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2-10   1647

[기획주제1]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운동 평가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운동 평가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조흥식 ㅣ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초대위원장

 

머리말 :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 평가의 의미

 

2014년은 참여연대가 출범한 지 2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올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안전, 생명, 국가라는 각 용어가 갖는 의미의 무게는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날 전 세계는 2008년 미국 월가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금융위기에 의해 발발된 세계경제위기 하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사회는 1997년 금융위기를 맞아 IMF 체제에서 거대한 사회 위기를 맞게 되었으나 위기의 해소가 복지국가의 구축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어렵게 만드는 체제로 가고 있다. 물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복지의 발전이 어느 정도 있긴 하였지만 복지국가 체제가 제대로 구축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이후 이명박 정부와 현재 박근혜 정부 체제 하에서 복지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운동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사회운동에 비해 상당히 저조하였던 게 사실이다. 보건의료운동, 장애인운동, 공동육아운동 등 사회복지운동이 부분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국민의료보장쟁취를 위한 운동, 사회복지예산 확보투쟁운동 등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진행된 운동들은 단기적인 문제제기에 머물러버리던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던가, 혹은 유사한 목적을 가진 여러 부문 운동들과의 활발한 연대투쟁으로 전개되지 못하였던 것이다(조흥식, 1999).

 

이런 차에 1994년 9월 10일에 각계 전문가와 시민 등 300여명이 함께 모여 인권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참여민주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시민운동조직으로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참여연대)가 발족되었고 사회복지특별위원회(현재 사회복지위원회)가 탄생되었다. 이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이하,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은 정부의 시혜적 차원에 머물러 있던 복지 문제를 시민단체가 주체적 자기 권리로 인식하고 국민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 확보를 위해 소송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복지권실현을 추구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회복지운동으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그 동안 사회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 운동은 가열차게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운동이 제법 복지국가를 향한 제도화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복지국가의 길은 멀다. 왜 그럴까?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의 성과와 한계

 

사회복지위원회 활동 내용

 

참여연대 출범 때만 하더라도 사회복지특별위원회가 참여연대 내에 정식기구로 설치된 것은 아니고 정책위원회 산하로 있었다. 초대 공동대표들이 민중의 복지와 사회권 문제를 참여연대가 반드시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함을 특별히 강조하였고, 곧 모든 참여자들의 의견이 결집되어 사회복지특별위원회 설립에 대한 결정이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1994년 10월 중순 이후부터 사회복지학과 교수, 변호사, 사회복지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사회복지특별위원회가 독자적 운동의 첫걸음은 1994년 12월 5일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 및 관련 공익소송 설명회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가졌으며, 정부를 상대로 ‘국민연금기금운용 손실액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한편, 의료보험 적립금을 의료기관에 대출해주도록 한 보사부(보건복지부) 내규를 들어 보사부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등 공익소송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함으로써 공식적인 사회복지운동의 불을 당기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곧이어 사흘 후 12월 8일에는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 제외처분 행정심판’을 청구하였고, 12월 23일에는 ‘노령수당 지급대상자 선정 제외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조흥식, 1999).

 

처음 사회복지위원회가 출범 때는 주로 공익소송, 연구 활동,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라는 방식을 통해 복지문제를 제기하고 의제화 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토론회 및 공청회 개최, 관련법령 개정과 대체입법 추진을 위한 입법 청원, 다른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과의 연대활동, 복지정책 의정감시, 국민캠페인, 각 정당 사회복지분야 공약에 대한 평가 토론회, 여·야 국회의원 간담회 개최 등 정책토론회와 전문가 간담회 개최, 복지관련 비리 신고접수, 사회복지학교, 전국사회복지학생 겨울캠프, 자원봉사자 및 일반시민 교육 등을 통한 사회복지교육과 훈련사업 등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리고 복지전문 매체 발행(<월간 복지동향>), 책 출간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을 전개해 오고 있다. 사회복지의 영역도 국민기초생활보장과 같은 공공부조 영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회복지서비스, 일반 보건의료, 주거복지, 사회복지예산, 사회복지 전달체계 등 광범위하게 확대되었다.

