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6-01   3405

[동향1] 연금개혁 공론와 결과와 의미 – 공적보장강화, 세대연대, 사회전체적 노력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장

들어가는 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보장성강화론과 재정안정론의 두 입장이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지난 2년간 보장성강화론과 재정안정론의 두 입장에 입각한 개혁방안을 둘러싼 논의를 거쳐 시민들에게 두 입장 중 어느 입장에 입각한 연금개혁이 적절한가를 숙의민주주의의 방법을 통해 물어보는 공론화를 진행하였다. 공론화라는 방법은 이미 신고리원전 문제와 대입제도 개선, 선거제도 개선 등에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연금개혁에 공론화를 적용한 것은 아마 우리나라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점에서 연금개혁 공론화는 세계 연금개혁 역사에서도 최초의 시도이자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갖는 연금개혁 공론화에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하였는데 이들은 지난 3월 22일에 구성되어1) 한 달 동안 학습과 숙의토론 등을 진행했고 4월 21일에 연금개혁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최종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민대표단은 그것이 구성된 후 3번에 걸쳐 동일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받았는데 1차 설문조사는 시민대표단이 구성된 직후인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되었고 2차 설문조사는 공론화위원회가 제공한 문헌과 동영상 등을 통한 자가 학습을 진행한 후인 4월 13일에 실시되었으며 3차 설문조사는 KBS에 의해 생중계까지 된 네 차례의 숙의토론회를 모두 마친 4월 21일에 실시되었다. 이 3번의 설문조사 중 1차 조사는 연금개혁에 관한 학습과 숙의가 진행되기 전에 실시된 것이며 2차 조사는 개별적인 학습이 진행된 후에 실시된 것이고 3차 조사는 학습과 숙의 토론이 모두 진행된 후에 실시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공론화에서는 설문조사가 차수를 거듭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며 시민들의 최종결론으로는 3차 조사의 결과가 인용된다. 이런 점에서 공론화를 모두 진행한 후에 실시한 3차 설문조사의 결과는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봐야 한다. 즉, 특정 쟁점에 관한 단순 여론조사는 그 쟁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입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균형 있게 주어지지 않고 또 그런 정보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표명된 의견을 집계하는 것이라면, 공론화는 쟁점을 둘러싼 상반된 입장에 관해 충분한 정보가 균형 있게 제공되고 또 이들 정보에 대한 학습과 숙의가 충분히 진행된 후에 표명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단순 여론조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결론이다. 

시민대표단이 받은 설문조사의 개략적인 내용은 <표 1-1>과 같은데 이 설문조사를 위해서는 질문 문항을 미리 만들어야 했고 이 과정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국회 연금특위가 설문조사를 통해 질문해야 할 주제 혹은 의제를 정했는데 국회 연금특위가 처음 정해준 의제는 7가지였다. 그리고 이 7가지 의제를 시민대표단이 답할 수 있는 질문 형태로 만들기 위해 국회 연금특위는 이해관계자 공청회를 진행하는 한편 공론위원회 산하에 ‘전문가자문단’을 구성하여 이 전문가자문단으로 하여금 보장성강화와 재정안정의 두 입장이 반영되게 질문 초안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이 질문 초안을 시민대표단에 물어볼 실제 질문으로 만들기 위해 ‘의제숙의단’이라는 기구를 하나 더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전문가자문단이 만든 질문 초안을 검토하게 했다.2) 의제숙의단은 3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하여 전문가자문단의 질문 초안을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 연금특위가 당초 정해준 7가지 의제 중 한 가지 의제를 제외했다.3) 즉 국회 연금특위는 7가지 의제에 걸쳐서 시민대표단에게 의견을 묻을 수 있도록 질문 문항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었고 전문가자문단 역시 국회가 정해준 7가지 의제 모두에 대해 질문 초안을 만들었는데, 의제숙의단은 이 중 1가지 의제를 제외하고 6가지 의제만 설문에 포함하기로 했고 6가지 의제의 질문내용도 일부는 수정하였다. 질문 문항의 최종확정은 공론화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의제숙의단이 제외한 1가지 의제가 부가 질문으로 포함되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공론화에서 학습과 숙의를 거친 의제는 6가지로 매우 다양하며 각 의제에 포함된 연금개혁 대안도 다양했다. 따라서 시민대표단이 공론화를 거쳐 내린 결정도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흔히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의제 1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하는데 물론 연금개혁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모수개혁 의제이고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개혁 논의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공론화에서 다루어진 의제와 그것을 통해 내려진 결정의 내용은 훨씬 풍부한 것이다. 이 풍부한 내용을 집약하여 종합적으로 말한다면, 공적보장 강화를 위해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 전(全)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시민대표단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즉,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는 공적보장 강화, 세대연대, 전 사회적 노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집약할 수 있다. 이제 아래 본문에서는 공론화 결과를 이 세 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연금개혁 공론화의 결과

