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4-01   1554

[기획주제1]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논란

무상보육이 전면화된 2013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갈등’과 ‘파국예고’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개되었다. 얼핏 보기에 비슷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이 풍경은 사실 해가 바뀜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첫 해인 2013년 온 국민의 기대와 함께 전면화된 0-5세 무상보육은 그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시행 첫 해 하반기에 이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상보육 재정분담률 조정과 이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무상보육 전면화로 인해 가장 심각한 재정부담을 떠안게 된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기존 서울시 20%, 지방 50%로 정해져 있는 중앙정부의 지원율을 서울시 50%, 지방 80% 지원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치열한 공방 끝에 결과적으로 서울 35%, 지방 65% 지원으로 절충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울시 등은 지방채 발행으로 부족한 무상보육 재정을 충당하였다.

2013년의 무상보육 관련 갈등이 중앙정부와 광역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이듬해인 2014년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의 갈등으로 그 전선(戰線)이 이동하여 싸움이 반복된다. 2015년 예산 편성 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즉, 2014년 말 교육부가 신청한 만 3-5세 누리과정 관련 예산 2조 2,000여 억 원을 예산편성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하고 이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하여 편성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2013년 지난한 갈등 끝에 무상보육관련 재정책임의 균형추를 애써 조정한 데에 대한 중앙정부의 답이 ‘앞으로 0-2세 무상보육은 지방자치단체가, 3-5세 누리과정은 시·도교육청이 책임지세요’인 셈이다. 

이들 사이의 갈등과 조정 끝에 당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으로 추정된 1조 8,000억 원 가운데 1조 원은 2013년에 이어 2년 째 지방채 추가 발행으로 메우고, 중앙정부에서 예비비 5천 억 원 정도를 추가 지원하여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또 한 해를 넘겼다.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한 추가재원 마련 방안 등 근본적 해결안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고 시간에 쫓긴 당사자들 사이에 ‘절충’안이 도출되었을 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다음 라운드가 이미 임박해 있음을 예고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무상보육과 누리과정을 둘러싼 논란 제 3라운드가 2015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선수교체조차 없이 시도교육청과 교육감이 중앙정부와 리턴매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중앙정부는 2015년 10월에 누리과정 재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지출 범위에 포함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입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나왔다. 갈등의 양상은 지난 해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논의의 구조와 쟁점이 달라지지 않았고, 거론되는 해법도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지난 해와 비슷하다. 

지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도입된 무상보육 제도가 계속해서 도전받고,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누리과정의 재정 책임을 둘러싸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찬찬히 들어다보는 노력도 필요한 때이다. 

쟁점 1 누리과정, 보육인가? 교육인가?

0-2세 보육에 대한 예산과 달리 3-5세 과정에 해당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분리하여 지방교육청 지방교육재정분담금에 편성하도록 한 주요한 논리적 근거 중 하나가 누리과정은 유아교육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교육청의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대한 입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영유아 돌봄정책의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0-2세 아동의 경우 보육기관이 사회적 돌봄의 기능을 배타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반면, 3-5세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보육체계와 유치원을 중심으로 한 유아교육 체계로 이분화 되어있는 상황이다. 결국 3-5세 아동의 경우 부모의 선택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둘 중 하나를 활용할 수 있다. 누리과정은 취학직전 연령이라 할 수 있는 3-5세 유아의 보육·교육 과정을 ‘국가 표준교육과정’으로 일원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상관없이 3-5세 아동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보육·교육 통합과정이라 할 수 있는 누리과정은 신체활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리과정 도입 전에도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에 적용되는 유치원교육과정이 각각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운용되어 왔으며, 이 두 개의 과정이 통합조정된 것이 누리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적으로 볼 때 돌봄 위주의 어린이집에서도 누리과정 도입이전부터 운영하던 표준보육과정(신체운동, 기본생활, 사회관계, 예술경험, 의사소통, 자연탐구)에 모두 포함된 내용들이 상당부분 누리과정에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

누리과정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에 적용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5세 아동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육과 교육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무상보육 정책의 수혜자에 해당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중요한 점은 현 정부가 애초에 공표한대로 0-5세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 무상보육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것이다. 

