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세월호참사 2026-05-08   9468

세월호참사 당일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 공개에 대한 입장

목록 공개는 진상규명의 시작이다. 문건 전체를 즉각 공개하라

공개 경위와 의미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4월 30일, 세월호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에서 생산·접수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목록 28건을 청구인 측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6월 민변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에,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이 ‘비공개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정부가 재상고를 포기한 데 따른 조치이다.

법원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2017년 지정한 지정기록물이 ‘법에서 정한 지정 요건을 적법하게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참사 당일 생산한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봉인해 온 사실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번 판결 확정과 목록 공개 결정 자체를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기록물 목록’이며, 기록물의 내용 자체는 여전히 봉인 상태다. 목록은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12년이 지나도록 우리가 알고자 한 것은 그 목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실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조사와 대조한 평가

    사참위는 <세월호참사에서 청와대 등 대응의 적정성 조사 (직나-4) 결과보고서>에서 청와대 세월호 관련 기록의 실태를 두 가지 층위에서 확인했다. 첫째, 2014년 한 해 동안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산하 비서관실 전체가 생산·접수한 세월호 관련 기록물이 500건 이상임을 확인했다. 이 500건에는 참사 당일뿐 아니라 세월호특별법 추진, 세월호특조위 설립 계획 등 참사 이후 후속 대응 기록 전체가 포함된다. 둘째, 이 가운데 대통령일반기록물로 이관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민원서신·언론보도·국회 답변서 등이 대부분이고 참사 당일 청와대의 조치와 주요 의사결정에 관한 핵심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사참위 조사 결과에 비추어 이번 목록 공개를 평가한다.

    (1) 4월 16일 당일 기록, 28건이 전부인가 – 선별 기준을 밝혀라

    이번 소송의 대상은 2014년 4월 16일 하루, 그날 하루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건의 목록이다. 그 결과 공개된 것이 28건이다. 그런데 사참위는 위기관리센터가 참사 당일 해경청·경찰청·해양수산부 등 여러 유관기관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복수로 수령했고, 대통령비서실 각 수석실도 현장 기관으로부터 별도의 보고를 받았음을 확인했다. 또한 사참위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당일 문자동보시스템으로 청와대 내부에 사고 상황을 전파한 기록이 존재함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사참위 조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4월 16일 하루 동안 생산·접수된 관련 문건이 28건에 그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기록관은 28건의 선별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당일 생산된 기록 중 지정기록물로 등재되지 않은 것이 있는지, 이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있는지 전수 확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목록의 첫번째 기록이 해양수산부에서 발령한 위기경보(9:40)로 추정됨에 따라 9:40 이전의 참사 발생 최초인지 관련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다는 점, ▴전 비서실장 김기춘, 전 국가안보실장 김장수 관련 (청와대) 최초보고 시간 허위공문서 작성죄 사건 재판(서울고등법원 2019노1880)에서 위기관리센터가 작성한 수시상황보고서가 이미 4보까지 작성되었음이 확인되었음에도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3보까지만 확인된다는 점 등을 비추어 보았을 때 당일 생산목록이 누락되어 등록되었거나 파기 되었을 정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핵심 기록은 빠졌다 – 구조적 은폐의 의심

    사참위가 핵심 미규명 과제로 남긴 항목들, 즉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구체적 보고 내용과 지시사항,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의 문자동보 발송기록, 대통령 관저 출입자 기록, 비서관실의 세월호 상황 보고서 원본 등이 28건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사참위는 이미 청와대가 최초 인지 시각을 09:19로 사후 조작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조작 의혹의 핵심 증거에 해당하는 문건이 목록에도 없다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은폐의 증거이며 범죄이다.

    (3) 위기관리센터 파기 문건과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

    사참위는 2017년 7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상황팀이 세월호 관련 문건 2박스 분량을 파기했음을 확인했다. 파기된 문건에는 참사 당일 위기관리센터의 초동대응 상황일지와 대통령 보고시각 조작 의혹을 받는 상황보고서 원본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공개된 28건의 목록에 이 파기된 문건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만약 포함되어 있다면 실물이 없는 기록이고,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지정기록물 지정조차 되지 않은 채 불법 파기된 것이다. 어느 경우든 국가에 의한 증거 인멸의 문제이며, 반드시 그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4) 경호실 기록은 포함되었는가

    당초 정보공개 청구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뿐만 아니라 대통령경호실이 생산·접수한 문건 목록도 포함하고 있었다. 경호실은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 출입자 기록, 근무상황 기록, 대통령 동선과 직접 연결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을 기관이다. 사참위 역시 경호실 관련 자료 확보가 전혀 불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개 28건에 경호실 생산 기록이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대통령기록관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5)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 행위는 위법이었다

    법원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확인한 핵심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세월호참사 관련 기록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한 행위가 ‘법에서 정한 지정 요건을 적법하게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은 국가안보·외교·대통령 개인사생활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비공개를 허용한다. 세월호참사 대응 기록은 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 행위는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는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은폐 행위였다.

    우리의 요구

      • 목록 28건에 해당하는 기록물의 내용 전체를 즉각 공개하라.
      • 대통령기록관은 이번 28건의 선별 기준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4월 16일 당일 생산·접수된 기록 전체의 소재와 이관 현황을 밝혀라.
      • 경호실이 생산·접수한 세월호 관련 기록물의 목록도 공개하고, 해당 기록물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소재를 밝혀라.
      • 위기관리센터 파기 문건이 지정기록물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파기 경위와 지시 계통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라.
      •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정기록물 지정 행위의 위법성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하여 지정기록물 지정 요건의 엄격화, 지정 사유 공개 의무화, 지정 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라.

      맺으며

        목록을 공개했다는 것은, 그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것은 진상규명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12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국가는 왜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는가. 그 질문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답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 공개된 목록 28건은 그 답을 향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목록에서 그치지 않겠다. 문건의 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책임자가 처벌받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5월 8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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