1) 공적 노후소득보장 강화

공론화 결과의 첫째 키워드인 ‘공적 노후소득보장 강화’는 모수개혁을 대표하는 의제 1에서 보장성 강화안이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입증되었다. 즉, 공론화 과정에서 실시한 마지막 설문조사인 3차 설문조사의 결과,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56.0%,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42.6%로 나온 것이다.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13.4%포인트의 격차만큼 더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인데 이는 오차범위를 넘어선다.4)

더욱이 설문조사를 거듭할수록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1차 설문조사 때는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36.9%,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44.8%로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가 7.9%포인트 더 높았으나 연금개혁에 대한 개별학습이 진행된 후에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보장성강화안 지지 50.8%, 재정안정화안 지지 38.8%로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12.0%포인트로 앞서면서 역전되었고 숙의 토론이 진행된 후 실시된 최종 조사에서 56.0% 대 42.6%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즉, 연금개혁에 관한 정보가 균형 있게 제공되고 연금개혁에 대한 학습과 토의가 진행될수록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 것이다. 

또한, 구조개혁의 중요한 주제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의제 4)에서도 설문조사 차수를 거듭할수록 기초연금의 현행 수급 범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급여 수준 강화에 노력한다는 현행유지안을 더 높게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행유지안에 대한 지지가 1차 조사에서는 44.9%, 2차 조사에서는 47.1%로 올라갔고 3차 조사에서는 52.3%로 올라갔다. 의제 1과 의제 4의 공론화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국민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모두를 공적연금의 틀 내에서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손을 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의제 1과 의제 4의 공론화 결과는 정보비대칭성이 극복될 경우 연금개혁에 대한 시민의 선택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연금개혁 관련하여 ‘기금소진론’과 ‘기금소진=연금미수령론’이라는 ‘기금소진가스라이팅’과 ‘보험료 폭탄 가스라이팅’ 및 ‘미래세대부담 가스라이팅’이 난무하였다. 나아가 학계에서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누적적자를 내세운 ‘부채·적자 가스라이팅’도 난무하였다. 이러한 기금소진 가스라이팅과 보험료폭탄 가스라이팅, 미래세대부담 가스라이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선 것은 바로 일부 언론과 이들 언론에 자주 등장한 일부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하나의 참고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야 할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결과를 마치 그것으로 미래가 확정된 양 기정사실화하고, 나아가 OECD나 EU의 공적연금 관련 문헌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부과방식비용률을 마치 보편적 지표인 양 취급하여 미래세대 보험료가 35%라는 등 기금소진 가스라이팅과 보험료 폭탄 가스라이팅을 자행해왔다. 더 나아가 지극히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지표인 누적적자를 들먹이며 미래에 마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쌓일 것처럼 주장하여 공포감을 조장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복지부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IMF의 지침에 따라 국민연금에 대해서 미적립부채 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바 있는데, 미적립부채와 유사한 누적적자 개념을 공론화 과정에서 사용한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러한 미적립부채 가스라이팅과 누적적자 가스라이팅이 난무하고 여기에 복지부까지 합세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공론화 결과에 대한 국회 연금개혁특위 보고 과정에서 복지부(2024)가 제출한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는 학계에서 합의된 바도 없고 정식으로 논의된 바도 없는 누적적자 개념을 공적연금의 주무 부처가 아무런 사전 토의나 검증도 없이 수록한 것으로서 대단히 잘못되었다.

