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의 부자감세에서 더욱 후퇴, 보유세 정상화 요원
1주택 비거주 논란 해명이나 근거 제시 없어 혼란만 야기
지난해 주식 대주주 기준 번복에 이어 조세원칙 또 후퇴
재정경제부는 오늘(9/1) 국무회의에서 세제개편안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를 12억원으로 현행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낮추고 세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기로 했지만 후퇴한 것이다. 이러한 후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 열린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과 전월세 시장 파급효과 등의 이유로 해당 방안의 수정을 요구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주택자 중 비거주자 비중이나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논란을 판단할 구체적인 정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혼란만 가중시키다가 여당의 수정 요구를 수용하면서 개편안마저 후퇴시켰다는 점이다. 민주당도 일부의 세부담 증가와 전월세 시장 불안 가능성만을 앞세워 사실상 시가 20억 원 이상 1주택 보유자의 이해를 대변했을 뿐, 종부세 정상화를 요구하는 여론은 외면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충분한 근거와 설명도 없이 보유세 정상화에서 후퇴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규탄하며, 일부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세제 정책이 아니라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일관된 세제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애초부터 보유세 정상화라는 취지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과세대상을 공시가격 14억 원 초과로 한정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시가 기준 약 20억 원 이하 1주택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까지 공시가격 14억 원으로 확대하면서 세부담 강화는 사실상 시가 약 4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이뤄졌다. 이로 인해 초고가 주택을 제외한 ‘덜 똘똘한 한채’ 투기를 더욱 부추기는 부자감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한편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낮추면서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부담에 차이를 둔 것에도 논란이 제기되었다. 시가 20억 원 이상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주택에 직접 거주할 경우 임대 물량이 감소해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1주택자에게 실거주 여부만을 기준으로 큰 폭의 세제 상 차이를 두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도 나왔다.
이처럼 비거주 1주택자의 세부담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개편안 발표 후 약 한 달 동안 논란의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혼란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그리고 여당까지 나서서 극소수의 시가 20억 원 이상 1주택자를 대변하면서 기존 개편안보다도 더 후퇴한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비중이나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어야 한다. 만약 시중의 전월세 불안이 사실이라면 개편안을 보완했어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개편안을 설득하고자 노력했어야 한다. 오늘 발표한 최종안 또한 원안과 달라진 근거를 소상히 밝히고 납득가능한 수준에서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 어떤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처음부터 보유세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를 두고 정부가 보였던 혼선을 상기시킨다. 당시에도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려고 했으나 여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반대 여론을 이끌면서 결국 철회되었다.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면 금융과세를 정상화하겠다던 약속도 올해 코스피가 9,000을 넘어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세제가 강화될 때마다 그에 따른 반발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제시될 때 타당한 원칙과 근거에 기초한다면 단순 반발에 의해 철회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철회한다고 해도 납득할만한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리고 이번 개편안에도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세제개편안 심의 과정에서 후퇴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고액 자산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안을 다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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