 

또한 여전히 존재하는 생존권과 관련된 사회적 약자의 권리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사회권 영역의 사업도 꾸준히 전개해 왔다. 특히 노동과 관련된 사안은 2007년에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의 발족과 더불어 활동을 공유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복지정책의 단순한 프로그램 나열과 조합을 넘어서 총체적인 국가운영전략과 시스템 전환을 위한 큰 틀의 복지국가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보편적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이 주는 가치는 한국 사회복지운동의 척박한 상황에서 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의 성과와 한계

 

사회복지위원회가 행한 사회복지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 주체는 사회복지학 관련 교수들과 변호사 등 사회복지, 법조계 등 여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NGO 내 전문가 집단들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집단에 의한 운동은 생활상의 요구에 기반한 대중적 운동 혹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운동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중 조직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운동이 갖는 분노하는 운동성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그리고 운동 주체의 변화와 관련된 충원의 내용을 보면 한국 NGO의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운동 주체의 새로운 충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를 사회복지위원회도 똑같이 안고 있다. 20년 전 초창기 위원들이 아직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속성 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운동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운동 주체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가고 있음은 쇠퇴의 징표이지 결코 발전의 지표는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전문적인 정책 이슈 제기나 입법요구 등 정책의 제도화 활동의 성과는 상당히 거둘 수 있을 것이나 사회복지 대중운동을 지향하기에는 벅찰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새로운 운동 주체가 충원되지 않은 점은 운동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숙제가 사회복지위원회에 남아 있다.

 

둘째,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의 계급적 성격은 노동운동이 중심이 된 전통적인 계급운동의 특성 보다는 사회복지의 성격으로서 노동계급에 기반한 대중운동이 아닌 신사회운동의 특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복지위원회가 보건의료, 사회복지, 노동복지 분야에서 분배 문제와 불평등 문제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활동해 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권리찾기 캠페인, 최저임금 관련 사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과 비정규․저임금노동자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이슈화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계급운동의 성격은 비교적 약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 동안 보건복지 개별 분야에 대한 사안별 연대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사회보장분야 전반적인 개혁과 복지재정 개혁 등 국정과 연관된 평화복지국가 구축과 같은 큰 틀에서의 세력화를 일궈 내지 못한 연유는 이러한 계급적 성격이 약한 것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복지국가전략기획단을 구성하여 복지국가의 원칙, 쟁점, 시민사회 전략이 담긴 참여연대 입장문서 초안을 작성하여 2011년 3월 31일 ‘보편적 복지국가의 원칙과 전략 심포지엄’을 통해 외부에 널리 알렸으며, 참여연대 내 여러 부서 간 입장을 조정하여 복지국가 비전까지 마련하였다. 그 후 2011년 7월 20일에는 한국에서 최초의 복지국가운동의 정점으로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내세운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출범시키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연석회의는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야기된 보편적 복지 논쟁을 촉발시킨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단체들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조와, 전국실업단체연대, 한국여성연합, 주거연합,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노동, 여성, 주거, 교육 등 각종 NGO를 비롯하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보건복지운동 단체, 그리고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유통상인연합회 등 피해 당사자 단체 등 모두 410개의 민중・노동・시민단체들이 결합된 거대한 조직체였다.

 

연석회의는 2012년 총・대선 과정에서 복지국가의 이상과 정책 프로그램을 이슈화해 범야권의 집권과 집권 이후 필요한 법・제도 방안 마련에 골똘하였다. 그리고 총・대선 과정이라는 정치적 기회를 활용한 단기적인 정치 집권화에 모든 힘을 쏟았다. 생존권과 보편적 복지의 요구를 걸고 진행하는 계급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라는 큰 틀의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복지동맹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취약했고, 활동 내용이 주로 입법 과제와 복지재정 증대에 두는 등 복지의제 형성 및 복지정책 운동에 한정됐다. 그럼으로써 본래 계획대로 집권도 성취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복지동맹을 통한 복지국가 구축에 필요한 주체형성의 세력화도 이루어 내지 못하고 사실상 와해 된 것은 뼈아픈 교훈을 주었다.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이 사회보장 영역 중 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에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 주고 있지만 공공부조, 사회보험, 예산, 보건의료분야에서의 운동적 성과는 상당히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빠른 시간 내에 사회서비스 분야의 발전과 관련하여 사회복지운동에서 지역운동단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풀뿌리 지역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공유, 교육 등의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간다면 깨어 있는 시민정치를 활성화할 가능성은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동계급의 문제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지국가에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특수성을 가미한 ‘평화복지국가’ 만들기는 계급, 안보 문제의 실마리를 풀지 않고서는 결코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석회의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복지동맹을 이루는 새로운 연석회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셋째, 사회복지운동의 정체성에는 ①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강한 비판의식과 구속받지 않는 저항 행동이 중심이 되는 자치조직 운동 성격의 ‘전통적 자발성’ 유형, ② 사회문제의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지식과 훈련경험을 중시하는 ‘제도적 전문성’ 유형, ③ 옹호기능이라는 우회적인 형태로 비판적 의견을 부드럽게 표출하는 ‘개별적 미시저항’ 유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의 정체성은 ‘제도적 전문성’과 ‘개별적 미시저항’의 정체성이 혼합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위원회는 노동운동이나 여성운동처럼 대중적 조직 기반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저항 행동을 하는 대중운동이 아니라 보건복지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주는 의제설정, 전문적인 정책요구 활동, 새로운 복지관련 법제화나 복지대상자 옹호활동 등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20년 동안 의료보험 분야에서 조합주의적 의료보험보다는 통합주의 의료보험을 강하게 전개하여 성공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구축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사회보험의 내실화와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보험 개혁, 그리고 국가복지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점에서 보편적인 복지국가의 지향성을 강하게 표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복지국가 만들기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한 비판의식과 구속받지 않는 저항 행동 중심의 ‘전통적 자발성’ 이라는 정체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계급운동이나 비판적인 대중운동, 그리고 복지대상자 스스로가 앞장서는 저항 중심의 당사자 운동과 어떻게 결합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담을 사회복지위원회가 안고 있다고 하겠다.

