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불법자금 은닉수단으로 악용되는 무기명 장기국채 발행 요구 수용해서는 안돼
1. 손길승 전경련 회장 등 경제 5 단체장은 7월 1일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만나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며 그 대책의 하나로 무기명 장기국채의 발행을 요구하였다.
전경련의 무기명 장기국채 발행 주장은 지난 시절 발행된 무기명 채권의 사회적 폐해에 눈감은 ‘기업이기주의적 발상’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를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투명한 자금흐름을 왜곡시키는 무기명 장기국채 발행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2. 전경련은 무기명 발행채권의 근거로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고, 이를 생산적 용도로 사용하여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현재 부동자금은 기본적으로 카드채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각종 불안요인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이를 무기명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3.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무기명 장기국채 발행이 이미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금융실명제도의 근간을 뒤흔듦으로써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시장의 작동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IMF 관리체제하이던 1998년, 실업자지원기금 등 각종 공익 기금마련과 지하자금을 양성화의 명분으로 발행된 무기명채권의 사회적 폐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무기명 채권은 발행 취지와는 달리 일부 부유층의 편법 증여 및 ‘합법적인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에서는 무기명채권을 ‘묻지마 채권’으로 부르며 ‘부르는게 값’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무기명 채권은 불법 정치자금의 전달이나 돈세탁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150억 수수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김영완씨 집 강도사건에서도 그 피해내역에 “무기명채권”이 언급되고 있으며 1천 8백억 대의 추징금을 미납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은닉재산 목록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무기명채권”이다.
4.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무기명 채권의 발행 시한을 98년 12월 31일로 특정하고 있다.
결국 무기명 장기 국채의 발행을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하여 현행 금융실명제법상의 예외 조항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법을 개정하여 금융실명제도를 누더기로 만들고 경험에 비추어 악용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무기명 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최근 국세청이 무기명채권 소지자에게 상속·증여세 조사를 면제한 경우에도 면제대상 채권번호 등을 전산 입력해 관리하는 등의 특별 세무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처럼 정부는 무기명 채권이 불법 정치자금이나 일부 고위층의 상속·증여세의 편법 증여 수단의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보다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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