래서 누구나 이용하고 있을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서비스 공급량은 서비스 이용여부 기준으로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필요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240만 초등 학령기 아동 인구 중 60만 명 가량은 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보편적 돌봄이어서는 안 된다. 2023년 실시한 온종일돌봄조사에 따르면 돌봄수요는 49.5%에 달하며, 1학년 돌봄수요는 70%가 넘고, 심지어 6학년도 40% 수준이다. 필요한 만큼 공급이 확충되어야 한다.

둘째, 초등돌봄의 이용 시간 또한 겉과 속이 다르다. 이 문제는 마을돌봄이 아닌 늘봄학교에 해당된다. 늘봄학교 이용 시간은 7시부터 20시까지라 마치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이용시간은 불충분하다. 서울시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아침 및 저녁 돌봄 이용률은 각각 2%, 0.5%에 불과하다. 늘봄학교 도입을 통해 1~2학년 대부분이 돌봄을 받는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1~2학년 아이들은 1~3시까지만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3시 이후에는 선택형 돌봄(구 초등돌봄교실)을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데, 선택형 돌봄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돌봄 양도 부족하여 많은 아동이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늘봄학교를 이용하더라도 오후 3시 이후에는 다시 학원이나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부모는 돌봄 공백을 여전히 체감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충분해 보이지만, 실제로 아동과 보호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셋째, 운영 방식도 겉과 속이 다르다. 이 문제는 특히 늘봄학교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겉으로는 아동을 최우선에 두고 건강하고 안전한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운영은 공급자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아동의 생활시간과 필요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많은 아동은 하교 후에 피아노, 태권도 등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원하지만, 선택형 돌봄은 재입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 활동을 하려면 선택형 돌봄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안전을 이유로 성인동행귀가 원칙을 선택형 돌봄에만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정규수업, 선택형 방과후, 맞춤형 돌봄, 기타 교내 프로그램 등은 1~6학년까지 자율하교이나, 유일하게 선택형 돌봄만 안전을 이유로 성인동행귀가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히 선택형 돌봄만 더 위험할 리가 있을까? 3~6학년은 안전한 자율귀가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현실은 과도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성인 동행이 가능한 학원이 성행하는 왜곡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외에도 늘봄학교는 학기 초에만 신청을 받으며 일시 돌봄도 불가하다 보니, 학기 중에 돌봄이 필요할 때 늘봄학교 이용은 어렵다. 상시 신청이 가능한 마을돌봄이 있지만 공급이 적어 필요할 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넷째, ‘돌볼 권리’를 보장하는 육아기 지원제도는 여전히 소수에게만 허용된 제도이다. 돌봄 받을 권리만큼이나 돌볼 권리 또한 중요한데, 아동의 입장에서도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1~2학년까지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제도화하였고, 2025년부터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초2에서 초6까지 확대되었다. 초등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긍정적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적용 대상의 협소함이다. 해당 제도는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하여 적용되며, 고용보험은 보편적 사회보험임에도 가입률이 2024년 기준 77.0%에 불과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54.7%에 그치며, 설사 가입되어 있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에는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수급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더욱이 제도는 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제도는 일부의 보호자들에게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처럼 허점이 분명한데도 우리는 왜 이러한 문제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법적 근거 및 지침의 부재, 종사자의 반대 등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아동의 돌봄권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제도 개선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이다. 정말 아동을 위한 결정이라기보다 공급자의 이해관계 때문은 아닐까? 아동의 돌봄권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정부, 지자체, 돌봄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미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아동의 놀 권리, 쉴 권리,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는 이 순간에도 침해당하고 있다. 우리는 학원을 전전하고 돌봄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아동이 수없이 많다는 이 심각한 현실에 너무 둔감하다. 무뎌진 감각을 깨우고, 당장 무늬만이 아닌 진짜 ‘아동 중심’의 초등돌봄체계를 만들자.

월간 <복지동향> 2025년 6월호(제3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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