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2025-12-02   106919

[논평] 복지·민생 외면하고 공정과세 무너뜨린 국회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자산과세의 역진적 후퇴, 국회가 이끌어
세입기반 확충·조세정의 회복 없이는 윤석열표 재정위기 못 넘어서
고질적인 위법적 소소위 통한 밀실 담합 논의도 반복
2026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처리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오늘(12/2)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AI 지원, 정책펀드, 예비비를 비롯한 약 4.3조 원을 감액하고, 그 범위 내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사업 등을 증액하는 식으로 합의한 끝에 총지출 규모는 728조 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번 예산안은 복지·민생 강화보다 경제성장, 특히 AI, 신산업 투자가 우선 순위에 놓였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공공의료 강화보다 ‘보건산업·디지털헬스케어 육성’이 우선되었다. 거대양당은 “민생 예산 처리를 위한 대승적 합의”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정작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전세사기 피해 최소보장 예산, 통합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민생을 위한 핵심 증액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올해보다 지출 규모가 큰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과세표준 5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 30%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이는 거대양당이 밀실 담합으로 누더기처럼 만들어낸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자산과세 공정성을 후퇴시키는 만큼 애초 도입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다. 부의 불평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모두를 악화시키는 명백한 실책이다. 더욱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액 자산가의 세부담만 줄여줄 뿐 실제로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며, 배당 증가가 실물경제 활성화나 가계 전체 소득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 역시 매우 빈약하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시켰던 거대양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내내 주식시장 과세 후퇴를 최전선에서 이끌어 왔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변명으로 삼을 수도 없다. 국회가 그토록 외치는 민생 예산 확보가 단년짜리 공수표가 되지 않으려면 자산과세 복원과 세입기반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나마 최소한의 세입 확충을 위한 △각 구간별 법인세율 1%p 인상, △교육세 0.5%p 인상 등이 정부안대로 처리된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으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는 더욱 복잡해졌고, 최소한의 형평성도 무너졌다. 국내 상장주식을 50억 원 가까이 보유하면서 거둔 소득에는 세금 한 푼 내지 않지만, 소액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면서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하위 80% 대다수 투자자의 배당소득이 연간 8만 원에 불과한데도, 이들을 위한다며 상위 0.1% 자산가들의 배당소득 세 부담을 크게 깎아주게 되었다. 향후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이나 가상자산 과세, 하락한 조세부담률을 높이기 위한 부자감세 복원, 나아가 누진적 보편증세 논의까지 국회가 어떤 명분으로 시민들을 설득할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땅히 해야만 하는 그 역할을 국회가 철저히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예산안 심의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국회는 5년 만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강조했지만, 그 과정이 위법적인 소소위를 통한 밀실 담합이었다는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지원금 예산 1,000억 원,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 2,273억 원 증액안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도 밀접한데도 어떠한 이유로 최종 반영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초부자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3,800억 원의 세수를 줄이면서 정작 여야가 합의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증액을 기재부가 막아섰다는 점은 조세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지원만으로는 최소한의 피해 회복조차 불가하다는 피해자들의 절절한 호소는 왜 외면받았는가. 정부가 공공주택 확대를 약속한 만큼 윤석열 정부 때보다도 줄어든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증액하여 관련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지적은 왜 반영하지 않았는가. 거대양당은 법정시한 준수만큼이나 적법하고 투명한 세법 및 예산안 심의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12·3 내란사태 1주년을 맞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종식했지만 내란수괴 윤석열표 부자감세와 긴축 재정이 남긴 후과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러한 비상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던 국회가 제 역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민생 위기, 저출생⋅고령화, 불평등⋅양극화 등 당면한 복합위기와 재정위기를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공의 책임과 역할, 복지 등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AI 산업 육성과 신기술 투자 중심의 성장담론이 ‘민생 예산’의 이름으로 포장되는 한 복지와 공공의 역할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회가 몰두할 것은 그 기반을 위한 조세 정의 실현과 세입 확충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이지 응능 부담해야 하는 자산가들의 세금 깎아주기가 아님을 분명히 경고한다. 참여연대는 후퇴한 조세제도의 정상화와 공정과세 실현, 민생·복지 예산 확대를 위한 활동을 책임있게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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