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6101

[편집인의 글] 새 정부에 바란다 : 집 걱정이 줄어드는 사회

남기철 |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상품’이지만, 국민의 주거권이 주택상품과 주택시장보다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규범이다. 언젠가 영화 ‘소공녀’나 ‘기생충’을 보면서 예전에 우리나라가 저랬지라며 반추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5년 전인 2020년 복지동향 편집인의 글에 있었던 한 부분이다. 5년의 기간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 계엄령으로 전 국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지난 정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진보정권 시기에 집값은 오른다는 언론 보도가 일상화되도록 만들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역시 가볍지 않다. 최근에도 부동산 가격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특히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부각되고 있다.

새 정부는 여러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개혁과제에서 주택과 토지문제는 늘 언급되는 부분이다. 일반 국민의 자산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잠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아파트’의 소유 여부로 새로운 계급구조가 공고화되는 등 주택을 자산의 증식 기제로 여기는 논리가 주거권 보장이라는 과제를 침식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갑작스러운 상승, 이에 대한 무능한 정부의 대응, 자가보유 열망에 따른 영끌 대출(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비용), 민간임대 영역에서 높은 전세가율과 전세사기 피해, 주택금융화에 대한 적절한 방향성과 통제의 상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취약한 민감성, 지역사회 거주를 위해 주거지원이 필요한 주거약자 정책의 취약성 등 이제 주택문제는 많은 국민에게 가장 큰 고통의 원천이자 사회갈등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결과적으로 너무나 많은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켜 왔다. 새 정부에게 집 걱정이 줄어드는 나라, 주거권이 존중받는 나라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과하지 않다.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개혁을 표방하는 새 정부에게 바라는 주택정책에 대해서 다루어 보았다.

서종균 박사는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주택임대차시장을 만드는 것, 주거약자들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 공공임대정책이 주거권 보장기제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새 정부가 가장 우선으로 검토해야 하는 주택정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주택가격 혹은 공급총량이나 주택금융 관련을 우선적 정책의제로 강조했던 과거의 주제들과 전혀 다른 이 글에서의 우선순위 제기는 참신하고 중요하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은 압도적 다수가 세입자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청년주택 정책으로 대출 중심의 정책이나 청년안심주택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분석하고 있다. 청년주거정책이라면 일단 세입자의 권리 확대가 정책기조의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전세사기 재발 방지를 위한 보증금 및 주택금융 규제 강화,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주택임대차 행정 강화 및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의 조치를 시급한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남원석 박사는 대표적인 주거복지 정책수단으로 이야기되어온 공공임대주택의 개편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줄어들었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 정권마다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유형들을 신설해 왔던 것들을 얼마 전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통일했지만, 그 운영방식에서 여전히 드러나는 개선점에 대한 강조, 대기자 명부의 도입,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등 소위 ‘89체제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10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임재만 교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제도가 임대차계약과 소비대차라는 이중적 계약의 형태로 단순한 주택 임대차 계약의 방식만이 아니라 사적 영역의 사금융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성격을 규정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전세사기 등 다양하게 불거지고 있는 전세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세계약 구조를 직접 금융방식에서 전세금융공사를 통한 간접 금융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주거권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필요하다며 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홍정훈 연구원은 주거의 품질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비정상 거처의 해소를 선언하였고 2022년 수도권의 반지하 수해 참사를 거치며 잠시 관심을 모았으나 실제 정책은 실효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였다. 기본적으로 주거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주거품질이 실제 정책에서 다루어지지 못하는 점을 비판하며 주거품질과 임대주택 시장 관리는 공공의 책임 영역임을 강조하였다.

집이 부동산이라는 재산의 요소가 아니라 살아가는 주거의 공간과 권리라는 측면에 초점이 두어지는 정책의 대상이기를 바란다. 흔히 정책은 이해관계의 산물이라 하는데, 집을 부동산 가치로 보는 경우와 거주 공간이라는 필수기본권으로 보는 경우 중 새 정부가 어떤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을 관철할지 주목된다. 새 정부는 ‘기본사회’ 혹은 ‘기본시리즈’를 여러 가지로 강조해 왔다. 기본주거 혹은 기본주택도 그 내용이 있을 법한데, 그 내용은 기존의 재산권 이해관계 혹은 기존의 주택정책 공급자 이해관계라 할 수 있는 국토부(와 LH 등)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국민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것이었으면 한다. 집 걱정을 덜 해도 되는 사회를 새 정부에 요구한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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