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1-08-01   3732

[인턴후기] 쪽방촌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보다

* 7월 4일부터 8월 12일까지 6주간 참여연대에서는 14명의 8기 인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경험해 보는 이번 인턴 프로그램의 후기가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인턴후기 7]

 

쪽방촌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보다

동자동 쪽방촌 탐방기

                                                            8기 인턴 김안수연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한국 국민 누구나 한 번쯤은 소설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보았을 것이다. 소설은 뫼비우스의 띠라는 구조 안에 갇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선/악으로 흑/백으로 나뉠 수 없는 사람들의 애달픈 이야기를 담았다(허나 학교에서는 철거민들의 삶이 고달플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달동네 혹은 쪽방촌에 대해 떠올리는 그림이란 대개 이런 것이 아닐까. 보상금은 뒤로 챙기고 순차롭게 진행되는 도시정화사업을 방해하는 떼쟁이들. 혹은 무자비한 개발에 떠밀려 올라가 산 모퉁이 한 구석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가난하고 거친 사람들. 

 이러한 선입견을 지니고 있던 나는 글에 짧은 시간 쪽방촌을 둘러보고 들은 바를 담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옛말에도 천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게, 보는 것보단 직접 체험하는 것이 낫다 했다. 그대의 삶이 팍팍하다 느낄 때 서울역 11번 출구 방향에 자리한 동자동 사랑방에 직접 들러 보시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요지경 요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이 쪽방촌은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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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자동 쪽방촌의 내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한국의 교통 중심지 용산구 서울역 근처에 쪽방촌이 위치해 있다는 것은 놀라움이었다.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비어져 나온 샛길로 샛길로 올라가다 보면 동자동 쪽방촌이 나온다. 화려한 대기업이 입주한 건물들과 아파트 모델 하우스의 그늘 아래 ‘사람’이 사는 집들은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쪽방촌 집안으로 들어서고자 문 앞에 서자 숨이 턱 막혀온다. 한여름 한낮에 이 건물로 빛이 들어오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힘들어 보였다. 더구나 통풍도 잘 되지 않아 비좁은 복도는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푸세식화장실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복도는 물론 방 안에까지 베어있을 것 같았다. 겨울에 온수는 나오지도 않아 씻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LPG가스통들이 건물 입구에 위험하게 버티고도 있었다. 낡고 오래된 나무문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들은 불이라도 났을 때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상케 했다. 더구나 이 곳엔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그 곳에도 아이들이 뛰놀기에 적당해 보이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지만 계단이 너무 가파라 어르신들은 물론 건장한 사람들도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 곳이 과연 몸 하나 뉘일 곳,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인가. 고시원만이 닭장같은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대는 이제 그만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볕도 안 드는 곳에서 라면에 우동사리까지 넣어 잡수고 계셨던 할아버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밥 한 술이 이렇게 거칠 수 있구나 먹는 둥 마는 둥 밥 반 공기만을 비웠을 때 식당 아주머니께서   “먹을 만 했나요? 다른 식당서 먹는 낚지볶음만 해요?” 흘깃 내가 남긴 밥공기를 쳐다보며 물어오셨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렇게 밥을 지으며 조합을 꾸려나가는 데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제값 주고 고맙게 받는 것 또한 연대로구나’. 이 분들은 무조건적인 시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밥을 짓고 그 품팔이로 자신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전체를 위해서 ‘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고자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여 타인들과 삶을 나누고자 하는, 생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저 빛 바랜 낡은 벽돌집과 가파른 계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수도 시설 등을 스윽 훑으며 그/녀들을 안쓰럽게 여긴 내 마음은 얼마나 기만적이었던가.

 ‘연대’란 무조건적인 베풂이 아니라 누구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 더불어 자신의 삶을 채색하고자 하는 이들에 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건 아니었나, 나는 결코 도움받을 자리에 놓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전제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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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자동사랑방의 엄병천 대표

 

사람이 보약이다
 
 ‘누구든 자연에서 태어나 자신의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라는 짐짓 자명해 보이는 명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 공간, 주거권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성찰해보아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철학적인 물음들에 앞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삶의 터전 한 칸 소유하고자 이 땅 위에 발 디딛고 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곳곳에서 피어나는 정당한 투쟁과 그/녀들의 공동체는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나는 식어서 더욱 고소해진 낚지볶음으로 밥 한 공기를 마저 다 비웠다. 성실한 마음 담뿍 담은 밥상을 받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상생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차리는 밥상에 십시일반으로 밥 한 숟갈씩 더 얹어보는 건 어떨까. 동자동 사랑방에 들러 후원할 수도 있고, 사랑방마을기업 <밥이 보약이다>와 같은 식당을 애용하는 것부터 시작일 수 있다. 자신도 그 연대의 고리가 되어 다른 이들의 삶으로 초청받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연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이 보약이다.

 

동자동 사랑방
http://cafe.daum.net/dongjasa

1005-001-324038 우리은행 예금주: 동자동 사랑방

098901-04-041418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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