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5043

새로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다 – 개헌운동

2018.4.19. 보수⋅진보를 망라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국회 헌정특위 및 여야 5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개헌안 합의를 위한 정당-시민사회 집중토론회”를 열었다. 개헌과 관련하여 책임있는 원내정당과 개헌과 관련하여 활동해온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함께 모여 개헌 쟁점에 대해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사실상의 첫 번째 자리였다.

현행 9차 개정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이 반영된 헌법이지만 개정된 지 30년이 훌쩍 넘었고, 변화된 시대 상황을 담지 못하는 한계도 크다. 현행 헌법은 대의제 중심으로 통치체제를 구성해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를 두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 양극화 현상을 치유하고 사회 정의를 도모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도 약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권한이 과도한 반면 이를 견제할 장치가 충분치 않고, 사회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헌법 규정도 적지 않다. 또한 지방자치가 형식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버리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헌법은 최고법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적인 법으로서 효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2016년 총회에서 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우리사회 각 분야 개혁정책 과제를 총정리한 단행본 출판을 기획하는 한편, 87년 헌법의 한계를 넘어 한국 사회를 보다 참여민주적이고 인권지향적인 공동체로 탈바꿈하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제개혁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 뒤 4.13 총선으로 20대 국회가 구성되고 정치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시작되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계기로 다시금 개헌론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모임을 구성해 개헌의 방향과 원칙, 세부 쟁점 논의를 1년 넘게 지속하고, 한편에서는 개헌 운동을 함께 할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를 꾸려 시민사회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었다.

그동안 헌법 개정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촉발되거나 정치권의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되는 일이 많았다. 개헌의 내용도 대통령의 임기나 정부형태 등 정치권이 관심을 갖는 사항에 집중되기 쉬웠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통치구조 또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통치구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만큼, 기본권 조항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헌법이 담아야 할 기본권이 무엇인지 한국 사회가 토론하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가 2016년 8월 구성한 ‘참여연대 분권⋅자치⋅기본권 연구모임(이하 기본권 연구모임)’의 이름은 참여연대 개헌 논의의 지향과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헌법학자를 비롯해 각 분야 임원과 상근자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하여, 1년 넘게 34회에 걸친 긴 논의를 이어갔다. 치열한 논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 신설’과 관련된 논의는 더 치열했다. 다른 권리 조항에 비해 매우 구체적인 내용들이 검토되었고 다각도의 검토 끝에 투기 목적의 주택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며, 투기목적 다 주택 소유자에게 중과세를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내용이 조문화 되었다. 권력구조와 관련된 논의에서는 이상적인 방안과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되,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하는 안으로 절충되었다. 이러한 토론과 논의는 참여연대 내부 각 활동기구의 의견과 외부 자문위원의 의견, 국회 안팎의 개헌 논의를 종합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거쳐 참여연대는 2018년 1월 29일, ‘참여민주주의와 인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 시안’을 정리해 처음으로 공론에 부쳤다. 이후 회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2월 말에는 김상희 의원의 소개로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참여연대 개헌안의 전제와 원칙>


참여연대는 다음의 5가지 전제와 원칙 아래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ㅇ 첫째, 국민이 주도하는 국민참여형 개헌이어야 합니다. 국회의원과 몇몇 전문가들의 폐쇄적 토론과 타협의 산물이 아닌 국민이 논의 과정과 결과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헌이어야 개헌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민 스스로 헌법의 의미와 헌법적 권리에 대해 토론하고, 그 결과가 반영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민주화 운동, 6월민주항쟁을 비롯하여 특히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반영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ㅇ 둘째, 국민 주권과 기본인권 및 성평등을 강화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이번 개헌은 주권자로서 갖는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라는 요구와 시대 변화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또한, 국민 주권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인권을 강화하고 구체화하여 조문화하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양극화, 고령화, 생태적 위기 등 대두되는 사회적-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고 권력구조의 재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을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ㅇ 셋째, 자치와 분권에 입각한 개헌이어야 합니다. 이번 개헌은 모든 민주주의와 주권 실현의 바탕인 자치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중앙집권화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며, 권력의 지역분산 뿐만 아니라 그 주인인 주민의 자치권을 강화하고 실질화하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ㅇ 넷째,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가장 강력한 요구이자 체험이었던 직접민주주의를 일상화하기 위해 국민발안과 소환제를 비롯하여, 헌법안 국민발의와 같이 헌정질서의 변화를 가능케할 직접민주적 수단을 도입하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국회에서의 개헌논의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 수렴하는 개헌은 대의기구인 국회와 정치의 개혁이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여전히 개헌이 정치개혁을 회피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기득권 분점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국회, 정당, 국회의원들은 정치, 특히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선거제도의 개혁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헌법 개정은 촛불혁명의 연장으로서 주권자 중심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권자 자신의 참여 속에 논의하고 설계하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또한, 개헌안을 처리할 국회와 정치권의 오랜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주도하는 사회대개혁과 헌법 개정에 협력하도록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반영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헌법안을 국민 주도로 마련해야 할 사회적-시대적 사명에 응답하는 작은 시도의 하나로 헌법 개정 입법청원을 제출합니다.

