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3-15   3342

[심층분석3] 왕따가 있는 교실, 평화로운 교실

왕따가 있는 교실, 평화로운 교실

문재현 ㅣ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간략하게 한국 학교폭력의 특징을 진단해보자.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학교폭력이 주로 같은 반 아이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고 괴롭힘이 일어난 장소도 교실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연세대 한준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그 비율이 80% 정도가 된다. 다른 연구에서도 30∼60%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은 교실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도 드러났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권력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그 서열의 정점에 일진이 존재한다.

이러한 교실사회 관계 속에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심각한 폭력이 ‘왕따’이다. 왕따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집단이 보호해주지 않거나 사실상 처분을 맡긴 누군가에 대해 진행되기 마련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을까? 차이가 있는 아이들이다. 장애, 피부색, 부모의 지위, 옷차림, 성적 등의 차이가 괴롭힘의 원인이다.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기제가 우리 문화 안에 있는 것이다. 한편 요즘 아이들은 ‘노는 아이들한테 나대면 당해도 싸다’라는 어길 수 없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요즘 아이들이 일진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에 대한 처분권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왕따에 대한 대책은 우리 사회와 교실 내부의 차이에 대한 인식과 아이들 사이의 수직적 권력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가해자-피해자 모델 : 개인적 접근방법

가해자-피해자 모델은 학교폭력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학교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어떤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본다. 즉 가해자가 공격적인 특성이 있고 피해자는 내성적이고 의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개인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 역시 개인의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피해자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을 중시한다. 가해자에게는 격리․처벌․선도를, 피해자에게는 사회기술훈련 또는 또래관계를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을 처방하는 것이다. 다음 사례를 통해서 실제상황에서 이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한성이는 전체 아이들 중에서 키도 제일 작아서 땅꼬마, 땅콩이라고 불린다. 아토피가 있는 한성이에게 아이들은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벌레 보듯 피한다. 한성이는 학생들 모두가 알고 있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전따이다. 아무도 같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한성이는 학교에 올 때나 갈 때 늘 혼자이다. 물론 점심시간에 밥도 혼자 먹는다.

오늘 아침에도 한성이는 힘없이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선다. 창가에서는 수철이와 은혁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나란히 서 있고, 기영이와 재성이가 자기 자리에 앉아 가위바위보를 하며 장난을 치고 있다. 교실 앞쪽에서 상호와 준수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현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한성이가 들어오자 수철이가 큰소리로 말한다.

“얘들아, 바이러스 온다! 바이러스.”

수철이 말에 은혁이가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거든다.

“아, 재수 없어!”

한성이가 힘없이 자기 자리로 간다. 그 모습을 보더니 기영이가 낄낄거리며 웃는다. 재성이는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고 있지만 속 으르는 ‘야, 포스 쩔어. 나도 저럴 수 있었으면’하고 생각한다.  현수는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읽는다. 그 때 머뭇거리던 상호가 수철이한테 다가갔다. 

“너희들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친구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수철이는 상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왜, 너도 찐따 되고 싶은가 보지?”

옆에 있던 은혁이가 말했다. 

“야, 새끼야, 쳐 맞고 싶지 않으면 찌그러져 있어.”

상호는 수철이와 은혁이의 기세에 눌려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준수는 이 광경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교사들은 어떻게 다룰까?

가해자인 수철이와 은혁이, 피해자인 한성이를 불러서 면담하고 훈계하고 화해를 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교실에서 일어나는 집단괴롭힘 문제를 가해자, 피해자의 개인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이 가해자-피해자 모델의 특성이다.

가해자-피해자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관자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괴롭힘 상황이 발생할 때는 가해자, 피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가 존재한다. 방관하던 친구들이 폭력을 제지하는 방어자로 나선다면 피해자에게는 보살핌을, 가해자에게는 자기행동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게 된다. 때문에 방관자의 역할이야 말로 왕따를 해결하는데 이론적 실천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방관자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모델은 대안적인 행동도 제시하기 어렵다. 괴롭힘 상황에서는 괴롭히는 행동과 괴롭힘을 당하는 행동, 방관하는 행동, 돕는 행동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행동 중에서 폭력을 제지할 수 있는 것은 돕는 행동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은 학생들에게 친사회적이고 협동적인 행동을 제시해야 하는데 가해자-피해자 모델은 이러한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가해자-피해자 모델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가해자-피해자-방관자 모델 : 생태학적 접근방법

학교폭력은 다른 범죄와 달리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보다는 반 아이들 전체가 지켜보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해자가 다른 아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교실의 위계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신체적 공격이나 놀림, 욕설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관자는 직접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폭력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모르는 척함으로써 가해자의 행동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방관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학급 생태계 전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 대두된 접근 방법이 ‘생태학적인 방법’ 즉 가해자-피해자-방관자 모델이며, 이 모델을 잘 보여주는 것이 올베우스 프로그램 중 ‘괴롭힘의 원’이라는 개념도이다.

