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복지재정 전망 – 서울시 사례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1. 지방선거와 지방재정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나게 되었다. 이제 6월4일이면 여섯 번째 지방자치 구조가 결정된다. 5기 지방선거는 토건 등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한 지바재정의 위기와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재원마련을 위한 재정개혁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선거의 향방을 결정했다.
이번 6기 지방선거의 주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기에 제기되었던 재정위기 극복과 복지재정확보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평가해 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하겠다. 특히 서울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그 전제와 과정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방행정의 시금석은 서울시의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완결한 재정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자율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행정에서 새로운 시도가 가장 많이 가능한 자치단체이며,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지방자치에 다른 자극을 주는 단위이기도 하다.
민선5기에 이르는 동안 서울시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고 주도했다. 특히 이번 5기 후반기 시정은 보궐선거로 인해 임기를 시작한지 2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6기를 맞이해야하는 특수한 조건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으며, 혁신에 대한 부분도 제한적인 의견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시정을 재정적으로 구분해 본다면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1994년 이전)는 ‘고도성장 재정투자’시기로 개발론이 주를 이루던 관선시기라고 볼수 있다.
이시기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상황과 맞물려 팽창주의 개발연대의 논리가 지배하였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하부단위로서의 서울시 재정구조와 정책이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성장주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2단계(1995-2001)는 ‘저성장 재정관리’시기로 조순시장과 고건시장시기이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면서 1995년부터 개발시대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고 민선시기에 맞는 자치행정 및 재정구조를 만들어 갔다. 개발시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리’중심의 구조였기 때문에 새로운 재정투자 보다는 도시의 유지관리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했다. 더군다나 1997년 외환위기는 재정위기도 수반되는 것이어서 재정여력도 없었다. 서울내의 문제가 강조되면서 지역간의 지역재정격차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되었다.
3단계(2002-2011)는 ‘고성장 재정팽창)이명박, 오세훈 시장으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외환위기가 극복되고 재개발로 인한 도시 개발열풍이 성장주의 패러다임이 주도했다. 더군다나 국민의 정부시기에 변환된 지방세 세입구조가 거래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세수 증대를 위해서라도 개발을 촉진하게 된다. 2002년 10조원이 채 되지 않던 예산이 2009년 24조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폭이 컸다.
4단계는(2011이후) 박원순시장 이후라고 볼 수 있다.
2009년부터 금융위기와 재개발의 부진으로 인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재정적인 위기를 겪게 된다. 특히 세수구조가 부동산 거래세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 등 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하지만 서울시의 4기는 재정위기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라는 ‘분배’의 요구가 중요한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이것이 1997년 이환위기 이후의 서울시 2기시정과의 차별점이다. 당시에는 줄이고 아끼는 ‘관리’의 시대였고 유동성위기였기 때문에 곧 재정의 여유를 찾게 되었지만 이번 4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저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시기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2년간 짧은 시간 속에서 일어난 서울시의 많은 변화는 우리사회의 ‘복지’라는 시대정신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2. 서울시 재정의 문제점 : 복지와 채무감축의 딜레마
서울시의 재정상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에 비하여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그것은 성장시대의 서울시의 위상이 중앙과의 재정배분구조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첫째, 부채가 급증했다.
2010년 결산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투자기관 부채는 9년간 3배 증가했다. 고건시장 시절인 2002년 8조였던 부채는, 2006년 13조, 2010년 25.5조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인당부채 244만원에 이르고 있다.
둘째, 서울시의 재정적자 문제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재정적자의 단계로 접어든다. 2009년은 서울시 재정이 가장 크게 확대되는 해이다. 2009년 적자는 일반회계기준으로 2,145억원에 이르고 2010년 3.129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적자확대는 필연적으로 부채를 증가시키게 된다.
셋째, 무리한 재정사업의 확대문제다.
2099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해여서, 서울시의 재정사업은 크게 확대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재선을 위한 예산은 무계획 적인 계획수립과 예산편성을 수반하게 된다.
오세훈 시장만 하더라도 5대 핵심 프로젝트에 2006년부터 2010년도까지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7조 9,958억 원에 달한다. 매년 가용자원의 거의 대부분을 시책사업이라고 불리는 몇몇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정의 기존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대규모 건설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고 그것이 서울시를 위한 미래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의 결과로 인해 서울시는 의회의 3분의 2를 절대다수의석을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었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2011년 예산안은 4천억여원에 이르는 감액을 통해 무상급식 등에 대한 편성을 압박했다. 이에 서울시가 예산안 집행을 전면적으로 보류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고, 오세훈 시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무상급식 주민투표”강행하기에 이른다. 투표의 결과와 그로 인한 시장의 사퇴, 보궐선거는 박원순 시장체제라는 새로운 서울시가 시작되었다.
박원순 시장체제는 복지확대와 채무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는 지출수요는 크게 증대해야 하는데, 채무축소는 제출을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구상할 때는, 특히 재정을 수반하는 정책을 구상할 때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바람직한가, 둘째는 실현가능한가, 셋째는 지속 가능한가이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셋째인 지속가능성일 것이다. 지속가능하지 않는 정책은 오히려 다른 부분의 재정여력을 감소시켜 전체적인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복지확대와 채무감소의 두 마리토끼를 잡는 것에 있어서는 박원순시장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리 토끼인 복지는 양적인 측면에서 2011년 4조6천억원(22.9%비중)에서 2014년 예산 6조9천억원(32.0%비중)으로 3년간 50% 증액했다. 이는 전체예산이 3년간 19%증가에 불과한 현실에 비추어 매우 큰 변화이다. 전라남도 등 일부지역은 복지예산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초 공약이었던 30%복지재정은 2014년도에는 무난히 달성했다. 복지의 핵심 중 하나인 임대주택 8만호도 소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목표량을 거의 달성하고 있다. 따라서 양적인 변화는 일단 주목할 만하다.