2018.2.28. 참여연대 개헌안 제출 보도자료에서 발췌

참여연대는 내부의 헌법 개정 시안을 만드는 한편, 개헌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국회 개헌 논의에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대기구를 구성했다. 2017년 10월, 119개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이하 국민개헌넷)’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새 헌법은 국민이 만들어야 합니다”를 모토로 국민에게 개헌 논의 과정을 개방할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발족 이후 국민개헌넷은 연속 토론회를 거쳐 2018년 1월, 평등실현과 소수자 권리보호, 대의제 강화와 직접민주제적 요소 도입, 자치와 분권 등 개헌 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할 15개 과제에 대한 공동의견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며 멀기만 했던 헌법을 삶 가까이 두게 하기 위해 소책자 ‘안녕 헌법’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3월에는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었다.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민의견 수렴 과정이나 기본권·권력구조 등에서 몇 가지 미비점과 한계는 있었지만, 그 동안의 국가 차원의 개헌 논의가 처음으로 완성된 형태로 정리되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심의를 거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국민개헌넷은 대통령 개헌안 공개가 범국민적 개헌 논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종합 의견서를 발표하며 국회와 제정당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 개헌 합의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한 6.1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국회가 개헌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전망이 어두웠다. 초당파적인 토론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개헌과 관련하여 활동해온 전국 957개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와 각계 인사는 4월 11일, 개헌 및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국민참여 보장, 자치분권 확대, 국민주권 및 인권 강화 등 공동의 요구사항을 국회에 전달했다. 뒤이어 19일에는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들과 5개 원내정당이 함께 ‘개헌안 합의를 위한 정당-시민사회 집중 토론회’를 열고, 토지공개념, 자치분권, 남녀 동등한 기회 보장과 실질적 평등권 등 6가지 개헌 쟁점을 논의하고 개헌안 합의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토론회는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팀을 만들어 토론주제 선정과 제언을 함께 준비한 자리였다.

하지만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헌법개정안을 합의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던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제1야당의 비협조 등으로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야 4당의 본회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해 사실상 부결되었고, 참여연대의 헌법개정안과 국민개헌넷의 의견청원안 역시 본회의에 불부의되어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국민개헌넷은 2020년 개헌안 폐기 이후 다음 개헌 논의시까지 활동을 중단하고 때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2017년~2018년 개헌 운동의 핵심적인 토대가 된 것은 무엇보다 2016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통령선거 전후로 이른바 적폐청산, 체제 개혁을 요구했던 과정에서 시민들이 헌법의 주인으로서 주권자인 스스로를 자각하고 헌법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개정 논의가 일부 정치인들과 헌법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어 새 헌법을 마련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또한 대통령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한국 사회의 체제 전반을 개혁하기 위한 논의를 거쳐 개헌안을 제시하고, 각각의 개헌안이 미래 비전으로서 경합하며 사회적 토론도 이어졌다. 비록 헌법개정은 실패했지만 다음 개헌 논의의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간 사회적 합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도 의미가 크다. 정치권의 진지한 토론과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영과 정파를 떠나 개헌의 기본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의 논의를 추동하는 역할도 했다. 이러한 논의틀은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원정수 확대 등 정치개혁을 위한 공동 행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참여연대에는 내⋅외부 전문가, 상근 활동가들과 새로운 헌법에 담을 새로운 한국사회를 상상하고, 주제별⋅쟁점별로 토론과 조정, 합의를 이끌어 독자적인 헌법 개정안을 성안해 낸 과정이 자산으로 남았다. 22대 국회 개원 후 다양한 개헌론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참여연대의 개헌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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