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호] [시론] 자본과 전쟁 그리고 반전평화운동 : 민중이 감수하는 과제

2차대전 이후 세계에 발생하는 전쟁에 관하여 두 가지 설명방식이 생겼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지배권력을 장악하는 세력들의 싸움에서 정치세력이 잘 발전되고 있는 과학-기술을 생산과정에 도입한 자본주의가 생산하여 제공하는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전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정치적 지배권력은 항상 불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본주의 발전단계로 보아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발전되어 나옴에 따라 군수산업을 일정하게 유지ㆍ발전하는 데서 이윤확보를 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자본주의 이윤확보를 위해서 필요하고도 일상적인 시장으로 배치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적ㆍ군사적 헤게모니를 장악해 온 미국의 경우를 두고 미국역사가 ‘팽창주의’를 지속해 온 경향으로 설명하는 것이나, 혹은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전지구적 세계자본주의를 구축하는 과정에 전쟁은 필요로 하는 시장적 혹은 영토장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나, 전쟁양식은 전지구적으로 일상화되고 있다.

이 전쟁의 전지구적 일상화는 두 가지 특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전선이 ‘일상생활로 내재화’하는 경향이다. 전통적인 전선은 부분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쟁양태에서 의의가 상실되고 있다. 이것은 극소전자기술을 우주적으로 이용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 의해서, 그리고 극소화되고 있는 휴대용 첨단무기의 발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9ㆍ11공격 형태는 전선을 군대가 배치되어 있는 전장 외에 도시의 일상생활공간으로 옮겨놓았으며 이에 대처하는 미국의 군사적 작전도 총체적인 정책수행방식으로서 일상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여 진주함에 있어서 이라크사람들이 전개하는 게릴라전쟁도 일상생활 속에서 전개하는 것이다. 2차전쟁 이전 식민지에서 제국주의 강대세력이 지역적 지배를 하던 양식은 거의 사라졌다고 진단되었지만 현재 미국이 침략하여 영토를 장악한 아프간이나 이라크의 경우를 보면, 영토지배형식을 지속되고 있고 지배지역의 자연자원을 주둔군대 국가가 통제하는 양식은 지속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재의 전쟁양식은 자본주의와 관련시키지 않고는 설명하기 곤란하다.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으로 통합하여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투자의 제국’을 건설하는 경향을 인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정식화가 가능할 일이다. 즉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질수록, 자본의 이윤확보가 지역적으로 세계화되고 그것이 생산의 세계화과정과 더욱 밀접하고 또 필요로 하는 노동력에 대한 통제가 전지구적으로 유연하게 행사될수록, 이윤획득이 전지구적으로 ‘저인망’으로 훑어내는 경향이 강할수록, 전쟁양식은 전지구적으로 일상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

사회구성의 어떤 차원의 ‘양식’은 단지 그 영역의 것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양식과 조응하려는 경향에서 특징적인 사회구성양식을 보일 것이다. 전지구적 통합 자본주의 양식은 ‘투자의 제국’을 구축하는 데서 정치ㆍ군사적 양식과 조응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2차대전 종전 후 전시경제에서 해결되었던 실업자문제와 이윤율하락문제에 직면하였다. 이를 타개하는 방향으로 가상적인 적으로 소련을 상정하고 핵무기개발을 촉진하고 우주산업 개발을 추구하였다. 이에 폭격기와 전투기 생산이 강화되고 핵탄두를 실어나르는 미사일이 개발되고 이를 관리하는 우주적 군사관리체계를 구축하여, 미국경제의 활로를 찾았다. 모든 산업이 우주무기관리체제에 수렴되어 가기는 하였지만, 2차대전중에 발전한 중화학산업의 생산물은 별도로 소비처를 찾아야 했다. 내국시장도 개발해야 하지만 이미 초과생산되고 있는 중화학상품을 소비하기에는 전세계적 시장이 필요하고 또한 대량으로 일시에 소비하는 계기도 필요하였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은 그런 의미의 경제적 효과를 자아내었다. 소련의 존재는 핵무기발전의 필요조건이었다. 대륙간핵탄두미사일체제의 발전은 핵무기사용을 억지한다는 논리를 필요로 하였지만, 소련은 이러한 경쟁에 밀려나서 다른 요인과 결합된 영향으로 붕괴하였다. 미국은 소련과 이미 장거리핵무기의 감축에는 서로 협약했었다. 소련의 붕괴로 결국 양 대국은 핵무기를 통제하는 세계적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양 대국의 핵억지조치를 벗어난 세력이 종교분쟁이나 민족분쟁, 마약분쟁 그리고 폭력배분쟁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조치를 유엔에서 취하는 한편으로, 미국은 중거리미사일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 명분을 찾았다.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이 미국본토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에 설치하는 정책이 추구되었다.

