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구조상 ‘하위구간 제외’는 결국 재벌대기업 감세
세입기반 무너뜨리는 감세 경쟁, 거대양당의 무책임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논의를 후퇴시키며 윤석열 정부 시기 문제로 지적되었던 ‘재벌·고자산가 중심 감세정책’을 재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법인세율의 2022년 수준 환원은 적극재정 운영과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세입기반 강화에 그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하위 과세구간 제외”라는 차등 인상안을 검토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재벌·고자산가 감세 기조가 사실상 복원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 보호’로 포장된 하위구간 인상 제외는 겉으로는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누진구조인 법인세의 특성상 감세 혜택의 핵심 수혜자는 재벌대기업이다. 하위 구간이 낮게 고착되면 대기업 역시 동일하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재벌 감세 효과를 유지하려는 민주당을 규탄한다.
법인세 하위구간 세율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면 전체 세율 체계가 경직되어 상위구간 인상도 어려워진다. 하위구간이 낮게 고정될 때 전체 실효세율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것은 구조적 특성이다. 정부는 전 구간을 1%포인트 인상할 경우 2027~2030년 연평균 4.3조 원의 세수 증가가 가능하다고 제시했지만, 민주당식 차등 인상안에서는 연평균 2.3조 원 수준에 그쳐 세수 증대 효과가 반 토막으로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구간 인상은 중소기업 부담’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 관계자조차 중소기업은 이미 각종 특별세액감면 혜택으로 실효세율이 매우 낮고, 오히려 세수 기반이 지나치게 약화되어 전 구간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중소기업 보호를 이유로 하위구간 인상을 제외하면 세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윤석열 정부가 남긴 80조 원대 세입 공백을 복원할 길도 막히게 된다. 민주당의 법인세 후퇴는 재정안정성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까지 외면하는 셈이다.
정치권 전반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은 법인세 인상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에 부담”이라는 오래된 감세 논리를 반복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비교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OECD 기준 2023년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4.9%로 호주(28.5%), 일본(28.4%), 독일(26.6%)보다 낮고 미국·영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간별 명목세율 1%p 인상은 경제나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할 수준이라 볼 수 없고, 법인세 인상이 경기위축을 초래한다는 주장 또한 실증적 근거가 매우 미약하다. 또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시급한 것은 재정 투입을 통한 적절한 지원 정책이지 무조건적인 세금 감면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국민의힘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에 협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 육성’을 명분 삼아 금산분리 완화까지 거론하며 특정 재벌기업을 향한 특혜를 추진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배당 확대 효과는 없고 세수 감소만 낳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후퇴된 형태로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복원 철회에 이은 이러한 조치들이 더해지면 법인세뿐 아니라 여러 세목에서 재벌·고소득자 감세가 누적되며 윤석열 정부가 남긴 재정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감세 경쟁이 아니라 조세정의와 응능부담 원칙의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중소기업 보호’를 내세워 재벌 감세 효과를 은폐하는 행태를 멈추고 법인세의 전 구간 정상화라는 원안을 복원해야 한다. 국회는 이번 세법 논의에서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확립을 최우선에 두고 지속가능한 세수 기반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법인세는 해외주요국처럼 과세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