 

넷째, 비판·감시 운동, 정책개발 운동, 서비스 제공 운동, 옹호 운동, 이해집단 간의 조정 운동, 입법 운동, 교육 운동, 홍보 운동, 조직화 운동, 연대 운동, 공론장의 활성화 운동 등 다양한 사회복지운동의 유형과 관련해서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 유형을 보면 대체로 서비스 제공 운동, 이해집단 간의 조정 운동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운동 유형을 다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운동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이런 다양한 운동 유형을 활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지속성을 보일 뿐만 아니라 향후 운동의 계기를 열어 가는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운동 유형 가운데 어떤 유형의 운동을 주로 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20년 동안의 활동 내용을 간략히 분석해 보면 정책개발 운동과 입법 운동 유형이 가장 많다. 물론 이 둘은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사회복지 의제화를 비롯한 정책개발이 이루어지면 그 후에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한 행정적 기능을 할 수 없는 강력한 성문법주의 하에 있는 한국의 정치 메커니즘의 특징상 입법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0년 동안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을 보면 복지와 관련된 영역 중에서 정책개발에 의한 법안이 제출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위원회 운동 가운데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을 비롯한 국민연금법 개정, 기금운용, 연금개혁위원회 설치 등 운동과,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를 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법안들은 입법 운동 그 자체로 그쳤고, 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 밖에도 공론장의 활성화 운동과 홍보 운동, 연대운동을 해왔다. 토론회와 언론 활용, 출판 사업을 많이 한 것이다. 여러 가지 주제로 토론회, 성명서 발표, 서명 활동, 기자회견, 시위, 출판 등을 하였고,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의 노동단체와 경실련,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등 시민단체, 그리고 장애인단체, 보육관련단체 등 사회복지 부문운동 단체들과 연대하여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과 실현 가능성을 꾸준히 추구해 왔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비판·감시 운동과 옹호 운동을 들 수 있다. 사회복지 정책입안단계부터 복지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복지행정 감시운동, 국회의 국가복지예산 편성에서부터 집행, 결산까지의 전 과정을 감시하는 운동 등을 통한 참여연대 본연의 활동인 비판·감시 운동을 활발히 해 왔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 운영의 민주성과 공공성 확보, 인권보장과 운영비리 척결, 대안운동 등을 전개함으로써 복지 대상자의 권익 옹호를 위한 운동에도 관여해 왔다. 그리고 대학생,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교육 운동도 틈틈이 진행해 왔다.

 

이렇게 볼 때, 20년 동안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이 견지해 온 운동의 방향은 다양한 보편적 복지의 내용을 담론화, 의제화, 입법화함으로써 복지국가 만들기에 지속적으로 힘써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정부와의 관계성 측면을 볼 때, 20년 동안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은 협력적 거버넌스와 갈등적 거버넌스를 순환적으로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후반기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는 대체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유지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위원회의 사회복지운동의 권력이 강력한데다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정부와의 이해관계가 상당 수준 일치함으로써 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지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형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와의 관계성 측면에서 볼 때, 협의의 공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정부의 각종 ‘위원회’ 또는 ‘협의회’ 등 법적으로 제도화된 공간에 관여하게 되거나 아예 정부조직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기회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복지 문제해결 등의 공익사업을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정부의 뒤치다꺼리를 맡아 한다는 다른 운동단체의 비판도 듣게 되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김연명 교수(2004)가 10년 전에 “이는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시민운동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좀 과장된 목소리와 유사한 비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당시에 이러한 협력적 거버넌스에 대해 “사회복지 문제는 민주와 반민주와 같은 단순한 정치적 사안과는 달리 선과 악의 문제 쟁점이 양분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세세한 정책 내부의 문제를 정밀하게 짚고 지속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안과 밖’에서 동시에 활동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복지위원회는 각종 위원회의 참가여부에 대해 반드시 내부적 토론을 거치고 필요한 한도 내에서 참가라는 원칙을 지금까지 준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위원회의 참여 여부가 아니라 어떤 입장을 갖고 참여하는가의 문제이다.”라고 하면서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로부터 현재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갈등적 거버넌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광우병 촛불 정국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정부와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대립적이고 갈등상태에 있다.