이 미사일방어체제의 군사적ㆍ정보문화적 실험은 미국이 주도한 걸프전쟁과 이라크침략전쟁에서 실험되었다. 군사적으로는 우주적 정보체제와 첨단무기와 기동타격대로 실험하였다. 정보문화적으로는 미국이 미국사람들에게 이라크를 주적으로 인식하도록 첨단정보대중매체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동시에 미국 내 거주 중동인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데도 이데올로기적으로 효과를 얻어내는 데서 발휘되었다. 이 미사일방어체제는 자본주의와 정보사회와 포스트모던사회를 포괄하는 체제의 성질을 갖추고 있다. 첨단산업과 정보산업이 여기서 융합되고 포괄된다. 미사일방어체제는 고도의 정보수집기술과 신속한 판독기술을 필요로 한다. 군사적으로 근대국가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이나, 정보 차원에서 국경선을 무시로 넘나드는 것이나. 근대국가들의 자체 문화와 역사를 깡그리 파괴하거나 혹은 그것을 ‘매트릭스’ 형식으로 컨텐츠를 해체 혹은 왜곡 혹은 하이퍼한다. 따라서 자본의 투자‘제국’은 이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에서 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3.

‘전쟁’은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에서,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도 전쟁을 위한 조건이 계속 설정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2차대전 종전의 산물로 남아 있는 한민족의 분단은 한민족의 분단을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 전략 모든 것에서 하나의 지렛대로 이용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항상 여기서 일상적 ‘전쟁’이 시발되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지구적 갈등제기 혹은 갈등문제화의 시발점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주적 생존전략으로서 ‘핵’을 개발하고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처절한 외침을 한다고 한들, 미국은 전지구적 전쟁을 위한 갈등제기의 문제점으로서 항상 북한을 지목하고 있고 이에 대응한 북한도 이 갈등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듯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은 북한과의 ‘민족일체성’을 강조하더라도, 1945년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재되어 있어서 미국에 동조하게 되는 ‘강제적 효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근래에 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전쟁 이후 다음 전쟁터를 물색하고 있는 후보에 북한 내지 한반도가 강력하게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두 방향에서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이라크 서부지역으로 연결되어 가는 지대이다. 이란, 시리아이다. 이 지역을 지목하는 데 대해서는 지하자원에 대한 직접적 장악 그리고 그 자원의 운반통로 장악이라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고, 석유판매대금의 달러로의 결제에서 이탈하려는 데 대한 견제라는 차원에서 설명되기도 한다. 반면에 북한에 대한 지목은 직접적 자원장악과 같은 이유라기보다는 미국에 ‘반항’한다는 정치적 이유가 앞세워지고 있으나 현재 팽창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더불어 일본의 존재가 항상 문제가 된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부흥과 발전은 늘 미국의 이해관계에 일치하는 길로 나아갔고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독점자본주의 발전도 일정하게 군수산업과 연관되고 있었다. 2차대전 이후 제정된 헌법에 의해 완성무기체제는 장기간 표면적으로 드러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소련붕괴 이후 세계 일급 수준의 군사무기체제를 구축하고 국방비예산도 크게 증액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을 중심축으로 하여 미사일 방어 및 공격 체제를 설치하고자 하는 전략에 동조하고, 일본의 경제적 활로의 한 방안을 이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1998년 9월 일본은 전역미사일방어(TMD) 기술에 관하여 미국과의 공동개발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것은 일본과 동북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막기 위한 것이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1997년 9월 23일 ‘신가이드라인’(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새로운 지침)에 조인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이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범으로 지칭되는 것은, 신가이드라인에서 ‘주변사태’ 즉 동북아시아(특히 한반도)의 무력분쟁에 대응할 미국ㆍ일본의 역할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틀이 장만되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주변지역의 ‘주변사태’는 곧 한반도의 사태를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가이드라인에 명시하지 않더라고 한반도에서의 어떤 불안한 사태는 언제나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받을 경우라고 해석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에서도 전개되었듯이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수행할 경우 일본은 미국의 공중수송이나 그 밖의 병참능력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명실상부한 군대를 두고 전쟁에 군대를 개입하고자 서둘고 있다. 이미 일본은 미국에 동조하여 북한에 대한 ‘경제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4.

