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소득 감세의 연장선, 환율대책으로 보기 어려워
오늘(12/24)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을 통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해외주식 환헷지 상품 매입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추가 소득공제,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이 담겼다. 정부는 관련 조치를 위해 조속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며, 외화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환율 대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거시적 요인의 영향이 큰 환율 상승의 문제를 영향력이 제한적인 세제지원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에는 실효적인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더욱이 이번 대책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대주주 과세 기준 복원 폐기,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으로 이미 누더기가 된 주식시장 과세체계에 복잡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세체계를 더욱 조악하게 만들고 공평과세 원칙을 훼손하는 내용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자산 불평등 해소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이 시급함에도 이재명 정부가 조세형평성을 철저히 외면하는 세제 개편 논의에만 일관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해외주식 보유와 매각, 일정 규모 이상의 양도차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금융자산을 상당 규모 보유한 계층에 실질적인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에 따르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2024년 기준 약 2.7조 원 규모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활용해 1분기 내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 전액 감면 혜택이 발생한다. 차익이 클수록 감면 구조도 커지기 때문에 이번 지원 역시 고수익·고자산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 및 환헷지시 양도소득세 공제 역시 마찬가지다. 환위험 관리라는 정책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자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관리 비용을 조세 감면을 통해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금융투자 행위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셈으로 자본소득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는 조세 형평성에 배치된다.
게다가 이번 대책에는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국내 모회사의 법인세 과세단계에서 해외배당 소득을 사실상 전액 제외하는 것으로 대기업·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추가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해외 자회사를 활용할수록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만큼, 법인세 세수 감소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국내 과세 회피 구조를 강화하고 국내 투자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확대와 각종 기업 관련 세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성장의 과실이 국내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기 보다는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될 것이다. 이중과세 조정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남용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 없이 익금불산입을 확대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과 세입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10년 간 매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로 인해 기업과 국가 차원의 달러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각이나 환헷지를 세제 혜택으로 유도해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이번 대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고환율 문제는 금리차, 대외수급, 자금 흐름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제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방식은 정책 효과에 비해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고 조세 체계 정합성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남길 우려가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은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소득과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추가하는 조치로 보인다. 환율 대응은 거시·금융 정책을 통해 추진하고, 조세 정책은 안정적인 세입 기반 확보와 조세 형평성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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