 

이와 같이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협의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복지 사안에 따라 갈등과 논쟁이 늘 존재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와의 관계에서 상호 불신의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서로 상대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극적 의미의 파트너십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긴장과 갈등의 관계는 사안별로 볼 때 입법 운동과 같은 유형의 사회복지운동을 위축시킬지는 몰라도 줄기찬 비판·감시 운동과 옹호 운동, 연대 운동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고취시킴으로써 운동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데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위원회의 분발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의 과제

 

한국사회복지운동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활성화 되었고, 사회복지위원회는 민주화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출범 이후 20년 동안 복지권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보장확충 운동으로서 입법 운동을 가장 많이 했다. 20년 동안 사회환경과 정치적 지형이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사회복지위원회가 독립변수로서 사회와 국가 복지정책에 영향을 준 것도 상당히 많다. 운동이란 이렇게 제도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은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변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 시장질서가 팽창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국가, 시장, 시민사회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분이 불분명해졌으며, 비대해진 시장이 오히려 국가와 시민사회를 포섭해 가고 있다. 이 결과 계층 간의 소득불평등도가 극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80대 20의 사회가 아니라 99대  1의 사회가 되고 있다. 점령하라(Occupy)는 구호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시민사회운동도 변해야 한다.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향후 사회복지위원회의 복지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한 마디로 운동을 복지정치화 하는데 더 많이 힘써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복지운동은 정치와 연관돼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 자원의 합리적 선택과 배분의 원동력은 정치이며, 그 결과가 바로 다양한 정책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은 자신의 복지를 위하여 합법적으로 열려있는 통로인 정치과정이나 정책결정과정에 자신들의 견해와 입장을 투입하는 주체운동을 해야 함은 마땅하다.  이러한 복지정치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운동 주체 형성을 잘 해야 한다. 복지운동주체를 전문가 집단 중심에서 벗어나 진보 지향적 대중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한 돌파구로 풀뿌리 지역복지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싱크탱크도 중요하지만 풀뿌리 싱크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진보성을 되찾는 운동을 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풀뿌리 지역에 계급의 근본이 있고 일상생활이 존재하는 것이다.

 

친환경무상급식운동이 왜 강력히 정치 의제화되고 국민 모두의 화두가 되었을까? 필자는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복지권 쟁취에 올인한 이해관계의 일치성, 풀뿌리 시민정치성, 연대범위의 포괄성임을 규명한 바 있다. 특히 친환경무상급식운동은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으로부터 출발했는데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주민자치에 의한 권력 견제와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높이고 생활상의 복지권 요구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한 지역자치운동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여,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생활 시민정치로서 기존의 중앙 중심적으로 펼쳐졌던 여타 시민운동과는 달리 지역에서의 자치운동을 통해 그 영향력을 지방정부를 거쳐 중앙정부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풀뿌리 시민정치를 통한 참여민주주의 운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할 수 있다(조흥식, 2012).

 

