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5년 07-08월 2025-07-07   16049

[여는글] 바뀐 세상을 맞아

박태근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책을 만들고, 온라인 서점에서 MD로 책을 팔고, 여러 매체에서 책을 알려왔습니다. 〈참여사회〉 ʻ읽자’ 코너에서 필자로, 편집위원회에서 편집위원으로 오래 활동하다 편집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람들을 만나면 “바뀐 세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계엄과 내란, 광장의 시간을 지나 6월 4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인사말에 담긴 기대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모두 애쓰셨다는 감사를 전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계속 전진하자는 응원을 나누고 싶습니다.

참여연대에서는 이 과정에서 ‘내란을 넘어, 회복과 전환, 시민과 함께!’를 기치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펴냈습니다. 전문가 100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 30개와 하지 말아야 할 일 18개를 제안하는데,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권하는 필독서’라고 하니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참여사회〉에서도 이에 발맞춰 ‘바뀐 세상’에서, 그리고 ‘바뀐 세상’을 향해 꼭 짚어야 할 주제를 고민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를 보며 전쟁의 현실을 실감하곤 합니다. 물론 휴전 상태에서 살아가는 남북이기에 전쟁은 늘 곁에 있는 상황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평소 일상에서 전쟁을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를 향해 걸어온 숱한 노력 덕분일 겁니다.

그런데 종종 우리가 휴전 상태에서, 언제든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엉뚱하게도(?) 군사 충돌보다는 이를 획책하고 이용하려는 정치적 시도 때문입니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평양 무인기 침투, 오물 풍선 원점타격 지시 등 내란에 연결된 외환의 혐의가 그러하고, 더 멀게 보면 ‘북풍’이라고 불리던 사건들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참여사회〉는 이들을 ‘전쟁기획자’라 명명하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토대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시도가 더는 이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렇듯 광장에 한데 모여 외치던 한목소리가 각자의 삶과 고민, 지향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시기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우선 제가 요즘 주목하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는 여름이 되면 시원한 남극을 꿈꾸며 그곳에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곤 합니다.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극지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현장을 구경하며 더위를 잊고자 애쓰곤 합니다. 최근 남극의 빙하가 줄어들어 일반인이 닿기 어려웠던 곳들이 관광지로 열리고 있다는데, 십수 년 동안 남극을 꿈꾸던 저에게는 이 소식이 희망이 아니라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남극에 정말 가보고 싶지만 실제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남극을 꿈꾸기보다는 이 꿈이 실현되지 않을 세상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남극이 너무 먼 이야기라면 날씨를 둘러보면 어떨까요. 연초부터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다고 하더니 거의 매일 비 예보가 이어지는 날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길어진다면 며칠 시원하게 내리고 또 며칠은 햇살과 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별다른 계획을 세울 수 없이 매일 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신방실 기상전문기자의 《날씨의 문장들》에 따르면, 시간당 30밀리리터 이상 비가 내리는 날은 50년 전에 비해 50% 늘어났고, 폭우라고 할 시간당 50밀리미터 이상 비가 내리는 날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소설 《소나기》 속 낭만은 이제 재난영화의 한 장면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책 《날씨의 문장들》은 문학과 예술 속 날씨에 얽힌 장면을 흥미롭게 풀어내는데, 사계절을 표현한 작품 하면 바로 떠오르는 비발디의 〈사계〉를 오늘의 상황에 맞춰 변주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2021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기념해 전 세계 15개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사계 2050 프로젝트’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할 상황을 반영했는데, 봄의 기쁨을 노래하는 새 소리는 곡에서 빠지고, 더 길어지고 더워지는 여름은 느린 호흡으로 표현하고, 가을을 상징하는 수확의 기쁨은 사라지고, 겨울은 기후 변화에 따라 연주 길이 자체를 줄였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기후 위기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온 일인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제법 실감이 납니다. 나아가 광장과 기후 위기가,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미래가 함께 놓이는 맥락도 이해가 됩니다. 요즘 강조되는 ‘실용’에 이 ‘바탕’이 누락되지 않도록, 저는 이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달려가려 합니다. 곧 만나게 될 그곳에서 반갑게 인사 나누길 기대하고 또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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