올베우스 프로그램에서는 괴롭힘의 원이라는 개념도를 바탕으로 괴롭힘 상황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조력자에서 소극적 방어자(바)까지의 학생들을 방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방관자라는 그룹에도 다양한 태도와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 동조자, 그리고 피해자의 역할은 교사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변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교사들은 방관자들을 괴롭힘의 원에서 방어자 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모델에 기초해서 나온 프로그램이 노르웨이 ‘올베우스 프로그램’과 핀란드 ‘키바 코울루 프로젝트’ 그리고 우리 평화샘 모임이 개발한 ‘평화샘 프로젝트’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4대 규칙, 멈춰와 역할극(괴롭힘의 원에 따른 예시 역할극, 왕따 역할극, 사건발생 이후의 역할극), 학급회의 등이다.

가해자-피해자-방관자 모델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교사는 가해자-피해자 모델에서처럼 수철이와 은혁이, 한성이만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피해자를 제외한 모두가 괴롭힘 상황을 유지하는데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방관자는 가해자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급 아이들 모두에게 괴롭힘 상황을 바로 알리고 역할극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만약 교사가 미리 규칙에 합의하고 예방 역할극을 진행한 상태라면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방어자가 되는 행동을 연습한다.

또한 학교 전체에 아이들의 이름 등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외한 내용을 알리고 모든 학생들이 역할극과 토론을 통해 그 상황과 문제해결 과정을 공유한다. 교사들은 워크샵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함께 토론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모델에 기초한 실천은 미약한 편이지만 대다수의 상담가들과 적극적인 교사들, 부모들이 이 모델에 대한 지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태이다. 교육부도 가해자-피해자에 기초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하면 펄쩍 뛴다. 자기들도 방관자를 방어자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가해자-피해자 구도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단지 언급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교육부 정책의 문제 생각해보기

왕따를 당한 아이들을 돕고 아이들이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할 수 있게 하려면 어른들이 아이들 사회를 가르는 분열과 모순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와 아이, 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교차원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사회에서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광범위한 복지망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담임교사이다.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연구되고 상세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검증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학급을 운영할 때 학교폭력 문제해결의 전망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학교 프로그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부는 교사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교실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현재 교과부가 학교에 강요하다시피 하는 정책 몇 가지를 검토해보자.

학생중심 학교폭력예방 문화조성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학생자치법정, 또래중조 등의 학생자치활동은 어른들은 좋은 정책이라고 인정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학생자치법정은 벌점이 일정기준을 넘어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자치법정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경우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먼저, 벌점을 받은 아이들을 다시 처벌하는 이중처벌문제가 발생한다. 다음으로 법관, 변호사가 되는 아이들이 따로 있고, 피고가 될 아이들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가 다시 한 번 확인되고 공고화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수없이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문제를 몇 번의 재판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학생자치법정은 사법부의 작동원리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일 수는 있어도 학교폭력예방, 대처, 치유 프로그램이 될 수가 없다.

다음으로 또래중조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또래중조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동아리를 형성해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면 왕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래중조 프로그램은 진정한 의미의 예방프로그램이 될 수는 없다. 조정과 중재라는 것은 일반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고 공적인 권위를 바탕으로 할 때 실효성이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의 핵심인 왕따는 두 학생간의 일반적인 갈등이 아니다. 왕따는 힘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어느 정도는 옳고, 어느 정도는 그르다는 인식하에 양쪽의 동등한 협상권리가 있다는 전제를 가진 조정이나 중재는 왕따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적합하지 않다. 즉, 가해자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피해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한계는 학생들 간의 권력관계는 다룰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또래중조 프로그램은 상담가가 되려고 하는 학생이나 다른 학생을 도우려고 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친구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지 정부가 시,도교육청 평가항목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올베우스는 또래중조 프로그램의 문제를 문제해결을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적이다. 왕따 문제는 복잡해서 전문가들도 다루기 힘든데, 이를 학생들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수준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어울림 프로그램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교차원에서 구성원들이 목표를 제시하고 함께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외부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학교구성원을 대상으로 집단상담과 감정공유, 심리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성공적인 왕따 문제 해결프로그램인 키바코울루 프로젝트와 올베우스 프로그램은 외부에서 전문가가 개발하기는 했지만 학교 자체의 역량강화를 바탕으로 정규교육과정이나 학급운영프로그램과 연계시켜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다. 이와 달리 외부전문기관의 전문성만 강조하고 교사들의 자발성을 부정하는 어떠한 프로그램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03월호(제173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