쟁점 2 교육청의 누리과정 재정 부담, 안 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책임 소재를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1월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금년도 교육교부금이 작년에 비해 1조 8천 억 원 증액되었으므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2) 위 발언내용에 언급된 1조 8천 억 원의 증가분은 지난 2015년 누리과정 예산관련 갈등 시기에 시도교육감이 예산 부족액이라고 주장한 1조 8천 억 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위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앙정부는 적어도 작년 기준으로 누리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고스란히 내려준 셈이고, 지금의 누리과정 파행은 내려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집행하지 않은 모양새가 된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2016년 지방교육재정 전망자료3)에 포함된 위 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대로 교부금 규모가 작년에 비해 1조 8천 억 원 증가된 것이 사실이지만, 60.1조 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 예산은 1조 8천 억 원의 교부금 증가액뿐만 아니라 약 3조 9천 억 원의 지방채 발행을 전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1조 8천 억 원의 증가분으로 누리과정 예산이 고스란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누리과정 예산 4조 원에 거의 맘먹는 3조 9천 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여 약 7% 정도의 적자예산을 감수해야 비로소 2016년 지방교육재정의 퍼즐이 완성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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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을 뒤집어 보면 누리과정을 전액 중앙정부 예산으로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시·도 교육청이 적자예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작년 대비 1조 7천 억 원의 교부금이 증액되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지방채 발행은 작년의 6.1조 원 지방채 발행에 이어 2년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시·도 교육청의 재정구조를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쟁점 3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별도 증액 없어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가능?

어차피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별도의 증액 없이 예년 수준의 예산으로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가능하다는 주장은 누리과정 예산 관련하여 교육부 등 중앙정부의 대응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 중 하나이다. 이러한 주장의 자명함과 달리 중요한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 사이의 상관관계가 박근혜 정부의 예상만큼 크지도 않을뿐더러,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상호 영향이 생각만큼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매년 발행하는 교육통계 연보에 의하면 2013년에서 2015년까지 학생 수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 약 40만 명 (2013년 대비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교원 수의 변화를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1,200명 정도 (2013년 대비 0.2%)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급 수의 측면에서도 2013년 25만 여 개의 학급이던 것이 2015년에는 25만 2천 개로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4) 교육재정 지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이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임을 고려했을 때 학생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진행되고 있는 교원 수와 학급 수의 증가는 학생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재정 감축의 여지가 현실적으로 그다지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사1인당 학생 수와 학급 당 학생 수를 OECD 자료와 비교한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유초중등 교육이 여전히 국제기준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 현재 OECD 평균 교사1인당 학생 수가 초등학교 15.2명, 중학교 13.4명, 고등학교 13.3명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각각 17.3명, 17.5명, 15.1명으로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열악한 교육여건을 고려했을 때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가 여전히 필요함을 알 수 있다. 5) 결론적으로 학생 수의 감소를 교육재정 긴축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장기적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해법은 있는가?

누리과정과 무상보육의 전면도입 후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힘겨루기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첫째 누리과정이 큰 틀에서 무상보육 정책의 일환임을 고려하여 관련 예산을 중앙정부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지금과 같이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의무지출항목으로 유지하는 경우라면, 지방교육재정 총량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어느 방안이든 누리과정의 안정적 시행에 필요한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의 구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 보건복지부. (2015). 2015년 보육사업안내.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7857
3) 교육부 보도자료.(2016년 1월 11일). 2016년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 결과 발표. http://www.moe.go.kr/web/100026/ko/board/view.do?bbsId=294&pageSize=10&currentPage=2&encodeYn=Y&boardSeq=61929&mode=view
4)  2015 교육통계 연보
5) OECD. (2015). Education at a glance. http://www.edpolicy.net/EpnicForum/Epnic/EpnicForum02Viw.php?PageNum=1&S_Key=&S_Menu=&Ac_Code=D0010203&Ac_Num0=18976 에서 재인용

월간 <복지동향> 2016년 4월호(제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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