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들어가며1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커다란 인류업적 중의 하나이며, 장수는 축복이어야 한다. 노인들은 더 나은 건강상태로 보다 완벽하게 실현된 복지와 함께 노년을 맞이할 것을 기대했으며, 은퇴 이후에도 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어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사회발전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각종 국제규범과 선진 복지국가들에서 제도화가 진행됐으며 노인들의 필요에 따른 돌봄과 지원도 확장되어 왔다. 늙어간다는 것이 하나의 성취로 받아들여질 때, 고령층이 가지고 있는 기술·경험자원에 대한 의존은 성숙하고 완전히 통합된 인간적인 사회로 성장해 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자산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될 것이다. 노인들의 잠재력은 미래 발전을 위한 강력한 기초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민낯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본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과 제도는 대체로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아무리 길어도 60세를 전후로 정년을 맞이하여 은퇴하고, 그 이후는 공무원과 교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년간의 소득 공백 기간을 거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기준중위소득의 50%인 상대빈곤선(이하 ‘상대빈곤선’)에 훨씬 못 미치는 공적연금의 보조를 받기 시작하며 나머지 경제적 문제는 각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인은 OECD 국가 중 최악의 노후 빈곤에 처하여 있다. 특히, 노인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기간 중의 남녀격차와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로 그 빈곤의 수준은 남성보다 훨씬 심각하다.

인구고령화와 평균수명의 연장은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 수준의 장수 국가 반열에 진입하는 동시에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는 결과, 노인 빈곤과 노인 건강이라는 전통적인 노인 이슈뿐 아니라 75세 이전의 이른바 ‘전기 노인’ 세대 중 건강한 노인 계층의 노동권 보장 이슈와 노인 계층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각종 제도와 관행의 결과물인 중첩적·누적적 간접차별의 결과에 기인한 불평등의 문제 등이 주요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어 온 지 오래되었다. 그동안 ‘노인 이슈’를 방치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보장 제도와 고용제도의 일부 보완에 머물렀을 뿐, 질적·양적인 양 측면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한 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가구 구성은 급속도로 변화되어 2050년 노인 1인 가구가 대표가구화된다. 2050년이 되면 후기 노인의 단독가구가 대표가구화되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23년 549만 1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1%에 이른다. 그중 노인 1인 가구가 36.3%로 가장 높은 구성비를 보이고, 노인부부 가구가 35.3%, 노인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9.2%, 노인 한부모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가 5.5%의 순으로 확인된다. 고령자 가구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39년에 1,000만 가구를 넘고,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49.8%가 고령자 가구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2023년 1,993,000가구에서 2050년 4,671,000가구로 134% 증가하고, 전체 가구의 20%가 노인 1인 가구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표 1> 참조).

가족 부양, 특히 자녀에 의한 노인부양은 사실상 소멸과정에 있으며, 일상생활능력이 어려운 노인의 경우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에 따른 재가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한 노인장기요양시설이나 노인요양병원 등 시설입소로 대체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13.2% 정도의 노인을 제외한 나머지 노인들은 의료기관(병원, 요양병원 등 포함)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생애를 마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21년 83.6년으로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수명 80.5년보다 약 3년 이상 높다. 65세 기준 기대여명은 21.6년으로 2021년 65세의 노인은 86.6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건강수명은 2020년 73.1년으로 연장되어 질병 없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기간 또한 증가했다. 그러나 기대여명과 건강수명의 차이인 13년 동안은 질병을 지닌 채 생존하므로 유병 기간 중의 건강서비스 접근성과 질이 노년기 삶의 존엄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균수명의 비약적인 연장에도 불구하고 사망 시까지 독자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유병·장애 기간은 줄지 않으며, 이 기간 중의 돌봄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자신의 주거에서 존엄하게 나이 들어가다가 짧은 재가 돌봄을 거쳐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AIP 기반 아래의 존엄한 삶의 원초적 욕구는 광범위한 공적 돌봄의 사각지대로 인하여 대부분 노인에게 실현될 수 없는 꿈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노인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별반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노령기의 삶은 고단하며 불안하다. 현재와 같은 기조의 고령사회 정책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10조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제11조에서 평등권과 차별금지를, 제34조에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의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실정법은 헌법과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 법률과 제도는 사회보장과 고용 등 법제 전반에 1차로 ‘자기 책임의 원칙’을 명시하고, ‘국가는 보충적으로 지원한다.’라는 것이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작동하여 노인 세대를 짓누르고 있으며, 그 결과 법과 제도 전반에 노인 인권 우선의 원칙보다는 강력한 재정 연계적·선별적·잔여적 사회보장과 고용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가 노인 세대에게 누적적 불평등과 차별을 야기하며 전반적인 노인 인권의 결핍을 초래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기왕의 법제들과 별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노인 인권의 관점에서 사회보장과 고용, 보건의료를 포함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제 분야의 각종 법률과 정책 수립에 있어서 노년기 삶의 특성을 감안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의 기본원칙을 정립하여 노년기의 고유한 특성이 노인에 대한 교차적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노년기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하여 주요 인권의 경우 이를 명문화하여 일상생활에 있어서 연령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노인 인권을 실효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기조를 정립해 구속력 있게 시행하여 장차 도래하는 초고령사회를 준비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책무와 인권의 보호와 증진, 인권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포괄적인 상위법의 성격을 가진 법률, 헌법과 국제인권법의 중요한 목적인 인권보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본법 형식의 보편적인 인권법 내지는 평등법이 없다(우기택, 2016)는 점에서 노인 인권을 다룰 인권법제의 도입 필요성은 더욱 필요하다.
