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3-01   2254

[복지칼럼] 약자와의 동행을 이야기하며 지원주택을 폐지하는 서울시의 퇴행적 복지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2023년 11월 서울시의회 제321회 정례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노인지원주택을 곧장 폐지하고, 노숙인에 대한 지원주택은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등 지원주택 사업을 폐지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시의원은 지원주택이 비효율적이고 기존의 시설 생활과 다를 것이 없다며 즉각적인 사업의 폐지를 요구하였다.

지원주택이라는 말이 좀 낯설 수 있다. 지원주택은 공공임대주택 혹은 사회주택을 개별화된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서비스가 결합된 방식이고 얼마 전부터 주거복지의 유망한 수단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주택과 서비스 두 가지의 결합이 지속적인 사례관리에 기반하므로 사회복지실천에서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원주택은 주거복지의 수단인만큼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삼지만 동시에 사회복지실천의 클라이언트로서 ‘심리사회적 기능수행에서의 지원 필요성’을 가진 사람들이 표적 대상이된다.

“신규 노숙인의 증가는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의 부족 문제이고 만성 노숙인의 증가는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의 부족 문제이다”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노숙인 문제의 규모를 나타내는 미국에서 그간 노숙인 문제에 대한 대응 경험을 통해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논의할 때 쓰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의 주거 취약성만이 문제라면 즉, 경제적 문제로 인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 자체가 문제라면 공공임대주택 제공, 주거비 보조 등으로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주거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거의 취약성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 문제, 돌봄과 지원의 필요성 등 다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거지원 자체만으로는 지역사회에서의 주거 생활이 어렵다. 이런 경우를 위한 사회적 대책 중 하나가 지원주택이다. 지원주택은 주거 공간의 확보만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이 계속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정신건강에 취약성을 가진 노숙인, 돌봄 지원이 필요한 어르신, 혼자 힘만으로는 자립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등이 대상이 된다. 지원주택은 서비스의 지원 정도에 따라 supported housing과 supportive housing으로 구별하는 등 양상이 획일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거주시설이 아니라 임대계약을 맺은 주택에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에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데 지장을 주는 제약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점이 지원주택의 공통된 본질적 특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초기 발달과정부터 거주시설 혹은 생활시설에 입소시켜 보호하는 방식에 매우 크게 의존한다. 일제 침탈 시기 이후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피해자들을 집합적으로 수용 보호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우리나라는 입소 혹은 입원의 과도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입원·입소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굳이 장기간의 입원·입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회적 여건 때문에 입원·입소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물론 거주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 입원·입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장기 입원·입소가 증가하는 현상은 적절치 않다. 이는 사회적 입원·입소의 축소, 탈시설이라는 말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복지 현실이다. 규범적으로나 혹은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도 장기 입원·입소보다는 지역사회에서의 지속적인 거주가 바람직하다. 

탈시설은 장기 입원·입소 없이도 지역사회 내에서 거주하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가능해진다.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를 보강하고 체계화하려는 여러 노력, 지역사회통합돌봄, 장기요양보험에서의 재가서비스 확충 등의 정책도 이와 관련된다. 노인복지에서 AIP, 장애인복지에서 탈시설 계획 등의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지원주택이 부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원주택은 주거가 취약하고(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갖추고 있고) 또한 일상생활을 위해 돌봄 등 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제공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론적 논의를 거쳐 공동모금회 등 민간 시범사업이 여러 번 이루어졌고, 전국에서 서울시가 가장 먼저 공공 프로그램으로 도입하여 시작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되거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지원주택이 거주시설의 변용, 거주시설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는 ‘좋은 거주시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탈시설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시설에 거주하는 분들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거치는 단계라기보다도 꼭 시설에서 거주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예방적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 지원주택의 활성화는 사회적 입원·입소를 줄이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과거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와 관련한 정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회복지 분야에서 거주시설 의존도가 높았던 상황에서는 지원주택이 운영되기 어려웠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한때 서울시는 주거복지와 관련한 선도적 정책과 사업을 잘 개발해서 전국적으로 혁신적 화두를 제시해왔다. 현재도 혁신적 복지를 천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원주택을 오히려 폐지하려는 등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 정책과 관련된 몇몇 부분에서도 서울시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에서 혁신적인 움직임은 단지 이공학적 기술을 결합하는 것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를 이상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떠한 점들이 뒤처지고 구태의연한지 통찰이 필요하다. 사회적 입원·입소의 각성이 그러한 부분이고 이에 대한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의 지원주택 폐지 논의가 안타깝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3월호(제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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