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8-01   15854

[복지칼럼]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에서 유의할 점

김성욱 |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아직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통상적으로, 그리고 제도의 적용 측면에서 노인의 연령은 65세 이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노인 관련 복지사업들이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의 노인기준(65세 이상)를 준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평균수명 증가의 영향으로 일부 국가에서 노인 기준연령 혹은 급여수급 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연금, 건강보험, 개호보험, 노인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노인 기준연령을 현 65세에서 70세로 점진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 또한 노령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고 정년제도를 폐지하는 등 초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연금 재정적자 확대로 이미 2006년에 2년을 연장한 정년을 추가 연장(62세→64세)하고, 연금납입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한 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영국은 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 66세에서 2028년 67세, 2046년까지 68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노인 기준연령 변경과 관련해서는 2012년 ‘중장기 전략보고서’와 201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제3차 : 2016~2020년)에서 사회적 합의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으며, 2017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2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은 법적으로 모호한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규정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노인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개별 제도에 대한 입법을 통해 제도 적용 연령을 규정하고자 했던 기존의 입법과 달리 노인에 포괄적인 연령기준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상향하려는 최초의 입법사례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는 현행법상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개정하고 부칙을 통해 점진적으로 상향하되, 기준연령을 1년에 1세씩 상향할 경우 일부 연령층의 노인복지 혜택 개시 시점이 장기간 지연되어 정당한 기대이익이 침해될 수 있기에 2035년까지 기준연령을 1년마다 0.5세씩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여러 국가들이 노인 기준연령이나 복지급여의 제도적용 연령을 상향하려는 가장 큰 동인은 무엇보다도 고령화에 따른 재정적 압박이 가장 크다. 그러나 노인 기준연령 변경에 대한 논의는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될 뿐 정부, 국회, 학계 등 어느 곳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아마도 기준연령이 다양한 제도영역에서 정책적 혜택과 배제를 위한 분리기준으로 기능함으로써 노동시장뿐 아니라 생애주기적 고려가 반영된 대부분의 사회제도 설계와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기준연령 개념에 유동성을 부여할 경우 연령 기반의 많은 사회제도들(예를 들어, 노후소득보장, 교육, 의료, 정치, 조세 등)의 설계와 운영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흔들릴 수 있고, 이는 곧 급여수급의 불가피한 조정과 여론의 악화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아직 우리는 고령화와 복지재정의 압박 간의 관계를 연령의 관점에서 실증한 연구를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연령조정이 필요한 상황인지, 연령상향의 정책적 효과는 어떠한지,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우려하는 부작용 우려는 나타날 것인지 등이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되어야 정책조정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지만 아직 기초적인 재정계산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즉 고령화에 따른 위기의식에 비해 그것의 실존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논의를 하지 않아도 간단한 사고실험을 통해서도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기초연금을 예로 설명해 보자. 노인 기준연령을 점차 상향하게 되면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64세~65세 노인의 상당수는 기대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더 많은 노동(대체로 불안정한 일자리)을 하려고 할 것이다. 전체 고령자에서 초기고령자의 소득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노인 전체 평균으로 볼 때 빈곤율의 급격한 상승과 같은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금액이더라도 기초연금의 이연(연령을 늦춰 받음)은 저소득 초기고령자에게 더 큰 충격을 줄 것이기에 고령층 불평등은 악화될 소지가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초기 노인들의 경우 소비를 더욱 줄이려고 할 것이고, 특히 양질의 식품이나 의료비의 지출억제는 장기적으로 노인의 미충족 의료를 확대하고 전체 보건의료의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연령상향의 직접적인 대상인 초기 고령자들의 자녀들은 생활비나 용돈과 같은 사적이전을 일정 기간 더 지속해야 하며 이는 자녀세대의 가처분소득 감소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연령상향이라는 정책변화가 정부의 기초연금 재정지출은 상당 부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노인과 자녀의 삶의 질과 복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기초연금의 경우 정부의 복지재정절감 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인 대상 소득하위 70%라는 기준을 극적으로 변경시켜야 하는 또 다른 과업이 남아 있긴 하다. 소득하위 70%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면, 가령 수급연령을 66세로 상향한다고 하더라도 67세 이상 노인의 70%에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극적인 재정절감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연구는 기초연금의 70% 기준 대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기준 변경은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큰 위험한 제안이다.

지금까지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은 주로 건강수명의 연장과 주관적 노인연령 인식의 변화를 기반으로 복지재정의 압력을 해소하는 간단한 해법처럼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실증에 기반한 다양한 정책 시나리오조차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추진은 자칫 상당한 부작용을 수반할 우려가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과 그에 못지않게 높은 고령자 노동시장 참여라는 모순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는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노인 기준연령 변경은 단순히 노인의 연령적 정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노동, 사회, 문화적 변화를 수반할 뿐 아니라 노인과 자녀세대에 걸쳐 그 효과가 확산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지만, 전체 노인의 절반이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어쩌면 노인 기준연령은 중고령자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하고 경제적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모쪼록 새 정부는 재정적 논의에 천착하기보다,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 미주 |

  1. 이 글은 저자가 발표한 두 개의 글 “노인 기준연령 변경의 정책효과 추정 연구”(2024,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6권 1호)와 “기초연금 수급연령 상향이 노인의 경제적 불안정성에 미치는 영향”(2025, 국민노후소득보장패널 학술대회)을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월간 <복지동향> 2025년 8월호(제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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