시민대표단에 참여한 500명의 시민도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주로 이러한 기금소진 가스라이팅과 보험료 폭탄 가스라이팅 그리고 부채 및 적자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연금개혁에 대한 정보가 균형 있게 주어지자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게 되었는데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이다.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는 시민대표단 참여 시민이 연금개혁에 대한 균형 있는 정보를 담은 학습자료를 통해 개별학습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를 앞섰으며 4차례에 걸쳐 진행한 숙의 토론을 거친 후에는 더 큰 격차로 앞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의 균형이 회복될 경우, 시민들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명백한 증거이다. 더욱이 이러한 결정은 시민대표단이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각자 나름대로 숙의하여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나온 결정이다. 1차 조사에서 보장성강화안을 선택한 응답자의 63.0%는 3차 조사에서도 보장성강화안을 택했으나 36.5%는 재정안정화안으로 입장을 바꾸었으며, 1차 조사에서 재정안정화안을 택한 응답자의 45.7%는 3차 조사에서도 재정안정화안을 택했으나 53.4%는 보장성강화안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상당수의 시민대표단이 정보를 숙의하여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민대표단 500명 중 처음부터 보장성 강화 찬성자가 많도록 구성 자체가 편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선정하기 위해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조사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이 기초조사에서 보장성강화 찬성이 49.0%, 재정안정화 찬성이 34.3%, 잘 모르겠다가 16.6%로 나온 것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하지만 기초조사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선정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조사로써, 성·연령·지역별로 무작위 추출한 1만 명이 그 대상이었다(앞의 각주 1번 참조). 그리고 이 1만 명의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은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율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연금개혁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물어본 것이다.5) 기초조사에서 물어본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에 수치가 들어가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기초조사는 2월 14일부터 실시되었지만 시민대표단에게 물어볼 설문이 완료된 것은 시민대표단 구성이 완료된 3월 22일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사안에 대한 평소 생각을 기초조사로 파악하고 그렇게 기초조사로 파악된 여론 지형을 반영하여 시민대표단을 구성하는 것은 공론화의 일반적인 방법이다(공론화위원회, 2024).6)

기초조사에서 파악한 연금개혁에 대한 응답 분포에 따라 시민대표단을 구성했다고 해서 이를 편향된 구성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기초조사는 단순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시민대표단이 최종설문을 통해 내리는 숙의된 결정과 차이가 있음을 간과한 비판이다. 즉 단순 여론조사와 숙의조사를 구분치 못한 비판이자 숙의민주주의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비판인 것이다. 실제로 기초조사에서 보장성강화를 택한 사람 중 상당수가 1차 조사에서 재정안정화안을 택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고 이 지형은 3차의 마지막 설문조사까지 가면서 또다시 변화하였다. 단순 여론조사로 파악한 여론 지형과 숙의 조사로 파악한 숙의 지형은 명확히 다르다. 

2)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의 근거가 차고 넘친다

둘째 키워드인 ‘세대연대’ 역시 이번 공론화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일각에서는 세대 갈등을 이야기했으나 세대 갈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세대 갈등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기대 혹은 예상한 20대(1995~2006년생)가 보장성강화안을 더 많이 지지(53.2% 대 44.9%)한 것으로 나타났고, 60대 이상은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가 미세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보장성강화안 지지와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48.4% 대 49.4%)). 40대(1975~1984년생, 66.5% 대 31.4%)와 50대(1965~1974년생, 66.6% 대 33.4%)에서는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고, 30대(1985~1994년생, 48.6% 대 47.0%)에서 재정안정론 지지가 약간 더 높은 편이나 차이가 2.8%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에 있다.

