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ㅣ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선욱ㅣ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숙ㅣ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세희ㅣ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런으로 본 서울시 교육복지의 방향 착오1
코로나19가 남긴 학습격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등교 제한, 비대면 수업, 사교육 의존의 심화는 소득 수준에 따른 학습 기회의 불평등을 구조화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부와 지방정부는 온라인 기반 교육격차 완화정책을 잇달아 추진했다. 서울특별시가 2021년부터 시행한 ‘서울런’은 그 대표적 사례다. ‘서울런’은 서울시가 2021년 8월 수립한 ‘서울형 교육플랫폼 기본계획’에 따라 운영 중인 교육플랫폼 사업이며, 2022년 민선 8기 오세훈 시장의 핵심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4대 정책 중 하나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게 유명 사교육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해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출발하였고, 2025년 현재 충북, 평창, 김포 등 타 지자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런은 취약계층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재정으로 민간 사교육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것이 ‘공교육 강화’라는 국가 교육정책의 기조에 부합하는 사업인지 교육복지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충족하는 사업인지 등 그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본 글은 서울런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교육복지의 공공성, 민주성, 형평성의 한계를 검토하고, 향후 교육복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공공의 재정, 그러나 공적 통제와 관리는 부재
서울런은 민간 사교육기업의 콘텐츠를 서울시가 구매해 취약계층 아동에게 제공하는 구조다. 2024년 기준 예산은 159억 원, 대상자는 중위소득 60% 이하 약 12만 명으로 확대되었지만, 실제 이용자는 10%에도 못 미치는 1만 6천 명에 그쳤다. 동시에, 사업추진 당시 취약계층 아동에게 온라인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따라 대학생 멘토링이 추가되었으나 2025년 기준 대학생은 850명 정도 모집되어 멘토링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이용률과 실효성에 대한 확신이 어려운 가운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방식으로 사교육기업에 공적 예산을 지원하는지 알 수 없고, 환급제도2를 시행하는 사교육업체의 경우 서울런에도 환급을 적용하는지 알 수 없는 등 세부적인 예산 집행과정이 불투명하다. 또한, 국가 재정 지원을 받지만 콘텐츠의 질과 학습 효과, 멘토링의 실효성을 검증할 공적 통제와 관리 장치가 부재하다. 특히 멘토링 프로그램은 운영체계마저 불투명하다. 멘토의 선발 기준, 교육과정, 활동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매칭 적합도나 상담의 질을 점검하는 평가 시스템도 거의 없다. 서울시 재정 지원을 받는 사교육기관과 멘토에 대한 막연한 신뢰를 가지고 서울런을 접하는 취약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장치도 없다.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1인당 월평균 3.4만 원의 사교육비 효과(이혜숙, 이승재, 2023b)가 있었음을 근거로 공적 재정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나, 이는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사교육비를 지자체가 대납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서울런 전체 대상자 12만 명에서 2024년의 1년 예산 159억 원을 일괄 배분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 13만 원, 실제 이용자 1만 6천 명에게 지급 가능한 연간 100만 원보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인지도 의문이다.
민주성 결여와 정보 비공개의 문제
공공성의 또 다른 축은 민주성, 즉 정책 과정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다. 그러나 ‘서울런’은 사업 초기부터 의회와 전문가, 시민사회와의 숙의 절차 없이 추진된 전형적 ‘행정주도형 사업’이었다.
서울시는 ‘사교육비 절감’과 ‘학습격차 완화’를 주요 성과로 홍보했지만, 그 근거는 제한적 설문조사에 머물렀고, 예산 집행 내역·이용률·완강률(完講率) 등 핵심 데이터는 비공개 상태다. 서울런 이용 아동의 학습시간, 학습내용, 이용기간, 멘토와 아동·청소년의 관계 및 지속률 등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 회의록에서도 “성과 관리 없이 예산만 증액되는 행정의 불투명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 설계와 평가 전 과정에서 아동과 학부모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격차 해소가 목표라면 취약계층 아동이 교실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떠한 학습적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아동의 의견, 아동을 교육하는 교사의 의견, 아동을 양육하는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으나 그렇지 않았다. 설계 뿐만 아니라 평가도 민주적이지 않다. 서울런의 효과 평가는 서울런 적극적 이용자에 국한되어 있다. 전체 서비스 대상자의 10%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 다수에 속하는,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했으나 이용을 중단한 아동·청소년 조차 이 사업평가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는 정책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게 만들고,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의 효과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약화시키며, 정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한다. 결국 서울런은 공공재정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개방성과 투명성이라는 민주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근거기반 행정(evidence-based governance)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복지의 재구성 방향
