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4-09-30   7764

[논평] 참사 예방·대응 실패 책임 이임재 전 용산서장 유죄판결, 당연한 결과

    오늘(9/30)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11부(재판장 배성중 부장판사)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법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금고 2년, 박인혁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 상황3팀장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참사 당일 이임재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한 시각과 관련하여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용원 전 용산경찰서 생활안전과 서무,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앞두고 참사 발생과 관련한 일선 경찰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참사의 책임을 묻는 당연한 결과이다.

    이임재 전 서장 등은 2023. 1. 26.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17번에 걸쳐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임재 전 서장에게 징역 7년, 송병주 전 상황실장에게 금고 5년, 박인혁 전 112 상황팀장에게 금고 2년 6월, 최용원 전 서무에게 징역 1년 6월,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이임재 서장 등은 2022. 10. 29.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다중 인파가 운집되어 압사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하여는 인파관리 등의 대책을 수립하거나 검토할 의무가 없으며, 당일 대통령실 인근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있어 제한된 경찰력이 대응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경찰은 당일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참사 발생 이후에도 집회 대응을 마치고 이태원 일대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받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한 직후에는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해 왔다. 인파에 속해있던 몇 사람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참사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는 주장까지 하여, 재판을 지켜보는 유가족들을 분노케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검찰은 코로나 이전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가 밀집하여 경찰이 매해 인파관리, 교통통제를 하였던 전례가 있었던 점, 핼러윈데이에 앞서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원이 모인 세계지구촌축제가 열렸고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인파운집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검찰은 피고인들이 인파운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였어야 함에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왔다. 압사를 우려하는 신고가 접수되고 난 후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경찰 내부 무전이 계속되고 있는 중임에도 뒤늦게 참사 발생 상황을 인지하였다는 주장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해왔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10.29 이태원참사 발생과 관련하여 경찰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서울청에서 경비기동대를 지원받지 못했다’, ‘주최자가 없는 축제였다’, ‘참사발생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의 본분을 외면하는 주장이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고, 이러한 안일한 태도가 참사의 원인이 되었음이 분명히 밝혀졌다. 피고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비록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통해 참사의 진상과 책임 규명에 한발짝 나아갔다는 데에서 의미가 작지 않지만, 보다 엄정한 판결을 바랬던 유가족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아쉬움이 남는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다. 이번 판결은 10.29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묻는 또 다른 시작이다.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들을 통해 법정에서 묻지 못한 책임까지도 모두 밝혀낼 수 있도록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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