또한 풀뿌리 지역이 중요한 것은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삶의 세계가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으며, 견고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시장의 그늘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사실상의 삶의 ‘실체’이다. 내가 몸담고 있으며, 사회를 총체적으로 재생산하는 실재적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은 너무나 반복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보수적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진보성을 되찾아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 곳도 일상생활공간인 풀뿌리지역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에는 복지대상 당사자가 많이 있다. 따라서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주체형성과 관련하여 복지대상 당사자운동과 결합해 나가야 한다. 국가와 시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풀뿌리지역에서부터 복지대상자 당사자와 함께 출발하는 운동이야말로 생명력을 가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복지위원회의 운동도 이에 대한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신사회운동적 성격과 노동운동 또는 계급운동의 성격을 결합해야 한다. 복지국가운동이 성공하려면 신사회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장구조의 변화와 직업의 다양화로 인해 노동자 ‘계급’이 비록 우선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깨어있는 시민’만으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음은 역사에서 학습하는 바다. 노동자계급의 다양화와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연대 노력이나 노동자계급의 범위를 보다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노조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셋째, 공론장의 활성화 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민주주의의 의미가 상실되고 참여의 가능성과 다원적 가치의 실현도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복지위원회는 비판과 토론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인 조직형태를 운영해 가야하며, 때로는 언어적 토론 외에 저항의 체험, 시위 참가 등에서 나타나는 상징적 공론장을 정기적으로 만들 필요도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돼 관심밖에 있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소하고 비가시적인 주제를 끌어들여 공론장이 풍성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민교육을 통한 사회복지운동의 활성화이다. 사회복지의식의 개선과 함께 잘못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로 하여금 집단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시민교육이야말로 궁극적인 사회복지운동 방법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개인이 사적 이익추구에만 골똘하거나 정책의 단순한 대상자가 되는 수동적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시민이 되도록 추동하는 시민교육이야말로 복지국가 만들기의 필수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사회복지위원회는 복지시민강좌, 복지개방대학, 청소년복지학교, 여성복지아카데미, 노인복지학교, 환경복지캠프 등 같이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선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문제와 복지가 잘 되기 위해서는 삶의 한 영역으로서 정치가 필요하며, 정치 지도자의 역량이야말로 복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과거의 정치 불신, 정치적 무관심보다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삶의 정치, 복지정치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선거 국면을 잘 활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복지국가 친화적인 정당을 만들어내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향후 사회복지위원회는 이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거 국면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매체의 활용을 통한 사회복지운동을 전개하는 게 중요하다. 대중매체는 사회복지에 대한 대중 인식을 제고시키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사회복지정책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결과적으로 정치와 정책개발 및 수정에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여섯째, 초국적 사회복지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이미 국제문제화 되어가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아동착취, 대형 사고들로 인한 생명의 안전 문제, 여성문제, 인권문제, 제 3세계의 빈곤문제, 환경문제, 원전사고와 핵전쟁 위협 등 단일국가의 경계를 초월하여 초국가적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비록 국내 사회복지문제지만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NGO 운동도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초국가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초국적 사회복지운동끼리 사회복지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연계하고 협력하게 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다양한 각국의 사회복지운동조직들이 국제적인 연대를 통하여 자원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일국의 사회복지정책 변화는 물론 국제사회의 사회복지정책 변화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은 당연하다.

 

초국적 사회복지운동은 초국적 사회운동의 하나이며, 네 가지로 분류된다. ① 풀뿌리 주민의 저항에 기초하여 자신의 주장을 전지구적 쟁점과 일치시켜 국제적 지원을 추구하는 경우로서 토착민운동, 치아파스운동 등이 이에 속한다. ② 국제수준의 저항활동으로 국제적으로 두드러진 저항대상들인 WTO, IMF, World Bank 등에 대하여 초국적 및 국가 수준의 운동단체들이 연맹을 이루어 특정 장소에서 직접행동을 보이는 경우, ③ 특정 국가의 정책을 대상으로 초국적 운동단체들이 연합적으로 압력을 가하여 정책결정을 지연, 좌절시키는 경우로서 브라질의 천연고무제조업자 지원활동, 댐건설 반대운동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④ 국제NGO(INGOs)가 국제기구 혹은 그와 관련된 위원회에 참여하여 벌이는 실천 활동으로서 그린피스, 옥스팜 등의 국제협약 결정회의 등에서의 정책제안 활동 등이 이에 속한다(Tarrow, 2001).

 

향후 사회복지위원회도 이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우선 ①과 ② 유형의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위원회 내에 영어가 능통한 위원 중심의 국제사회복지팀을 만들어 아시아 제3세계 사회복지단체들과 온라인, 오프라인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가능하면 갈등적 거버넌스보다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바람직하지만 정부에 견인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더 충실히 해야 한다. 비록 복지정치를 해야 하지만 그것은 대중의, 대중을 위한, 대중과 함께 하면서 정부를 견인해 나가야 한다.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서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더라도 비판적 기능에 대한 관점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도적 전문성이 강화될수록 옹호기능이라는 비판적 의견을 부드럽게 표출하는 개별적 미시저항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더더욱 전통적 자발성이라는 운동의 정체성을 상실해 갈 가능성이 높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복지위원회의 지나간 복지운동 20년을 살펴보면서 이제는 향후 새로운 20년에 대한 비전을 가질 때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 사는 실질적인 복지국가 만들기에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평화를 강조하는 평화복지국가 만들기를 구상하는데 진력함으로써 한민족 전체의 복지를 달성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12월호(제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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