연령대별 차이와 함께 좀 더 주목해야 할 사안은 연령대별 성별 차이이다. 성별을 전체로 보면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높다. 다만, 남성(59.4% 대 38.3%(격차 21.1%p))이 여성(52.6% 대 47.0%(격차 5.6%p))보다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서구의 경우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가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온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좀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연령대별로 구분하여 보면, 20대 남성은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39.3% 대 57.2% (격차 17.9%p) 반면 20대 여성은 보장성강화안에 대한 지지가 훨씬 더 높은 것(69.0% 대 31.0%(격차 38.0%p))으로 나타났다. 결국 20대 전체적으로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높은 것은 20대 여성의 보장성강화안 지지에 의해 견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0대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가 약간 더 높고, 40대와 50대, 60대 이상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소득보장 지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40대 이상은 남성의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더 높고 30대는 성별에 크게 관계없이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미세하게 더 높으며(혹은 보장성강화안과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20대는 여성의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각 연령대별로 성별에 따른 차이가 다소 있지만 이는 각 코호트의 경험을 반영한 것일 수 있으며 이를 세대 간 갈등으로 해석하거나 몰아갈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번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은 세대 간 연대의 제고(의제 6)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높은 찬성을 보였다.7) 국민연금 기금을 청년주택, 공공어린이집 및 노인시설에 투자한다는 연기금 사회투자에 57.5%가 찬성했으며, 미래 세대의 지급보증을 위한 국민연금 지급 의무 명시에 대해 가장 높은 92.1%의 지지를 보였고, 사전적 국고 투입을 통한 미래 세대의 과도한 부담 완화에 80.5%, 기금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 거버넌스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에 91.6%라는 높은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세대 간 연대를 위해 가입자들에게서 걷는 보험료만이 아니라 사전적 국고 투입과 기금수익률 제고, 가입 기반의 확대를 위한 기금사회투자 등 다양한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3) 사회전체적 노력의 필요성에 강한 공감 표명

이번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은 개별적인 특성에 크게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보장성강화안을 고르게 지지하였다. 지역별로 부산·울산·경남(39.5% 대 59.3%(격차 19.8%p))과 서울(44.4% 대 52.3%(격차 7.9%p))이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높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우세하다. 종사상지위 및 고용 형태에서 일용직·특고(41.1% 대 55.7%(격차 14.6%p))에서 재정안정화안 지지가 우세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우세하다. 또한, 주관적 계층 인식에서 상층인 경우 및 이념 성향에서 보수인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거의 모든 범주에서 보장성강화안 지지가 우세하다. 이는 결국, 응답자 특성별로 몇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다소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세대나 성별, 지역, 이념 성향, 종사상 지위 내지 고용 형태,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에 크게 관계없이 비교적 고르게 보장성강화안을 지지하고 있어 사회전체적 노력을 모아낼 근거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실제로 시민대표단은 모든 사람이 국민연금의 테두리 내에 들어오게 할 사각지대 해소에 매우 높은 지지를 보였다. 즉, 출산크레딧 확대(82.6%) 및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에 높은 비율로 찬성하였으며(이 둘은 차수를 거듭할수록 찬성률이 상승했다), 크레딧 재원 전액 국고 전환 및 사전 지원에도 매우 높은 비율(88.0%)로 찬성했다. 다만, 실업크레딧 강화(20.1%), 직업훈련 및 교육크레딧 도입(10.1%), 돌봄크레딧 도입(23.4%)은 찬성률이 낮고 차수를 거듭할수록 찬성률이 낮아져 앞의 출산크레딧이나 군복무 크레딧에 대한 응답과는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플랫폼, 원청기업 등에 대한 사용자책임 강화(91.7%)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 완화(87.3%)에는 매우 높은 비율로 찬성하였는데 이는 시민대표단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에 강한 공감과 연대 의식을 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의무가입상한연령 상향과 수급개시연령 현행 유지(의제 2)에 높은 지지(80.4%)를 보인 것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강하게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직역연금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 기구 구성에 상당 정도 동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기타 주목할 결과들

