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는 반도체 대기업 감세 폭주를 멈춰라

21년 3% ⇒ 6%, ‘22년 8%, ‘23년 15%, 이제는 20%?

효과는 불투명, 검증은 생략, 4년 새 세액공제율 3배 폭증

세수결손 심각해도 반도체 재벌대기업 감세는 속전속결 

오늘(2/18)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5%포인트 늘리는 이른바 ‘K칩스법’이 처리될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존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상향하겠다는 것인데,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전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재벌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 핵심이다. 최근 2년간 87.2조 원 규모의 세수결손에도 국회의 재벌대기업 감세 논의는 유독 발빠르기만 하다. 경기침체로 신음하는 중소기업과 민생의 절박함은 외면한 채, 재벌대기업의 편의만 챙기는 데 급급하다. 더욱 문제는 세액공제 확대가 실제로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실증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되레 세제 혜택이 커질수록, R&D 등 다른 분야의 예산이 축소되어 미래 성장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소수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도체 기업 세금 감면에만 집중한다면, 우리 경제 구조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충분한 검증도 없이, 불과 4년 만에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20%로 3배 이상 끌어올리는 법안 처리를 강력히 반대한다.

2022년 12월 26일,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이 대만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하고,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25%가 아닌 5%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신설 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윤석열이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부족하다며 공제율 확대를 지시한 뒤, 기획재정부는 불과 열흘 만에 반도체 세제혜택 확대안을 발표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그 결과, 2021년 7월 3%에서 6%로, 2022년 12월 6%에서 8%로 상향됐던 세액공제율은 2023년 1월 다시 8%에서 15%로 급격히 인상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거대 양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액공제율을 다시 20%로 확대하자는 논의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효과 검증 없이 세액공제율만 치솟는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 

반도체 산업,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재벌대기업을 위한 세액공제 확대는 그 효과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K칩스법이 처리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재벌대기업의 세 부담이 총 약 6조 원(삼성전자 4조 원·SK하이닉스 1.9조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감세 정책 영향으로 정부 재정 여력은 이미 악화되었다.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세수 감소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또한,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세제 혜택이 실제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로 이어질지조차 불투명하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 지원은 경제 구조의 편중을 더욱 심화시킨다. 다양한 산업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특정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높여 경제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계속해서 세액공제 수준을 높이는 것은, 결국 재벌대기업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 스스로도 대기업에 대한 8%의 세액공제율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국회가 또다시 세액공제 확대를 강행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 목적보다 재벌대기업에 편중된 혜택,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경제 구조의 취약성 심화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반도체 산업 세액공제 확대를 위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해왔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이러한 특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액공제 확대의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그 부작용은 명확하다. 국회는 반도체 재벌대기업 감세를 위한 폭주를 즉각 멈춰라.

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