한반도에는 두 가지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오랜 분단과 냉전에서 한민족 북한과 남한이 20세기 마지막 10년 사이에 차츰 상호 봉쇄와 적대를 완화하고 교류를 개시하여 현재는 경제적 교류뿐만 아니라 민간인교류가 일정하게 증대하고 있다. 육로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었다. 남북한의 정상이 한차례 만났으며 장관급회담이 남북을 왕래하면서 개최되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곧장 무력공격할 듯이 벼르고 있으며 일본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남한에서도 북한에 무력공격하는 데 동조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게 포진하고 있으며 이들이 ‘남북한 평화통일의 길’에 장애로 작동하기도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냉전시대와 달리 남한과도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고 경제적ㆍ정치적 이해관계가 상호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증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환경적 조건의 변화는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와 남북한통일 장정에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21세기 초입에서 대단히 역동적이면서도 또한 정치적ㆍ군사적 위험이 증폭하고 있기도 한다. 이 역동의 시기에 남한의 반전평화운동이 적극적이고 대중적으로 피어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전쟁반대와 평화통일이 금기시되어 왔고, 오랫동안 남북의 군사적 대치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반전과 평화를 공론화할 수 없었다. 냉전시기 동안에는 6ㆍ25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무력북진통일이나 무력공산화통일이 주창되거나 해석되기도 하여 남한에서의 평화운동이 곧 공산화운동과 동일한 것처럼 처우되기도 하였다.

남한에서 반전평화운동이 대중적으로 전개되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지목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한국에 단지 우호적인 ‘혈맹’이 아니고 한국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에 이용되고 있음이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80년대 민주화과정에서 미국이 군부세력의 광주학살을 묵인 내지 동조했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한국민 내지 한민족이 미군에 의해서 희생된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둘째로, 정치적ㆍ군사적 차원에서 한국의 ‘주권’이 미국에 의해서 심히 훼손된 채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민중들이 직접적으로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셋째, 90년대 세계적으로 공산권국가가 붕괴되거나 자본주의국가와 냉전관계를 청산하고 있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약하고 군사적으로 무력통일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남한민중이 확실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2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전쟁연습에서 한국여학생 두 명이 미군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 한국의 자주권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남으로써 반미대중운동이 발생하였으며, 이 반미운동이 반전ㆍ평화의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운동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삼아 무력공격하려는 전쟁의도에 저항하는 주체적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대중운동으로 발전한 남한민중의 민주화운동이 다면적인 국가위기와 민족위기에 대하여 정면으로 돌파하는 추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5.

현재 미국은 이라크침공전쟁의 딜레마에 부딪혀 있다. 이라크에서도 미군이 이라크민중의 저항에 부닥치고 있는 동시에, 이라크침공의 이유로 내세웠던 이라크 내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에 대하여 대통령을 포함한 매파 당사자들이 국민을 속여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돌이킬 수 있다거나 미국의 대(對)북한을 비롯한 전쟁위협이 미국 자체에서 해소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단지 우리는 미국 내에서 이라크전쟁에 의한 미국의 ‘오만’과 일방적인 침략에 대한 정당성이 세계민중의 반미ㆍ반전에 의해 획득될 수 없었던 사실에 직면하여, 미국의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결코 이라크전쟁의 희생을 회복할 수도 없을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미국의 한반도전쟁위협이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자체의 딜레마를 우리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더라도 미국 내의 실업자나 불안정노동자의 고용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첨단무기생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동맹국들에게 무기소비를 강요하더라도 미국 내의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고용기회가 대량으로 창출되지 않는다. 첨단기술이 이미 고용창출의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력배제효과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를 받치고 있는 중요한 지렛대인 북미무역자유협정에 의해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의 노동자가 미국의 자본을 위해 비정규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미국자본의 이윤이 확보되고 있지 못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지구적 통합자본주의는 결코 전지구적으로 고용안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다수 민중에게 불안정한 노동과 불안정한 소득 그리고 삶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감행하는 전쟁은 결국 미국에도 재정적자를 부추기고 전세계민중의 삶도 불안정하게 만들고 세계의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다. 이익을 챙기는 자는 거대자본가이다. 이들이 자본운동과 전쟁운동을 융합하여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건설하는 ‘제국’은 튼튼한 것이 아니라 매우 불안정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6.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세기적 사명을 띠고 있다. 미국의 딜레마가 강하면 강할수록, 미국과의 경제적ㆍ군사적 연계관계가 너무 강한 한국으로서는 이 딜레마에서 파생하는 희생의 감수가 너무 클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만만한 무기구매자 역할을 강요받고 있고 남한민중이 피땀 흘려 일구어내고 있는 경제적 잉여가 이에 의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에 야합한 금융자본은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불한당처럼 투기를 장난치고 있다. 동시에 노동자의 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정도로 남한 노동자민중의 삶은 불안정을 강요받고 있다. 한국의 전력증강사업은 미국에 의해 더욱 강요될 것이다. 이 모든 희생의 감수를 강요받도 있는 남한 민중과 불안정노동자는 반전평화통일운동의 진지이다.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민족자주통일의 한 가닥 토양이다. 그리고 민족ㆍ민중의 고단한 삶이 풀어질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한민족민중은 반미ㆍ반전ㆍ평화와 민족통일의 터전을 일구어내기 위해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몇십 년 견디어내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라크전쟁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민중을 억압하는 정권은 어떤 명목으로도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민중을 전쟁과 자본의 희생물로 도탄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은 언제나 변혁적 과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김진균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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