부가 질문으로 기금소진을 연기해야 할 희망 시점을 질문했는데 연기 희망 시점으로는 2070년대가 30.0%로 가장 높았다. 이는 보장성강화 또는 재정안정화 지지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응답자 특성에 관계 없이 준공적연금화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46.4%). 이는 우리 국민이 퇴직연금을 대상으로 한 구조개혁에서도 공영화의 틀 내에서 구조개혁이 이루어지기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연금개혁 성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금개혁에 공론화를 적용한 것은 세계 연금개혁 역사에서 아마 우리나라가 최초이며 유일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 공론화 결과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연금개혁 과정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한다.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이 보인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은 본조사와 부가 조사 모두 일관되게 공적 노후소득보장 강화가 우선이었으며, 그것을 전제로 재정안정화안에 대한 지지도 적지 않았다. 이는 공적연금의 본질인 노후소득보장에 우선 충실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가적으로 재정안정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적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세대연대에 기초한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강한 지지를 보낸 것이며 이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는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고 심지어 폄훼하기까지 하고 있는데 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언론은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을 얻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공론화 3차 설문조사에서는 ‘숙의 과정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는가’를 질문하였는데 그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분임 토의’가 도움이 되었다는 답이 96.0%로 가장 많았고, 공론화위원회가 제공한 ‘학습자료’ 94.1%, ‘전문가 발표’ 92.9%, ‘전문가 질의응답’ 88.7%, ‘지인과의 대화 및 의견교환’이 73.1%로 나타났다. 그런데 ‘언론보도’가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55.0%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는 응답이 다른 항목은 대체로 5% 미만이고 ‘지인과의 대화 및 의견교환’이 도움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11.4%로 꽤 높게 나왔는데, ‘언론보도’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무려 27.1%나 되어 언론이 숙의 과정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지목되었다. 시민대표단의 이런 응답은 지인과 소통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언론보도 보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니 사실상 연금개혁에서 언론의 신뢰도는 최하위라 할 것이다. 언론의 맹성(猛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은 숙의 과정에 매우 자발적이면서도 의미 있게 참여하였다. 이는 숙의 과정에 분임토의가 가장 도움 됐다는 설문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전문가들의 발표나 질의응답보다 자율적으로 행한 토론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다. 또한 공론화에 참여하면서 연금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는 답이 98.6%(20대와 30대는 100%)에 달하고 다시 기회가 된다면 시민대표단에 참여하겠다는 답도 96.0%에 달했는데 이는 시민대표단 참여자들이 공론화의 효과와 과정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한, 시민대표단의 91.5%는 타인의 선택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것을 신뢰한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는 시민대표단 참여자들이 숙의 과정 및 그에 참여한 동료 시민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와 존중의 태도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응답 가운데 연금개혁과 관련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답은 69.1%로 다른 응답에 비해 매우 낮게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대표단은 숙의 과정에 신뢰성과 존중을 표명하고 있지만 그런 숙의결과를 가지고 연금개혁에 관한 타협을 해야 할 국회에 대해서는 그리 신뢰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최근 국회는 연금개혁에 관한 협상을 한다고 하면서 공론화 과정에 제시되지도 않은 소득대체율 43%니 44%니 45%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이다. 국회가 공론화를 추진했지만, 공론화 과정의 핵심 참여자인 시민대표단이 국회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하였다는 사실을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 연금개혁을 이루는 것임을 인식하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한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미주 |

