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0-01   20801

[복지칼럼] 우리 시대의 비진학 청년들에게

이해님ㅣ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대학의 여름 졸업식은 작고 조용하다. 올해 우리 학과 여름 졸업생은 4명. 아무리 조촐한 졸업식이라 해도, 5년 차 조교수에게 졸업식 축사는 여전히 버겁다. 진부하고 뻔한 덕담으로 채우면 쉽게 공허해지는 그 순간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졸업식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제주 워크숍 일정과 겹쳐, 중간에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졸업식장으로 향해야 했다. 짧은 비행 동안, 졸업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야 할까… 학생들과 함께한 지난 4년을 떠올리니 막 교단에 서 어리숙하기만 했던 내 시간과 겹쳐 애틋함이 더하다.

내가 속한 학과는 일반 학과와는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뒤 최소 3년 이상 산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특성화고 재직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다.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하루를 버티고, 퇴근 후 저녁 7시가 되면 강의실로 모여든다. 그렇게 매일 밤을 쌓아 올린 시간이 곧 이들의 대학 생활인 것이다. 어떤 이는 은행 창구에서, 어떤 이는 공공기관이나 현장기술직으로, 또 다른 이는 민간 기업이나 병원 행정 부서에서 하루를 마치고 학교에 온다.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일하다 다시 공부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큰 결단이었고, 20살이 되자마자 정글 같은 사회에서 겪은 고단함과 부당함은 그들의 20대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년 중 고졸 이하 학력자는 17.4%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40.4%는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로 나선 청년들의 삶을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인다.“대학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리게 하는 풋풋한 청춘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을 지칭하는 “고졸 취업자”, “취업준비생”, “재수생”과 같은 표현에는 이미 실패와 결핍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수능이 끝나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수험생이 성인이 되는 순간을 축하하고, 대학 입학까지의 고단한 과정을 격려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지며 쉽게 소외되기도 한다.

내가 만난 우리 과 학생들의 특성화고로 진학 배경은 다양하다. 적성에 맞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일 수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일찍 취업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직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해 적성을 탐색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19~20살에 곧바로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조기 진입하며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현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교육개발원(2024)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은 70.6%로 OECD 국가 중 1위지만, 2023년 기준, 고졸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전문대 졸업자는 109.9%, 4년제 대학 졸업자는 132.5%, 대학원 졸업자는 176.3%로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취업 후 또래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비진학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들은 일터에서 연령대가 다른 동료들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세대와 고민을 나눌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사회적 고립을 더 크게 경험하기 쉽다. 이는 단순히 외로움에 그치지 않고, 청년기의 중요한 자원인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연결망을 약화시킨다. 결국 이들은 자신만 홀로 뒤처진 듯한 감각 속에서 더 깊은 불안과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진학 청년들이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취업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도 대학이 아닌 다른 환경과 자원을 통해 성장하고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청년들에게는 그 기회마저 더욱 적게 주어진다. 취업한 뒤에도 또 다른 공부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지금 우리 학과의 제도처럼 대학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불평등과 계급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지난 5년간 학생들과 함께하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보람은 이 제도가 분명 우리 사회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이렇게 비진학 청년들은 자신을 증명하고 성장하기 위해 더 끊임없이 싸우고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구조 속에 놓여있다. 마치 혁명가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몇 배의 노력을 쏟아내야 한다는 현실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이들의 선택은 ‘비진학 청년’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각자의 고유한 궤적을 가진 삶인 것이다. 나에게 이들의 여정은 일찍부터 홀로서기를 선택한 강인하고 독립적인 무쇠 소년·소녀단의 투쟁기와도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을 잘 견뎌온 나의 학생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졸업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쏟아온 노력과 시간을 조금 덜어내길 바랍니다. 대신 자신을 돌보는 데 그 시간을 더 쓰시길 바랍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어디에 있든,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 덜 외롭고 덜 쓸쓸하게,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걸어가면 됩니다. 스스로 선택한 과정과 시간을 성실히 버텨낸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분의 청년기는 충분히 충만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모든 비진학 청년들,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

여러분의 주체적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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