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6-01   9704

[동향2]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의 의미와 평가: 이주민에 대한 사회보장 문제를 중심으로

권영실 |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한국 사회 인종차별의 현주소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넘어서고 있다. 이주민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주민은 일상에서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선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 지위, 직업, 젠더,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기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차별 사유가 ‘인종’이라는 교차 지점과 맞물려 복합적인 차별로 확대되고 있음이 우려스럽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 표현과 편견은 인터넷과 정치 담론 등 일상 곳곳에서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으며, 심지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과 제도는 이주민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라 접근성과 보장 수준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제도적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2025년 5월 한국을 대상으로 제20~22차 심의를 통해 구체적인 최종 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CERD/C/KOR/CO/20-22).

2025년 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심의

대한민국은 1978년「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함으로써, 인종에 기반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오랫동안 국내 정책과 법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이번 심의에는 119개의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한국 사회 내 인종차별 현실을 국제사회에 보고하였고, 2025년 4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심의 과정에서도 적극 대응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권고를 얻고자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권고는 단순한 국제적 권고 수준을 넘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로 나아가는 하나의 이정표이자 국내 법·제도 개편의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아래에서는 사회보장 분야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점 및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주요 권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문제점 및 권고 내용

  • 상호주의 원칙의 문제점 지적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기본이념과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 영역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취하면서 구체적인 규율은 관계 법령에 맡기고 있다(제8조).1 이에 따라 사회보장 관련 각 법령에서 외국인에 대한 특례를 두어 적용 범위를 정하고 있으나 대체로 외국인은 배제하고 일부 결혼이민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민사회보고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관하여 외국인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사회보장기본법이 국제인권법상 차별금지원칙의 위배라는 점을 지적하며 폐기하도록 권고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상호주의 원칙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거부하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비시민권자에 대한 사회보장기본법과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적용에 있어 상호주의 원칙을 근거로 제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권고하였다. 즉, 외국 정부가 한국인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와 무관하게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보편적 인권으로서 생존권은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 건강보험 접근권에 대한 구조적 개선 권고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제17-19차 심의 최종 견해에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낮고 내국인에 비해 이주민의 보험료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선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적절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지역가입자에 대하여 보험료 하한을 내국인보다 높게 설정한 조항 및 세대의 인정 범위를 차별적으로 좁게 규정한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23.9.26. 선고 2019헌마1165 결정). 시민사회보고서에서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도외시한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과 보험료 체납 시 급여 제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 입법이 일부 체류자격자에 한하는 점, 그리고 여전히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 신청자 등이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전 권고를 반복하며,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접근성이 체류자격에 따라 제한된다는 점, 이주 아동을 포함한 난민 신청자나 임시 비자를 소지한 이주민이 직장가입자가 아닌 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다. 이주민 지역가입자의 경우 법률상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세대합가가 가능한 점,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보험료의 하한으로 규정한 점과 관련하여, 세대원 관련 기준을 포함한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할 것과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할 것도 재차 권고하였다.

  • 장애 이주민의 서비스 접근권에 대한 개선 촉구

국내 장애 이주민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도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한국은 장애인등록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이뤄지는데,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외국 국적 장애인 중 한국에서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은 매우 제한적이며, 장애인등록 이후에도 예산 등의 이유로 주요 복지서비스에서는 배제되고 있다(제32조의2). 이에 따라 2024년 8월 기준 외국 국적 등록장애인 현황은 7,805명에 불과한데, 전체 장애 이주민의 수를 고려할 때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특히 장애가 있는 비시민권자가 실질적으로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며, 보다 포괄적인 복지서비스 제공과 제도 개편을 촉구하였다.

  • 난민의 생계 지원 관련 강화 요구

난민신청자에게 제공되는 생계 지원 제도가 예산 부족과 대상자 제한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시민사회보고서를 통해 난민신청자가 난민 심사를 받기 위해 장기간 대기해야 하며, 난민 신청 후 6개월간 취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처우지원제도인 생계비 지원은 매우 부족함에도 2024년 예산이 20%나 삭감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난민인정 제도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사건 처리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황도 문제려니와, 긴 기간 동안 난민법 제40조에 따른 생계비 지원이 난민 신청자 중 오직 1~2%만이, 그것도 단기간만 제공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였다. 또한 난민신청자의 취업 허가, 의료 서비스와 기초생활지원에 대한 접근과 관련된 법적 제한 및 실질적 장애물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였다. 그러면서 난민신청자 및 인도적체류자가 취업 허가, 필수 의료 서비스, 기초생활지원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국내법 및 정책, 실무 관행을 개선할 것을 촉구하였다.

  • 이주아동 법적 안전망 관련 권고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동이 국내법상 출생등록 시스템에 등록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였다. 한국 정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제정을 촉구하였다. 또한 이주아동을 의무교육 범위에 포함하도록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지 않은 점 및 이주아동이 보육료 및 유아 학비 지원에서 배제되고 일부 지자체에서만 지원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아동의 체류자격이나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적절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나아가 장기 체류 기준을 충족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대책에 대해 환영하였으나, 이 대책의 혜택을 받은 아동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과 이 대책이 임시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제도화를 촉구하였다.

  •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및 산업재해 관련 개선 권고

시민사회보고서는 2020년 12월 난방시설이 열악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이후 정부가 주거 대책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여전히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는 절반가량 비주거형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2024년 6월 발생한 아리셀 전지제조공장 폭발 사고를 예시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건 발생률이 내국인에 비해 높은 현실과 위험한 노동이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을 설명하였다.

이에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강화하여 이주노동자에게 비주거시설을 제공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농업 부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 강력한 건축 인증제도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등 적절한 주거 환경을 보장할 것과 노동권 침해나 산업재해를 겪은 이주노동자에게 실효적인 구제 및 보상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사망사고의 피해자 가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하였다.

제도 개선의 과제와 전망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는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대한 개별적·구체적 유권해석으로, 최종 견해에 담긴 내용이 곧바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상당한 설득력과 권위를 가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무엇보다 헌법 제6조에 따라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바, 헌법상 원칙인 국제법 존중주의를 토대로 이 권고를 존중하고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과 그 자녀, 난민신청자, 유학생, 재외동포 등이 여성, 아동, 장애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향한 제도적 차별은 단지 외국인을 향한 차별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는 그저 ‘외부 압력’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스스로 직면해야 할 과제와 성찰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이번 권고를 단순한 문서로 여기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변화로 연결할 때, 우리는 인권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미주 |

  1.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되,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6월호(제3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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