1)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를 위해 국회연금개혁특위는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2024.1.31.)하여 공론화 과정을 총괄 지휘하게 하였고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진행의 도움을 얻기 위해 전문가자문단을 구성했으며 공론화의 실제 진행은 한국리서치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 용역사업으로 맡겼다(이 컨소시엄에 KBS가 협력업체로 참여하여 숙의토론회를 생중계하였다).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은 시민대표단을 선정하기 위해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무작위추출한 1만 명에 대해 2월 14일부터 3월 21일까지 기초조사를 먼저 실시했는데 이 기초조사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도 질문하였다. 그리고 이 기초조사의 대상이 된 1만 명 중에서 공론화에 실제로 참여할 500명을 성·연령·지역·연금개혁입장에서 1만 명의 분포와 동일하게끔 추출하여 3월 22일에 시민대표단을 최종 선정·구성하였다(실제로는 중도탈락을 감안하여 550명을 선정했으며 마지막까지 참여한 인원은 492명이다). 기초조사 대상이 된 1만 명이 우리나라 성인인구에서 무작위추출된 1만 명이고 시민대표단은 이 1만 명과 성·연령·지역·연금개혁입장이 동일한 분포를 보이도록 추출된 500명이므로 결국 시민대표단은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성별·연령별·지역별·연금개혁입장별 분포를 축약적으로 대표하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공론화위원회, 2024).

2)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와 관련된 기구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국회연금특위가 있고 이 특위 산하에 공론화위원회가 있으며 또 이 공론화위원회 산하에 전문가자문단이 있다. 그리고 공론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민대표단이 있는데 이 시민대표단에게 실시할 설문조사의 질문문항을 검토하기 위해 구성한 의제숙의단이 있다. 의제숙의단은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수급자의 5개 그룹의 대표들로 구성되었는데 수급자 대표만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8명의 대표로 구성되어 모두 36명이었다.

3) 의제숙의단의 워크숍 과정에서 전문가자문단에 참여한 보장성강화 및 재정안정론 입장의 전문가들이 각 의제별로 각자의 입장에서 만든 질문초안에 대해 왜 그렇게 질문을 만들었는지 등을 설명하는 발제를 하고 의제숙의단 참석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전문가자문단은 발제와 질의응답 외에는 의제숙의단의 논의에 참여할 수 없었고 의제숙의단의 논의는 철저하게 그들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다(의제숙의단의 구성과 논의과정에 대해서는 갈등해결&평화센터, 2024 참조).

4) 공론화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2%이다(한국리서치, 2024: 3).

5) 기초조사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평소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물어본 질문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서는 크게 재정안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재정안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은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을 감안하여 개혁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 방향을 결정하자는 입장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응답범주는 다음과 같다: ① 재정안정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혁, ②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 ③ 잘 모르겠다(응답범주 중 ①과 ②번은 순서를 바꿔가며 읽어주게 되어 있다)(공론화위원회, 2024). 

6) 예컨대 신고리원전 공론화에서도 시민대표단을 선정하기 위한 기초조사에서 신고리원전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고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의 비율을 반영하여 시민대표단을 구성했다(공론화위원회, 2024).

7) 이와 관련하여 국회는 의제 6을 당초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의제를 제시했지만, 의제숙의단에서는 대부분의 찬성으로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용어를 ‘세대 간 연대’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회 연금특위는 이런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 참고 문헌 |

갈등해결&평화센터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의제숙의단 워크숍 결과보고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보고서(2-3), 4월. 

공론화위원회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보고』,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보고서 1-3, 4월 30일. 

보건복지부 (2024),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 국회연금개혁특위 보고자료, 4월 30일. 

통계청 (2024), 사회조사, 2005년, 2023년, KOSIS. 

한국리서치 (2024),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 결과 보고』,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보고서(3-3), 4월 25일.

월간 <복지동향> 2024년 6월호(제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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