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공급주체에 대한 관점과 대책 전무, 안이한 접근으로 일관
보건복지부는 오늘(3/5), 제3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3월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될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도입기(‘26~’27)-안정기(‘28~’29)-고도화기(‘30~) 3단계로 구분하여 대상자 확대, 서비스 확충, 제도기반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사회적 입원과 입소는 줄이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는 이번 로드맵은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로드맵에서 제시된 추진방안은 현재의 돌봄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안이한 발상에 머물러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돌봄통합지원법 제정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예산 배정부터 인프라까지 총체적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제도 시행을 맞는 보건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단순히 하나의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가 마주한 돌봄의 위기를 타개할 종합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국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책임아래 통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핵심인데, 정부가 밝힌 노쇠예방부터 임종케어까지 전주기 서비스 체계라는 설명과 달리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이번에 제안된 추진방안에서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프라 구축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3단계에 걸쳐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것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적 의지의 부재로 보인다.
구체적인 대안도 문제가 있다. 첫째, 서비스 공급주체의 측면에서 공공의 공급주체에 대한 관점과 대책이 전무하다. 로드맵에는 민간 중심의 서비스 공급이라는 기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나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 공급주체를 다양화한다면서 사회적연대경제조직, 주민참여·공동체 활성화, 민간 서비스 제공기관 활용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공공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사회적연대경제나 주민참여의 역할에는 공감하나 이들의 역량과 자원의 지역적 편차를 고려하면 공공 직접 돌봄 인프라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돌봄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성을 담보한 운영이 가능한 시·도 사회서비스원이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번 로드맵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둘째, 법·제도 정비를 2단계 계획에 배치하고, 재정구조혁신을 3단계에 배치한 것은 매우 안이한 접근이다. 통합돌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가능한 지점이다. 그러나 법·제도 정비는 2단계 계획으로 못 박을 게 아니라 최대한 빠르게 정비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돌봄재원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재원의 중장기적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 역시 현 정부의 임기 말기인 30년에 시작하겠다고 되어있어, 이러한 일정으로는 현실적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셋째, 통합돌봄을 위한 판정조사와 필요도 조사에서 지자체 중심성 관련한 정책 방향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현재 통합판정조사는 건강보험공단이 수행하고 지자체가 동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퇴원환자 등 긴급사례나 지역돌봄 중심사례는 지자체가 직접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와 근거를 알 수 없다. 로드맵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의 통합판정조사를 확대하여 한 번의 조사로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되도록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의 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는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로 이원화된 조사로 인한 혼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지자체장에게 지역 주민의 돌봄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부여하고, 지자체 공무원의 통합적 돌봄 업무 수행, 지자체에 전담조직 설치의 근거를 두어 지자체가 주도하는 말 그대로 통합돌봄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제 추진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재명 정부 복지정책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국정과제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과연 지자체 중심으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뿐이다. 이번 로드맵은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통합돌봄을 추진하는 것을 장려하기보다 오히려 중앙통제적 요소로 지역맞춤형 돌봄을 제한하고 있다. 전면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로드맵은 전면 수정되어야 하고, 노인과 장애인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넘어 전 국민 돌봄보장을 위한 통합적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과 같은 식의 단계구분과 소극적 접근에서 벗어나 법·제도적 미비점을 빠르게 보완해 주민들이 통합돌봄으로 달라지는 것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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