서울시는 ‘서울런’을 ‘교육사다리 복원’ 사업으로 규정하며, 명문대 진학자 수 증가를 주요 성과로 내세운다. 일부 학습의지와 자기조절력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일정정도 도움이 된 사례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는 비대면 학습은 질병, 돌봄 공백 등 특정 상황에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보완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교육 기회 제공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된 방안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정 개인의 입장에서는 교육기회를 일부 확보했을지라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구의 아동들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서울런 사업이 주요 성과지표로 대학 진학률을 사용하는 것은 학벌주의, 대학 서열화 등을 조장하고, 교육 성과를 입시 결과로만 축소 해석하는 문화를 강화한다. 심지어 서울런 사업은 취약계층 아동 내의 교육격차를 또다시 확대하고 있다. 교과수업 위주의 학습이 아니라 실기 위주의 실무교육과 훈련을 받고 싶은 아동·청소년이 배제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교과수업 면에서도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다. 실제 황지원(2024)의 실증 분석에서도 서울런의 참여 학생 다수는 이미 사교육 경험이 있거나 중위소득 이상 가정의 자녀였다. 자기주도형 온라인 학습은 기기, 공간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아동·청소년의 자기조절능력, 양육자의 학습독려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저소득층 아동에게 이러한 자원은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인터넷만 있으면 들을 수 있다”는 구호와 달리, 다수의 아동은 ‘온라인 강의를 듣기에 쉽지 않고, 들어도 따라갈 수 없는 학습환경’에 놓여 있다. 기울어진 교육 환경 속에서 이미 형성된 기초 학력 격차, 정서적 자존감 저하, 사회적 관계 결핍 등의 다층적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울런의 근본적 한계는 정책의 기조가 ‘공교육 강화와 지원’이 아니라 ‘사교육 접근성 확대’에 초점을 두었다는 데 있다. 정책평가 관점에서 보면, 서울런은 목표의 타당성, 대상자의 적합성, 효과성, 형평성 측면에서 모두 구조적 제약을 보인다. 즉, 저소득층 학습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설계는 사교육 플랫폼을 공공의 재정으로 지원하면서 통제와 관리도 하지 않고,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책 목표와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복지의 본질은 ‘학습의 기회’ 그 자체가 아니라, 모든 아동이 배움의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교육복지정책은 사교육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공교육 체계를 중심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하는 협력적 학습지원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복지를 복지의 이름에 걸맞게 되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2025)에서 부유한 사람과 보통 사람이 점점 분리된 채 살아가며 아이들을 각기 다른 학교로 보내는 상황을 민주주의에 해롭다고 지적하였다. 민주주의에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공공장소와 공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학교가 포함된다. 어떤 계층의 아동 청소년이든 모두가 가고 싶은 학교, 어떤 계층의 부모든 모두가 보내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것이 교육복지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교육 기반의 다층적 학습지원체계 구축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첫째, 지역의 학교·복지관·도서관을 연계한 ‘학습지원 허브(Learning Hub)’를 통해 교육자원을 통합 관리하고, 둘째, 오프라인 멘토링과 디지털 튜터 제도를 병행하여 학습의 지속성을 확보하며,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특성과 욕구를 감안해야 한다. 셋째, 교사·사회복지사·지역 멘토가 협력하는 ‘복합학습지원팀’을 운영함으로써 학습지원이 지역 차원의 복지체계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다양성과 개별화된 학습과 발달 욕구를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수용하고, 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실에서 개별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공적 기반을 강화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아동·청소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 필요하다.
진정한 교육복지는 사교육 접근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동이 자신의 속도와 수준에 맞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공공의 책무를 사교육 플랫폼에 위탁하기보다, 학교·복지기관·민간이 협력하는 공공주도형 학습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형성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은 단지 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평등과 민주주의의 토대다. ‘서울런’의 경험은 우리에게 묻는다. “공공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교육복지는 과연 아동의 성장과 존엄을 위한 권리인가,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또 다른 장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향후 지방정부가 설계할 진정한 교육복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미주 |
- 이 글은 김선숙·김진숙·정선욱·임세희(2025). 「지방정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인터넷 강의 교육지원 플랫폼 사업에 대한 탐색적 연구: 서울특별시 S사업을 중심으로」. 청소년문화포럼, 84.을 토대로 일부 수정·가필한 것이다. ↩︎
- 환급제도는 일부 사교육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케팅형 제도로, 패키지 강의를 구입한 수강생 중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경우 수강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만약 환급제도가 서울런과 같은 공공지원사업과 결합될 경우, 학습성과 중심의 시장논리가 공공정책에 유입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구조가 공공예산을 통해 민간 사교육시장의 수익모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 참고문헌 |
- 김선숙·김진숙·정선욱·임세희(2025). 「지방정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인터넷 강의 교육지원 플랫폼 사업에 대한 탐색적 연구: 서울특별시 S사업을 중심으로」. 청소년문화포럼, 84.
- 이혜숙·이승재(2023a). 「서울런 운영성과 분석」. S연구원 정책보고서.
- 이혜숙·이승재(2023b). 취약계층 교육플랫폼 ‘서울런’ 도입 3년 학습역량 향상과 사교육비 감소에 효과 있어. 서울연구원.
- 황지원(2024). 「서울형 온라인 교육지원사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교육복지연구, 16(1), 45-68.
- Jones, H. et al. (2025). Mentoring for educational equity: Evidence and implications. Education Policy Journal, 12(3), 201–223.
- UNICEF & 보건복지부(2019). 「대한민국 제5·6차 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 심의결과 및 권고문」.
- OECD (2012). Equity and Quality in Education: Supporting Disadvantaged Students and Schools. OECD Publishing.
- 류이근 (2025). 샌델 “정치 양극화·불평등 부추기는 능력주의 폭정 끝내야”
- 한겨레신문. 9월 23일자.
월간<복지동향> 2025년 11월호(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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