그러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당연한 결과로 UN 등 국제사회에서 권고하고 있는 인권 우선을 원칙으로 하는 노인 인권에 관한 제반 원칙과 규범들을 사회보장 입법과 고용 관련 입법에 전반적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하여 노인 세대를 둘러싼 제반 법률과 제도를 노인 인권 친화적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노인 관련 법률과 제도 및 정책을 수정하여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사회의 세대 간, 계층 간의 형평성 제고와 이를 통한 지속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인 세대에 대한 고용, 건강·돌봄, 공적 노후소득보장, 주거, 안전, 사회참여 등을 노인의 관점에서 노인 인권 관련 분야의 제도 및 정책의 전체상을 제시하고 이를 종합화·체계화하여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하여는 다른 법률과 제도·정책 수립에 있어서 구속력을 갖는 ‘기본법’ 형식의 노인인권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노인인권기본법에 반영되어야 할 내용과 체계
우리나라 헌법과 국제인권 규범들은 공통으로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는 보편적이며, 분리될 수 없고, 상호의존적이며 상호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있으며, 연령을 포함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금지와 철폐를 국가와 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UN의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및 여성차별철폐협약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 고령화를 정면으로 다룬 1991년 UN의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과 노인 인권 관련 국제인권 담론에서 중심이 되는 국제규범인 2002년 ‘마드리드 국제고령화행동계획(MIPAA)에 이은 노인 인권 증진 및 보호와 관련된 국제법상의 규범적 기준과 의무를 선언하는 UN의 보고서와 각종 권고는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각국의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노인인권기본법에는 국가의 노인 인권과 관련한 각종 입법 및 정책 수립에 있어서 기본이념 내지 기본원칙이 되어야 하는 항목들이 명문화될 필요가 있다.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과 2002년 ‘마드리드 국제고령화행동계획(MIPAA)을 포함하여 최근의 UN 각종 보고서를 통하여 노인 인권 협약에 포함될 사항들을 반영하여 기본원칙을 정리하면 대체로 존엄성, 독립성·자주성, 돌봄 받을 권리와 건강권, 참여권과 자아실현의 권리 4개의 범주별로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존엄성 영역에서는 연령차별 및 비인도적 처우 금지와 성평등,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수준의 생존권과 사회보장의 권리, 감염병 위기·응급의료 관련 공공 보건의료체계 강화, 자살방지 등의 항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독립성·자주성 영역에서는 안전한 주거 및 쾌적한 환경 향유권, 의료 및 돌봄에 관한 자기결정권, 노동권, 이동의 자유와 접근의 용이성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돌봄 받을 권리와 건강권 영역에서는 돌봄 및 요양을 받을 권리와 건강유지·증진과 공공돌봄의 확대가 필요하다. 참여권과 자아실현의 권리 영역에서는 자아실현과 교육받을 권리, 문화향유권, 사회에서의 노인의 참여권과 역할보장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기본원칙하에 노인의 권리를 명문화하는 4대 영역별 주요 인권에 관한 권리보장 조항들을 명문화하여 구체적인 입법 및 정책방침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행체계 등 조직법 체계와 기본법으로서의 구속력 조항을 규정하여 그 규범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20여 개의 주요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추진연대’가 발표한 법안 시안자료들에 반영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u1n39t1zHQrsb6sWtBwuGrlmWtmtRrYuZ8lIjpyG8rk/edit?usp=sharing
기본법안은 총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총칙으로 목적과 정의 규정 및 기본원칙 조항을 둬서 앞서 본 기본원칙 사항들을 명문화하고 있다.
제2장은 ‘노인의 권리보장’을 제목으로 하여 기본원칙 4대 영역별로 11개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존엄성 영역에는 노인의 존엄성과 차별금지, 생존권과 사회보장, 연령차별 및 혐오 표현의 금지와 예방의 3개 조항을, 독립성과 자주권 영역에는 독립성과 자주성 일반 조항과 노동권, 환자의 자주권, 주거권과 쾌적한 환경에 대한 권리 4개 조항을, 돌봄 받을 권리와 건강권 영역에는 5개 항과 12개 호로 이루어진 돌봄 및 요양을 받을 권리 조항을, 참여권과 자아실현의 권리 영역에는 참여할 권리와 지역사회에의 통합, 교육권, 문화향유권 3개 조항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3장은 ‘노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 제목하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조항을 둬서 이 법의 기본원칙과 노인의 제반권리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책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각종 법령, 제도 및 정책조사연구에 따른 이 법에 저촉되는 사항들에 대한 시정권고권과 국가 등의 존중의무, 노인정책 수립 시 노인의 참여권 보장 등을 명시하였으며, 노인에 대한 차별시정 및 권리증진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및 수립체계 2개 조항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다른 법률 및 제도와의 관계 조항을 둬서 다른 법령과 제도 제·개정 및 수립 시 이 법률에 부합되도록 하는 기본법으로서의 구속력 조항을 두고 있다.
| 미주 |
- 이 글은 2024년 1월 노인인권정책센터에서 발간한 ‘이슈포커스 스페셜호’에 실린 이찬진, 최혜지, 이혜경 공저인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논문을 기초로 요약 편집된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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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2025, 2024년 출생·사망통계, 통계청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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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25년 6월호(제3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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