3. 재정구조의 변화와 문제점
박원순 서울시의 취임 첫해인 2012예산을 보면 사회복지분야는 전년대비 7,033억원 가량 증가하였는데, 증가율로는 14.4%로 예산의 고성장 시대에 15%가량 증가한 것에 견주면 매우 높은 증가율이다. 세출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데 2010년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 200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중앙정부 보조금지원이 많았던 2009년 처음으로 5조원 대에 진입하였다가 올해 다시 5조원대로 진입하였는데, 사회복지 예산의 경우 자연증가분과 복지에 대한 수요가 계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재정의 지출구조를 조정한데에는 연중 계속된 개혁의 노력이 있었다. 2012년 5월에는 “시-사업부서 공동 낭비성 사업예산검토회의가 개최되어 3500여건의 사업 중 342건의 지적사업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또한 의회에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예산안 시장보고회’를 4일간 개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낭비성사업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를 복지재원으로 돌릴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복지증대라는 한 마리의 토끼는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 마리의 토끼인 채무축소는 아직 답보상태이다. 임기 시작 직후인 11년 10월 19조 9,873억원이었던 채무는 두 달 후에 18조 6,662억원으로 1조 2,262억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마곡지구 매각지연 등으로 지연되고 뚜렷한 성과가 없다. 비판적인 새누리당에서는 숫자상의 감소라는 등의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4. 2014년 예산안 으로 본 재정의 현실
서울시 2014년 예산은 2009년 수준의 예산규모인 21조 구모로 회복되었다. 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규모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에도 과거처럼 고성장은 아니지만 최소규모의 증가는 이루어 질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역설적으로 세입구조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래의 축소로 인해 거래세의 핵심인 취등록세가 감소했다. 따라서 부동산이 지방재정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감소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치구에 분배하던 조정교부금도 보통세 중심으로 개혁이 되어 자치구의 재정도 상대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거래세의존형 세수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조세는 중앙정부와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어서 아직도 부동산에 의존한 정책에 집착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시장의 예산변화를 분야별로 살펴보겠다. 부문별 예산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증가율이 20% 이상인 부분을 살펴보면 가장 증가율이 높은 것은 보육 및 취약계층 지원, 노인 및 청소년 예산 등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도시철도부문177.2% 증가하여 4121억원 증가 하였다. 박원순시장재임기의예산자료에비추어볼때박원순시장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도시철도사업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시장 재임기에 보육․가족 및 여성부문예산129.6%)과 노인․청소년부문예산49.4%)도크게증가했으나이것은국가사업비증가에따른것이므로 박 시장의 최우선 주력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철도사업인 경전철사업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서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주장을 주의 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5. 서울시 재정혁신을 위한 과제
서울시 재정혁신에서 가장 큰 고려사항은 서울시 재정여건의 악화요인이다. 그리고 악화요인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수입의 감소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응사업비의 증가문제이다. 정부의 무계획적인 재정운용에 의해 계획되어 있지 않던 사업비와 함께 중앙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의 여파로 재정적 책임은 고스란히 서울시로 넘겨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보조금 비율이 타 광역시‧도와 달리 낮게 산정되어 있어 그 부담은 더욱 크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정은 재정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이다. 마을 만들기나 소통에 관한 사업 등 수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개혁의 방향을 네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투명성이다.
이를 통한 행정의 신뢰회복이다. 투명성은 단순히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도를 높이고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재정문제의 경우에는 정보접근 못지않게 전문성이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보도블록 10계명 같은 제도가 좋은 사례이다.
둘째, 책임성이다.
행정불신은 소통에서도 비롯되지만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행정행태에서도 기인한다. 따라서 서울시 재정의 문제에 대해 권한에 걸맞은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제도화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우리의 경직된 행정시스템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할수 있는 신고제도나 감사의 활용, 성과금제도 등을 활용한다면 최소한 시민들이 호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갈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납세자 소송’ 같은 경우가 그 사례이다.
셋째, 시민의식변화를 수반하는 재정지출이다. 이것은 예산지출에 대한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임대주택 8만호 문제도 목표를 달성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재정지출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서울시민복지기준도 슬로건에 그친다면 시민들에게 감흥이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재정계획을 세우고 실현시켜야 한다, 도시안전이 복지 때문에 준다는 비판 때문에 불용액을 감수하고 편성하는 토건예산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넷째, 시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어떤 개혁도 시민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참여 없는 구호성 전시사업이 되어서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 현장 시장실도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약속을 할 경우 이후 재정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참여예산관련한 시의회와의 갈등은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진정성이다. 투명성과 재정지출에 대한 신뢰, 시민참여를 통한 재정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 서울시의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 사례는 재정개혁과 복지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실제 이것을 실현할 준비와 능력을 갖추었는지, 아니면 기존 재정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 채 복지재원 때문에 재정이 어렵다는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 있는지는 5기 평가와 6기 준비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주제일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4월호(제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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