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원칙과 방향 고수로 인해 표류하는 세법개정
뒷짐 지고 관망하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
합리적 증세방안을 추구하는 국민적 대타협 필요해

어제(13일) 정부는 근로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조정하여 일부 계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 주요 내용을 나흘 만에 수정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증세없는 복지’를 고수하면서 고액자산가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차단한 채 세입을 확충하려는 정부의 비현실적인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막상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먼 산 구경하듯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줘 국민적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법개정안으로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이 번 사태가 자치 복지공약을 축소하거나 폐기하는 기회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원성이 왜 그리 높았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어제 발표된 수정안조차 역시 불로소득을 누리는 고액자산가들이나 조세혜택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점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불공평한 과세 체계 개편을 둘러싼 세법개정의 원칙과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국민적 질타와 비판을 끝내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정청 협의로 철저히 준비했다는 세법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 지시로 번복되고, 정작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세법개정의 그토록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몰랐다고 밝힌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 중산층 지갑 얇게 한 것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사실 왜 서민 중산층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지, 그 얇은 지갑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적 세법개정을 보여주면서 국민적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결국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불과 발표 나흘 만에 갈 길을 잃고 합리적 대안은 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근로소득자들이 느끼는 조세 불공평에 대한 박탈감을 떡 하나 쥐어 주면서 달래겠다는 것이 정작 재검토의 결론이란 말인가? 복지공약 이행 의지는 점점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직접적인 부자증세나 법인세 인상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불통이야말로 진정한 재검토 대상이다. 지금은 합리적 증세방안을 위한 국민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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