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26-08-10   5360

[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②] 평화의 걸음이 연대의 힘으로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이어져 온 대행진이 올해로 12회를 맞습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이제 일상에서의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을 넘어 평등으로 가는 연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대행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연속기고①] 전쟁의 시대,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우리는 지금 강정으로 간다
[연속기고②] 평화의 걸음이 연대의 힘으로


평화의 걸음이 연대의 힘으로

정조은 / 강정일상저항행동 활동가

2022년 강정에 처음 왔다. 내가 경험한 강정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군사주의, 제국주의를 비롯한 우주 군사화와 제주도 난개발에 반대한다. 더불어 팔레스타인, 퀴어, 동물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는, 계속해서 우리의 경계를 확장하는, 투쟁이다. 강정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장터인 ‘수박장’을 열기도 하고, ‘제주퀴어프라이드’에서 공동주최와 공연, 부스로 참여를 하기도 했다. 또한 서귀포 앞바다에서 군과 한화시스템, 제주도정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해상 발사를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고, ‘제주 제2공항 도민결정권 쟁취 전도 도보순례’를 함께하며 제주 제2공항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여전히 강정마을에 살면서 일상저항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조은 강정일상저항행동 활동가
정조은 강정일상저항행동 활동가 ⓒ 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 조직위원회관련사진보기

아침 7시에는 해군기지 앞에서 생명평화백배를 하고, 오전 11시에는 거리에서 미사를 드린다. 오후 12시에는 구럼비광장에서 시작해서 해군기지 앞까지 걸어가, 다 같이 춤을 추고, 노래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인간띠잇기를 한다. 강정의 일상저항행동에는 많게는 20명이 넘기도 하지만, 적을 때는 3~4명이 모여서 그 자리를 지킬 때가 많다. 그런 날에는 내가 살기 전, 사람이 가득했던 강정의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10년 전까지 많은 연대자들과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공사를 막기 위해서 모였던 수많은 날은, 나는 경험해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정이 내 삶으로 들어온 지 벌써 5년째다. 코로나로 대행진이 잠시 쉬어갔기에 나는 2024년부터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대행진의 계절은 제주의 바람이 가장 습하고, 더운 여름날이다. 아주 힘든 계절이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대행진은 땀과 맛있는 밥과 노래로 기억된다. 우리는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면서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맛있는 밥으로 기력을 충전하고, 웃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대행진을 떠올리면, 처음 참여했던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나는 처음 걸으면서 멋모르고 안전팀을 지원했다. 평소에도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30분 산책도 힘들어하던 나였다. 안전팀에서는 차도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나 깃발이 없는지 보고, 차가 오는지, 간격은 적당한지 보는 일들을 했다. 걱정했던 다리보다 고개가 더 아팠다. 안전팀이어도 너무 힘들면 조금 쉬어도 된다길래 ‘잠깐 쉴까?’ 생각하다 보면, 옆에서 같이 걷던 행진단이 부채질을 해주기도 하고 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쉬는 곳에 도착해 있었다.

안전팀을 하는 동안 내 옆의 사람들은 계속 바뀌었다. 같은 마을에 있지만 내가 잘 모르는 삼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의 앞뒤를 넘나들면서 안전팀의 일을 함께하셨고, 강정에 자주 오시지만 얼굴만 알고 있던 제주 녹색당원분과도 인사를 하고 물을 챙겨주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행진 전, 6월에 진행되었던 ‘밀양행정대집행 10년’에서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밀양 친구들과 안부를 물으며 힘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에 있는 대안학교인 보물섬과 볍씨학교의 학생들, 오키나와의 헤노코마을에서 미군기지 반대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걸었다. 같이 걸었던 사람들을 대행진이 끝난 뒤에 마주쳤을 때, 말을 길게 나눈 적이 없어도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대행진에는 강정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또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 잘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사람들과 땀을 내고, 구호를 외치며 오랜 시간을 걸었다. 함께 걸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어떤 힘을 느꼈다.

대행진을 하면서 많은 이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를 때, 어렴풋이 예전에 사람이 가득하던 강정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강정을 잊지 않고, 언제나 함께 걸어줄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대행진은 내가 강정에서 좀 더 신나게 살 수 있는 힘을 줬다. 연대는 나를 신나게 한다!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 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 조직위원회관련사진보기

많은 연대자들에게 힘을 얻으면서 나를 신나게 하는 연대의 힘을 받지만 말고,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강정과 제주를 넘어서, 육지에 있는 다양한 현장들과 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강정친구들과 강정일상저항행동의 활동가들은 ‘2026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힘을 받아서, 대행진이 끝나는 8월 30일로부터 3일 뒤인 9월 2일에 육지로 연대 순례를 떠나려 한다. 9월 2일은 15년 전에 구럼비의 육로가 봉쇄되는, 펜스가 쳐진 날이기도 하다. 소성리, 논산, 군산, 평택, 동두천을 방문하여 내가 받아왔던 연대의 힘을 전하고, 앞으로 서로 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함께 해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하며, 평화의 걸음을 이어가려고 한다.

대행진에서 만나는 한명 한명이 가지고 있는 ‘제주’, ‘생명’, ‘평화’, ‘강정’에 대한 마음이 힘으로 전환되어 나에게서 또 다른 연대로 이어진다. 대행진의 재미있는 점은 구럼비를 기억하고, 구럼비를 지키고자 몸을 아끼지 않고 투쟁하던 사람들도 있지만, 구럼비를 본 적 없지만, 여전히 강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힘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올해는 어떤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연대의 힘으로 신나게 걸을 준비는 끝났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