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7월 15일 ‘KBS 개념탑재의 밤’ 참가 후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인턴들의 화끈한 여름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두번째이야기]
“KBS야 힘내라”
– ‘KBS 개념탑재의 밤’을 다녀와서
6기인턴 안수연
만남 그리고 참여하기까지
부끄럽지만 내가 KBS 파업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건 7월 14일, KBS 다큐멘터리 ‘3일’의 PD님과의 만남이 있고 나서였다. 일반 노동자들의 파업과 달리 언론분야의 파업은 노동환경개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많은 파업이며 사내직원들 중에서 PD, 기자, 아나운서의 절반도 안되는 일부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이 힘들게 언론사에 취직했지만, 그들의 사기를 한번에 꺾어버리는 일부 KBS 고위 관리들의 태도는 그들을 몹시 힘들게 하고 또 분노하게 한다”고 하시며, 파업을 위해 꾸민 무대에서 폭발적인 끼를 발산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는 PD님.
어쩌면 본인과 동료들의 생업이 걸린 파업일지도 모르는데도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얘기를 하시는 PD님을 보자니, 어쩌면 ‘외유내강’이라는 말은 이분을 표현할 때 쓰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상파방송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대학신문기자 활동을 해봤던 나에게 그들의 파업은 너무나 공감되는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나에게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신문지면으로 전달할 수가 없을 때, 나와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 기사를 설득시켜야할 때. 일개 대학신문기자이긴 했지만 나름 언론인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본 나이기에 이번 KBS파업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축제의 현장에서
그래서 나는 KBS로 향했다. 나는 비겁하게 물러섰지만 그들은 꼭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파업현장과 꽤 먼 거리에서도 음악소리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걸어가 KBS앞 현장에 도착했다. 파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다. 조금 과장을 덧붙여 말하자면 이건 파업이 아니라 축제였다.

환하게 웃고 있던 새노조 직원들
이번 KBS 파업을 진행하는 ‘새 노조’ 직원들은 가수못지 않은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어 박수갈채를 받았고, 파업에 참가하기 위해 무대 아래에 앉아있던 노조원들과 시민들은 누구보다 더 크게 환호하며 손을 흔들어댔다. 왜 PD님께서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하셨는지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내가 생각한 이번 ‘KBS 개념탑재의 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번 파업을 풍자하기 위해 새 노조원들이 만든 뉴스였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는 한 취재기자는 이번 파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이제서야 어린 딸이 자신의 얼굴을 그릴 수 있게 됐단다. 개그콘서트 중 ‘남보원’이라는 코너를 따라한 ‘새보원(새노조인권 보장 위원회)’에서는 “평소에는 아파도 문자하나 없었는데, 요즘엔 윗선에서 밥을 사주겠다는 이유로 자꾸 연락이 온다”며 “그렇다면 다금바리를 사내라”고 능청스럽게 웃기기도 했다.
파업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느낀건 “역시 방송인들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말 획기적이고 신선한 방법으로 이번 파업의 이유를 설명했고, 전혀 거부감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MB 군단’의 언론점령을 비판했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파업이 아니라 모두가 즐기면서 생각해볼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언론의 영향 아래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KBS 새노조원들의 걱정거리에서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과거만 되돌아보아도 선거, 전쟁 등에 언론이 개입되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는지 알 수있기 때문이다.
정말 잊을 수 없었던 건 한 PD가 동료들과 꾸민 무대에서 “KBS야, 사랑한다!” 라고 외쳐대던 순간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끌려가는,(여기서 나는 ‘잘못’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표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이 땅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이 뭔가 알수 없는 짜릿함과 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언론인이라는 사명감 아래 반드시 KBS를 살려내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불어 이 파업이 나에게 너무나 많은 생각거리들을 전해준 것 처럼,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직접행동 역시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길 간절히 바랬다.
참 괜찮은 개념탑재의 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KBS 개념탑재의 밤’은 내 개념도 정리해주는 괜찮은 밤이었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공통의 분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면서도 또 즐겁게 웃고 떠들고 놀 수 있는 이런 밤이 어디 흔하겠는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PD님을 뵌 후’에 이 ‘파업행사에 참가’ 한 것이다. 소심한 성격인 탓에 “PD가 뭐하는 직업인지도 모르면서 왜 PD를 선택했냐”고 질문 못했던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파업행사에 참가하고 난 후에 PD님을 만났다면 “힘내세요!”라고 말씀드렸을 텐데 말이다.
내가 웃고 떠드는 매 순간 순간에도 오직 투명하고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을 새노조 분들 참 멋지다. 나에게 이번 파업참가는 7월 15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하지만 그 날 느꼈던 감정들, 생각했던 고민들 하나하나 잊지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KBS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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