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할 때,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서 새로운 수도를 만들었다. 종묘사직, 궁궐, 도성, 그리고 청계천 개수공사를 가리켜 4대 토목사업이라고 하거니와 이 대규모 토목사업들을 통해 한양은 조선의 수도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청계천은 단순히 하천이나 하수구가 아니다. 청계천은 하천이자 하수구이면서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다. 그것의 역사적 가치는 경복궁과 같다. 희소성으로 따지자면 사실 경복궁보다도 더 귀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의 건국 이래 6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하천 유적지이자 하수구 유적지로는 청계천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당연히 이러한 청계천의 역사를 되살리는 작업이어야 한다. 청계천은 본래 자연하천이었으나 태조의 한양 천도와 함께 인공하천으로 개수된다. 태종과 세종 때에 대대적으로 다듬기도 했으나, 청계천이 그 면목을 일신한 것은 영조 때에 이르러서이다. 영조는 두 차례에 걸쳐 청계천을 크게 개수하는 데, 첫번째는 양쪽에 흙둑을 쌓고 그 위에 버드나무를 길게 심었다. 그 모습이 한양의 명물이었다고 유득공 선생은 기록했다. 두번째는 흙둑 안쪽에 석축을 쌓았다. 이것이야말로 영조 때 조선의 국운이 흥성했음을 보여주는 대공사였다.
이런 청계천이 일제의 식민 통치와 함께 대대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한다. 일제는 조선의 공간적 상징이었던 서울을 체계적으로 파괴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사의 건축이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예가 바로 청계천 파괴이다. 일제는 청계천이 더러운 하수구라는 이유로 완전히 복개해 없애버릴 궁리를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비용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승만과 박정희가 일제의 계획을 계승해서 청계천을 완전히 복개해 없애고 말았다. 청계천의 파괴는 식민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식민과 독재의 역사를 지나며 파괴된 서울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되살리는 사업이어야 한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에 시민들이 여러 불편을 감수하며 지지를 보낸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면서, 또한 시대의 변화를 이끌고 가는 사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청계천 복원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지난 2004년 2월 19일에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 주최로 청계천복원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서울시의 계획이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파괴계획에 분개한 전문가들도 많았다. 이 자리에서 광교와 수표교가 포함된 1공구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사부장은 광교의 상판을 제작하고 있다는 놀라운 증언을 했다. 광교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이다. 이에 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는 데, 서울시는 제멋대로 그 상판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공사다. 이명박 시장은 지금 청계천에서 불법공사를 저지르고 있다.
이명박 시장의 잘못은 두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 청계천 복원사업의 내용이다. 이것은 당연히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 청계천을 되살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하천선형과 단면, 양안석축과 둑, 그리고 다리로 이루어지는 데, 이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옛 청계천의 모습대로 복원해야 비로소 청계천은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4년 2월 24일에 제출된 서울시의 실시설계를 보면, 서울시는 청계천을 완전히 파괴해 없애고 그 자리에 국적불명의 허접한 하천공원을 세우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로마의 분수를 시점부에 설치하겠다는 참으로 허무맹랑한 계획마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청계천은 원래 수로이기 때문에 이런 하천공원은 유지될 수가 없다. 이명박 시장이 추진하는 계획은 명백한 청계천 역사파괴계획일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예산낭비형 전시행정이다.
두번째, 청계천 복원사업의 추진방식이다. 이명박 시장은 이른바 ‘삼각체제’로 청계천 복원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가 연구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함께 설계를 마무리하고 복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추진본부는 시민위원회의 지적을 계속 묵살하고 명백한 청계천 역사파괴계획이자 엉터리 하천공원조성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지도 않고 불법공사를 감행하고 있기도 하다. 양윤재 추진본부장은 시의회에서 심의하기 위해 속초까지 간 시민위원들을 ‘목욕이나 하러 간 사람들’이라고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 사람의 수준은 최근에 제작된 ‘돌발영상’에서 잘 볼 수 있다.
청계천 일대는 한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그런 만큼 청계천 바닥과 둑에는 수많은 유물들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에 몇 곳을 시험적으로 파서 발굴해 본 결과, 모든 곳에서 엄청난 양의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따라서 청계천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발굴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청계천의 둑과 바닥을 그냥 밀어 없앤다면, 당연하게도 그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유물들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청계천 전체에 대한 고고학 발굴과 인류학, 민속학 발굴을 해야 한다. 서울시의 실시설계는 이런 발굴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유적과 유물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
복개구조물 아래에서나마 보존되고 있던 역사유적 청계천이 이제 청계천복원사업의 이름으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자신의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치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잘못된 정치적 야욕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의 임기 안에는 발굴조사조차 마칠 수가 없다. 이명박 시장은 이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올바른 청계천 복원 실시설계를 마련해야 한다. 개발독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것인가, 새로운 보존과 복원의 시대를 열어가는 인물이 될 것인가? 이명박 시장은 잘 선택해야 한다.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은 이미 청계천을 파괴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문화재청에 공사중단 명령을 요청하고 청계천을 사적으로 가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이 중대한 문제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법원에 공사중단 가처분신청을 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에 대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친일인명사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청계천도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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